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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은 자신의 청정한 본성 찾기 위한 유일무이한 법묵담 대종사의 율학과 행 -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묵담대종사문도회(대표 수열 스님)는 11월 28일 <묵담대종사, 그의 선.교.율> 출판 봉정식 및 학술대회를 춘강대강당서 개최했다. 이날 16명의 학자들이 묵담 대종사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소중유품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를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주
 

 

이자랑 교수

 

“행하기 힘든 것을 행하고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릴 줄 아는 것이 출가 승려의 정신이다.”
이는 묵담 대종사의 말씀이다. 출가란 무엇이며, 출가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보다 더 적절한 것이 있을까. 
묵담 대종사가 악세에서도 존경받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도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청정 율사로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필시 악세에도 주변 환경의 변화에 굴하지 않았던 스님의 굳은 신념과 이에 근거한 올바른 행보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현재 한국불교는 혼란을 맞고 있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승려 개인으로서 승가의 지도자로서 여법한 모습을 보여준 스님의 삶에 대한 조명은 출, 재가를 불문한 현재의 한국불교도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해동율맥의 전수와 율사로서의 삶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승려를 배출하던 고려시대와는 달리, 조선시대에는 국가 공인 하에 승려가 되는 길은 끊겼고, 결과적으로 사도승이 창궐하게 된다. 올바른 수계절차도 수계 후의 올바른 교육도 없이 이뤄진 승려의 배출은 결과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게 되었다. 사회적으로도 그 위상이 매우 낮았다.
조선시대를 거치며 쇠잔한 율맥은 1826년에 대은 스님이 서상수계를 통해 회복했고, 이후 금담 스님 등을 거쳐 묵담스님에게로 이어진 후 혜은 율사를 거쳐 2011년에 담양 용화사 도월 율사에게 전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평생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는 청정 율사로서의 스님 모습은 근현대의 고승들이나 제자들에게 있어서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조계종 제11, 12대 종정을 역임한 법전 스님은 회고록에서 자애로우면서도 엄격했던 스님에 대한 기억을 언급하고 있다.
묵담 스님은 “무릇 계는 삼세제불이 출현하신 큰 법규요, 사부대중이 성위에 오르게 되는 중요한 문이다.”라며 계율을 생명처럼 여겼다고 한다. 청정율사로서 철저한 지계의 가치를 믿는 스님의 굳은 신념이 느껴진다.
그런데 묵담스님의 계율 실천은 계율에 대한 일방적인 관심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며, 불교 교리 전체에 대한 총괄적인 이해와 수행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실제로 선, 교율에 능통하다고 평가를 받았고, 문집이나 법어집 등을 통해서도 계율이 교리나 수행과 밀접한 관련 하에 설해지고 있다.
스님은 계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계행은 부처님께서 친히 설하신 계율을 엄격하게 지켜 배워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계행을 수행함에 있어서 금강덩이보다는 더 강한 부동지에 마음자리를 잡아서 어떠한 악경이나 번뇌가 유혹할지라도 거기에 빠지지 아니할 뜻을 가지며 설사 아비무간지옥에 떨어질지라도 계를 범하지 않도록 대승과 소승 일체의 계를 완전히 수행하는 것만이 계행을 가지는 것입니다.”

