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가르쳐준 바라밀을 실천하는 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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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르쳐준 바라밀을 실천하는 도량”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8.01.24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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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사찰 정광사

제주불교성지순례길 지혜의 길에서 만난 사찰 해안동 정광사(주지 대권 스님)에는 등록문화재 소조미륵여래입상이 모셔져 있고, 산신각에는 3백년이나 되는 소나무가 지은 자연 법당이 있어 불자들은 멀리서도 이곳으로 찾아와 마음을 쉬어간다.<편집자주>
 

정광사 소나무


                 /무명씨
  
해안마을 정광사 산신각에는
3백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늘 그 자리에 있다.

오랜 세월을 한 곳에 뿌리내려온 
그 인욕바라밀 수행이 깊어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절로 혜안이 열린 것인가

보고 듣고 한, 긴 시간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서
좌선한 그 공덕이 꽃피었음인가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와
마음을 쉬고 간다.
 

▲오랜만에 비친 따스한 겨울 햇살을 받고 서 있는 정광사 대웅전의 모습

도심의 물결이 급속하게 스며든 큰 도로를 지나 해안동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정광사(주지 대권 스님). 이십여 년 전 소나무의 군락이 아름다운 이곳 해안동에 터를 잡을 때만 해도 산골 풍광이 그대로 남아있는 고즈넉한 곳이었는데 최근 그 많던 소나무들이 다 재선충으로 잘려나가고 그 자리엔 집들이 들어서고 해안동 주변 풍광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정광사의 부처님과 산신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순례객을 반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서 순례객들을 멀리서부터 이곳 정광사까지 찾아오게 하는 매력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정광사에 모신 부처님


그것은 첫째 정광사에는 아주 특별한 부처님이 모셔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정광사 소조미륵여래입상은 자애로운 상호만큼이나 중생들의 마음을 달래주듯 그렇게 오랜 세월 변함없이 이 곳 정광사에 모셔져 있다. 그러기에 전통문화재를 공부하고 애호하는 이들은 이곳까지 와서 그 문화재를 보고 배우려 한다. 

▲3백년의 노송과 산신단


또 하나는 3백년 수령의 큰 소나무가 있는 산신각을 꼽을 수 있다. 대웅전 옆으로 나 있는 계단을 총총히 올라가면 처음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노송이 산신각을 감싸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산신단이 조성되어 있는 모습이 다른 절에서는 보기 드문 아주 특별한 것이다. 
세상살이가 고단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으랴. 늘 부딪히고 깨지면서 사는 게 인생사가 아닌가 하고 자조섞인 말로 위로해 보지만 그 난관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기란 그리 녹록지가 않다. 그래서 불자들은 신산한 삶의 고초에서 벗어나고자 어제처럼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부단히 기도로써 그 위기를 뚫고 나가고자 애를 쓰는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도 긴 세월을 견디면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되듯이 사람도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나야 삶의 참 모습을 아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믿음을 갖고서 결코 좌절하지 않고 그렇게 늘 해오던 대로 기도하고 염불하고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을 갖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는 신심있는 불자들이 발길이 닿는 곳이 바로 이곳 정광사 산신각이다. 거기 계신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불자와 똑같은 신심으로 모두가 성불하길 응원하는 것이다. 게다가 가슴 아프고 애달픈 사연들을 하나하나 들어주시면서 중생들이 올리는 기도를 흔쾌히 이뤄주시는 것이다. 아픈 사람이 어서 쾌차하길 바라는 기도, 시험을 앞둔 자식을 위한 기도, 좋은 인연 만났으면 하는 기도 등 중생의 바람은 중생 수만큼이나 끝이 없지만 그 많은 바람들을 부처님은 다 알고 다 보듬어 주시기에 사람들은 날이면 날마다 이 도량을 찾아 기도를 올린다.

▲정광사 산신각


간절한 어머니들의 기도가 그치지 않는 정광사의 산신각에는 하루 일과를 끝내고 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일찍이 이곳을 찾아 기도하고 가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기도가 끊이지 않음인지 거기에는 누군가 방금 자리를 뜬 불자들의 좌복이 펼쳐져 있고 여전히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듯하다. 
“어느 누구라도 이곳에서 마음을 내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그 간절한 기도만큼 늘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해주고 삶의 고비를 같이 견뎌주시기에  우리들은 고생을 고생인 줄 모르고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정광사에는 구순의 어르신도 날마다 절을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노보살님이 부처님을 예경하는 모습은 이곳에 다니는 젊은 불자들에겐 또한 살아있는 귀감이 되고 있다. 바로 그 노보살님의 간절한 기도 덕분으로 정광사와 오랜 인연을 맺고 기도하는 노보살님의 따님이 들려주는 기도 이야기도 멀리서 찾은 순례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산식각을 나와 다시 마당에 서니 그곳에는그늘이 넓게 드리운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순례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늘 삶을 기꺼이 견뎌야 한다고… 

▲정광사 범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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