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법문(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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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법문(3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1.3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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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③ : 12연기는 삼세양중인과

12연기는 전생-금생-내생의 삼세(三世)에 걸친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를 말하는 가르침이라는 것이 남방 아비담바와 북방 아비달마의 정설이다.
남방 아비담바와 북방 아비달마에서는 ①무명-②의도적 행위와 ⑧갈애-⑨취착-⑩존재를 두 가지 인(因), 즉 괴로움의 원인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③알음알이[識]-④정신·물질[名色]-⑤여섯 감각장소[六入-⑥감각접촉[觸]-⑦느낌[受]과
⑪태어남[生]-⑫늙음·죽음[老死]을 두 가지 과(果), 즉 괴로움이라는 결과로 이해한다.
이처럼 삼세에 걸쳐서 원인과 결과가 인-과-인-과로 두 번 반복된다고 해서 삼세(三世)양중(兩重)인과(因果)라고 설명하며, 이것을 12지 연기를 비롯한 연기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정설로 삼고 있다.
12연기를 삼세에 걸친 윤회를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12지 가운데 ③알음알이[識]와 ⑪태어남[生] 때문이다. 「대인연경」(D15)에서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만일 알음알이가 모태에 들지 않았는데도 정신·물질이 모태에서 발전하겠는가?”라고 가르치고 계시다. 그래서 주석서에는 12연기의 ③알음알이를 한결같이 재생연결식, 즉 한 생의 최초의 알음알이로 설명한다. 또한 ⑪태어남은 한 생에 최초로 태어나는 것 이외의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①무명-②의도적 행위는 전생을, ③알음알이-④정신·물질-⑤여섯 감각장소-⑥ 감각접촉-⑦ 느낌과 ⑧갈애-⑨취착-⑩존재는 금생을, ⑪태어남-⑫늙음·죽음은 내생을 나타낸다. 이것이 12연기를 이해하는 기본 출발점이다.
『상윳따 니까야』「우현경」(S12:19)에서도 연기는 삼세에 걸쳐서 일어나는 것으로 말해지고 있다. 이 경은 12연기를 네 개의 집합과 20가지 형태를 토대로 하여 삼세양중인과로 해석하는 전통적인 견해의 단초가 되는 중요한 경이다. 
12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12연기는 원인과 결과의 반복적 지속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것을 간과해 버리면 12연기는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진다.
12연기는 괴로움의 원인과 결과의 고리들이 반복적으로 연결되어서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이라는 얼개를 중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 무명 등은 과거의 원인이기만 하고 갈애 등은 현재의 원인이기만 하는가? 그렇지 않다. 『청정도론』에서 ①무명·②의도적 행위·⑧갈애·⑨취착·⑩존재의 다섯 고리는 과거 또는 전생에 지은 원인도 되고 지금 또는 금생에 지은 원인도 된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무명과 의도적 행위는 전생에 더 두드러진 원인이고, 갈애·취착·존재는 금생에 더 두드러진 원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연기의 가르침은 자아·진아·대아·주인공 등의 존재론적 실체를 상정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측면에서 무아(無我)를 드러내는 강력한 수단이다. 연기의 가르침을 24연(緣, paccaya), 즉 제법의 상호의존으로 승화시켜 이해하려 한 것도 제법무아를 이론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내기 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괴로움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연기의 구성요소들, 즉 12지를 모두 소멸시켜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12가지 구성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를 소멸하면 되는데, 특히 괴로움의 원인인 갈애를 강조한다. 그래서 사성제에서도 괴로움의 원인으로 갈애를 들고 있으며 이 갈애가 남김없이 소멸된 경지를 열반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갈애를 없앨 것인가? 팔정도로 대표되는 37보리분법을 닦아서 없애야 한다. 여기까지 법문이 교학이라면, 다음에서 시작되는 열여섯 차례의 법문은 수행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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