스님의 친필 노트, 해인사 장경판전 수다라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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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친필 노트, 해인사 장경판전 수다라장 연상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1.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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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담 대종사의 전법 - 반야.중관사상 및 유식사상을 중심으로

묵담대종사문도회(대표 수열 스님)는 11월 28일 <묵담대종사, 그의 선.교.율> 출판 봉정식 및 학술대회를 춘강대강당서 개최했다. 이날 16명의 학자들이 묵담 대종사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소중유품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를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주

 

묵담대종사에 대해 발표하는 최종남 교수

 

묵담대종사의 생애 기간은 국가와 승가 및 교단에 있어 혼돈과 변화가 함께한 시대였다. 스님은 이와 같은 격동의 시대에 무주생사(無住生死) 무주열반을 위해 발원, 출가하여 제방의 강원에서 대강백과 율원의 율사들에게서 경율론 삼장, 선어록, 다양한 주석서들을 수학했다. 그리고 전국의 제방선원에서 수행자의 본분으로 가부좌를 틀고 정전백수자 “어째서 뜰앞의 잣나무라 했는고?” 화두참구를 했다.
묵담 대종사는 용화사에서 30여 년 간 주석하며 사부대중에게 가르침을 전한 전법은 수많은 상단법문, 법어 그리고 현재 용화사 칠성각에 소장되어 있는 450여종의 친필 노트들의 내용, 즉 초기불교, 계율, 대승사상, 화엄, 유식, 선 등에 대한 해제, 법어, 복장, 의례, 용화사상 등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450여종의 친필 노트, 『묵담대종사 문집』, 『집착하지 말라 모든 것은 흘러간다』등에 기록된 스님의 사상 중에서 대승의 중심 사상인 반야와 중관사상과 유식 사상을 고찰하고자 했다.

묵담대종사는 1950여년 대 제주시 삼양 원당사에서 보살계를 설하기 위해 제주에 내도했다. 그 당시 정뜨르 비행장에서 신도들과.

 

초기불교.계율.대승사상.화엄.유식.선 등에 도통
스님의 유업과는 달리 친필 노트 일부만 접해
 

#반야와 중관사상
스님은 반야(般若, 지혜)사상과 중관사상의 공(空)을 언급하기 위해 천태대사의 오시팔교 중에서 오시를 설명하고 있다.
오시(五時)는 붓다가 성도이후 49년 간 설한 설법을 다섯 시기로 나눈 것이다. 제1시는 화엄시로서 붓다가 성도 후에 최초로 21일 동안 『화염경』을 설한 시기이다. 제2시는 아함시(녹원시)로서 12년 동안 『아함경』을 설한 시기다. 제3시는 방등시로서 8년 동안 『능가경』,『아미타경』등을 설한 시기다. 제4시는 반야시로 22년 동안 『반야경』을 설한 시기다. 그리고 제5시는 법화열반시로 8년 동안『법화경』과 『열반경』을 설한 시기이다.
이와 같이 제4시에 붓다가 설법한 것은 중생들의 집착심을 버리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체 법, 즉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은 모두 공(空)이다’라는 내용으로 『반야경』6백부를 설했다. 그리고 이것은 하근중생들이 지혜를 얻기 위한 교설이라고 묵담 대종사는 언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야심경과 중관사상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체성과 마음의 형상 그리고 마음의 작용을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