1960년 9월 제주시 삼양동 소재 원당사에서 보살계 및 생전예수재 법회 증명법사로 제주를 찾았던 국묵담 스님이 법회를 끝내고 여행길에 찍은 사진이다.스님 일행은 구좌읍 송당리 소재 칡오름과 새미오름 사이에 자리한 송당목장에 들렀다고 한다. 낯선 이들의 방문으로 소가 놀라 날뛰었는데 국묵담 스님이 소에게 뿔을 잡는 순간 ‘순한 양’처럼 가만히 있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계율, 왜 수지해야 하는가
출가자가 계율을 실천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본인의 마음가짐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쉽게 경시해버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분명 스님은 계율의 실천과 관련해 명확한 신념과 목적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스님은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으며 만법의 근본이 되는 진성에 차이가 없으므로 계율이라는 것이 따로 필요치 않지만, 성현이 가신 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중생들이 자신의 본성인 진불을 모르고 윤회하며 삼악도를 헤매니, 부처님께서 이를 가엾이 여겨 오탁악세로부터 중생들의 벗어나 청정한 본연의 진성을 되찾도록 하기 위해 계율을 설하셨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중생들이 자신의 청정한 본성을 되찾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이 바로 계율의 실천이라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스님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불성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갖가지 악업을 지으며 현생에서도 내생에서도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 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 바로 ‘계율의 실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계율은 자신의 청정한 본성을 되찾기 위한 유일무이한 법이기 때문에 한 시도 방심하지 말고 실천해야 할 가르침인 것이다. 
스님의 손상좌로 해동율맥 제11대 율사이신 담양 용화사 주지 수진 스님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20여년 걸친 묵담 스님 시봉 생활을 떠올리며 “스님의 생활과 수행은 그대로 계율의 실천이셨다. 노 스님의 장한 신심과 깊은 수행력, 청정율사로서의 철두철미한 계행은 우리들뿐만 아니라 축생의 마음까지 움직일 정도였다.”라며 이 같은 실천력은 필시 계율을 자신의 청정한 본성을 찾아가는 수행의 한 과정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스님에게 있어 계율은 정해진 특정한 학처를 지켜야만 의미를 갖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신심의 청정을 유지하며 중선봉행(선한 것을 받들어 행하는)하는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화합승가의 실현과 지도자의 역할
스님의 계율 사상을 돌아보며 무엇보다 주목하게 된 것이 바로 ‘승가 화합’을 위한 노력과 독자적인 행보이다. 묵담스님은 한 명의 수행자로서도 훌륭하게 계율을 실천했지만 승가의 지도자로서도 본받을 만한 여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율을 통해 스님이 승가의 존재 가치를 파악하고, 나아가 실제로 승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광복 후 한국불교는 큰 혼란 속에 빠져든다. 국가 권력의 개입으로 1954년 1차 정화와 1956년 2차 정화가 이어진다. 정화의 목적은 일제의 잔재인 대처승을 척결한다는 것이었는데 승가의 전통을 고려하지 않은 세속적인 논리에 의한 급격한 정화 과정은 이후 한국불교에 씻을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긴다.
『묵담당대종사비문』에 적힌 스님의 행적을 보면, 교단의 요직을 역임하면서 화합승가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참여한 것은 바로 이 정화의 시기였던 것이다. 
이 시기에 묵담 스님이 발표한 교시문에는 “승단의 기본은 화합에 있다”라는 평소의 신념대로 스님이 화합승가의 실현을 얼마나 염원하고 또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셨는지 절절하게 드러나 있어 승가 지도자로서의 여법한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부처님의 교법 앞에는 일체 만물이 모두 평등한 것이며, 또한 진심은 정토의 인(因)이요, 곡심(曲心)은 지옥의 인이니 교단 내의 간부제덕께서는 승단육화합의 정신을 철저히 각성해야 되겠습니다. 노구의 본의로는 간부 제적 가운데 그럴 리는 없을 줄로 생각하나 혹시 불심을 떠나 소아(小我)에 급급하여 자기의 지위만을 고집하고 승단화합을 깨뜨리는 마장이 있어 본 종단에 좀벌레가 되는 자가 있다면 이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방법을 아니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
격변기의 근현대기를 거치면서 스님은 주변 환경에 굴하지 않고 출가자로서의 본분을 지켜 청정율사로서의 생을 마감했다. 자기 안에 존재하는 불성을 자각하고 그 청정한 본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계율의 실천만이 유일무이한 법이라는 신념하에 매순간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하는 삶을 살았다. 
나아가 승가의 구성원으로서 또한 승가의 지도자로서 승가 화합을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노력은 승가의 가치를 꿰뚫어 보고 또한 그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비록 스님의 뜻은 이뤄지지 못했고, 급격한 정화 과정을 통해 한국불교는 크나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 혼란의 시간 속에서 스님이 보여준 여법한 모습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며 자극제가 되고 있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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