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한 땅 이야기
상태바
박복한 땅 이야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1.31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을 위한 소도리
여래심 정인숙(본지 객원기자, 포교사)

사찰에서 기도법회 축원을 올릴 때 ‘사바娑婆(saha)세계 남섬부주(南贍部洲) 해동海東 대한민국大韓民國’ 이라는 대목을 듣는다. 
사바세계 안의 남쪽에 염부나무가 많이 나서 염부주라고 하는 섬부주라고 한다. 이에 섬부주는 지구상 200여 나라가 모두 다 포함한다.
그 속의 발해만 동쪽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주소로 섬부주 남쪽에 위치한 남섬부주다.
섬부주를 남쪽으로 비정하는 중심존재는 수미산이다. 수미산은 인도문화권의 우주 산으로 우주의 중심이 되는 축산(軸山)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삶을 이루는 남섬부주는 박복한 땅이라고 한다. 늘 만족과 불만족이 공존하며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고통의 세계, 즉 불교에서는 사바세계라고 한다. 이것은 다른 세계와 구별되는 명칭으로 ‘참으면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인토(忍土)’ 인계(忍界)라고 한다. 
남섬부주에서는 나의 육신을 지탱하며 살아가기 위해 미생물이나, 생물이나, 내 몸뚱이 하나 살리려고 고기를 잡아서 먹든, 과일을 나무에서 따서 먹든, 공덕을 짓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원결을 지으면서 살 수밖에 없다. 
이에 남섬부주는 박복한 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또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성향이 저마다 각각 다르기에 한마디로 단정하기가 어렵다. 가까이서 보이는 행동과 속마음이 일치하지 않아 따로 따로 표현을 한다. 즉 그 사람의 인격 본 실체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겉으로는 정직한 듯, 교양 있는 듯이 하거나 서로 사랑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가장 가까이 가족과 부부도 서로 믿지 못하는 면도 있다
또는 본 마음속의 복잡한 속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무의식적 거짓말을 하며 사실인 것 같은 표현도 서슴없이 한다. 선의라고 말하면서 남의 것을 탐내고, 서로 믿고 사랑하지 못하여 불신하고, 의식적으로 내 생각과 다른 말 다른 눈빛 몸짓을 하며 자기 자신을 정당화 시키는 행위도 서슴없이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전제로 하여 살아가고 있는 눈물의 세계이지만, 예정된 세계에서 뺏고, 뺏기고 쟁취하고 물고 뜯는 박복한 땅에서 우리는 영원을 갈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먹고 사는 고통, 질병의 고통,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바세계 남섬부주가 지옥보다는 훨씬 좋지만 끝없이 좋은 곳은 아니라고 한다. 영원이 살 것처럼 욕심과 질투의 화신이 아닌, 남이 잘되면 박수쳐주는 아량, 서로서로 사랑하고 격려해 주는 참다운 남섬부주 불제자가 되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