첫째, 마음의 체성은 공과 같아 허공과 같이 비어 있습니다. 저 허공이 비어 있으므로 산하대지와 일월성진과 삼라만상을 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의 마음도 공한 까닭에 모든 이치와 모든 지혜와 천종만별의 변화작용을 한량없이 가지게 된 것입니다.
둘째, 마음의 형상은 어떠한가 하면, 아무 형상도 없는 바가 마음의 형상입니다. 만일 이 형상이 둥글기만 하다면, 모난 것을 용납하지 못할 것이요, 푸른빛만 가졌다면 누런빛이 용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방원장단과 청화적백의 일정한 형상만을 갖지 아니하였으므로, 청황적백과 방원장단의 천태망상을 임의로 분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마음의 작용은 원래 마음 자체가 공한 것이고, 그 형상도 일정한 바가 없으므로 만일 생각을 일으켜 작용을 한다면 한량이 없으므로, 선도 악도 한량이 없으며, 고통도 즐거움도 한량이 없어 천종만별 마음의 작용은 결국 우주에 가득 차게 됩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삼계가 오직 마음이요, 만법이 오직 식(識)이니, 우주만유가 심식(心識) 위에 건립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지극히 큰 것도 마음이요, 작은 것도 마음이요, 지극히 밝은 것도 마음이요, 어두운 것도 마음이며, 지극히 깨끗한 것도 마음이요, 범부소인도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며, 추신열사도 마음에서 나온 바라, 마음의 이치를 깨쳤음에 부처님이 되셨고, 마음의 이치를 깨치지 못한 까닭에 중생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반야를 증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성, 형상, 작용의 공에 대해 아는 것이며 그리고 중생들이 삼계와 만법들을 만들지만 이것은 오직 마음(업)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화엄사상의 삼계유심(三界唯心)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에 대한 이치를 알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유식사상
묵담대종사는 시대, 지역별로 전개된 유식사상을 『사제(四諦)와 유식해석』의 ‘유식강화에 대한 의의’라는 주제로 정리한 친필 노트에 유식사상의 의의 및 중요성을 자세하게 정리하고 있다.

불교라는 것은 유식(唯識)을 매각(賣却)해서는 일평생 불교학자라 하더라도 불교의 본의의 진미를 모르는 것이다. 타종교에서는 천당이면 천당 일개(一個)만을 극신(極神)하므로 연구라던가 신앙이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불교는 과학과도 다르며 타 종교와도 다르다. 우주를 논하고 인생을 논함이 단일신론(但一身論)이다. 왜 그런가 하면 일심으로 심이 존재한 연후에 식이 존재하고 식이 존재한 후에 물질이 존재함이다. 불교는 유식을 알게 되면 심을 알게 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묵담 대종사는 한국불교근현대사에 있어서 선교율을 겸비한 대표적인 율사였으며, 학승이었고, 선승이었다. 이로 인해 스님은 29세인 1924년 내장사 금강계단에서 율사 금해 스님으로부터 전계를, 32세인 1927년 백양사에서 순오 스님으로부터 법맥을, 그리고 백양사 강원에서 종환 스님, 순오 스님에 이어 강맥을 각각 전수받았다. 또한 스님은 선교율 뿐 아니라 한국전통 불교의식인 불복장의식, 수륙재, 영산재, 예수재, 천도재 등에 있어서도 한국을 대표한다.
스님은 이 같이 수행자로서 갖춰야할 덕목을 모두 갖췄다. 항상 지행합일로 모든 대중들을 유위법(有爲法)의 세계에서 무위법(無爲法 )의 세계로, 예토의 세계에서 모든 중생들을 무한한 내일의 희망과 광명을 안겨 줄 수 있는 자비로운 요람인 용화의 세계로 이끌었다.
스님은 교단과 승단의 현재와 미래의 교육불사를 위해 경율론의 삼장과 스님들의 필사본인 사기(私記)들을 다량 수집했다. 그리고 스님은 법납 75세 동안 대중들에게 전법을 위해 시대별, 지역별, 학파별, 종파별들, 즉 초기불교, 계율, 대승사상, 화엄, 법화, 중관, 유식, 정토, 선, 복장, 의례, 용화사상 등에 대해서 친필로 노트에 450여종을 기록했다. 이들은 마치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수다라장을 연상케 하는 불전들의 양이다.  
특히 스님은 450여종의 친필 노트에 각 시대별, 지역별, 학파별 등의 사상, 개념별의 의미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관련 문헌들을 인용, 참조하여 체계적 있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시대별, 지역별, 학파별의 사상에 있어 변화와 변용이 있으면 이들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사상의 의미 설명에 이어서 추가로 설명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교학적인 기록들은 인도 초기불교부터 시대별 그리고 지역별인 중국, 한국, 일본 등의 관련 문헌들을 참조해 경안(經眼)과 혜안으로 모든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스님의 유업과는 달리 이들 친필 노트 중에서 일부만이 『묵담대종사 문집』과『집착하지 말라 모든 것은 흘러간다』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친필노트들과 현재 묵담대종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사기들이 승가와 학계의 학술전통문화 발전을 위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관련 학자들에 의해 연구, 번역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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