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의 아침-달라이라마와의 행복한 만남
상태바
정토의 아침-달라이라마와의 행복한 만남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1.31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용 스님<오등선원 주지>

최강 한파가 휘몰아치고 하얀 눈이 온 제주도를 덮어도 모처럼 설경이건만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머나먼 인도 부처님 발자취 성지순례 일정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계획했던 일이라 뜻하지 않은 기상 악화로 비행기 운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 다행히 떠날 무렵 날씨가 풀리면서 다소 많은 36명이 순례단 일행은 10여 일 간의 인도 여정에 몸과 마음을 실었다. 
굳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려진 인도는 세계 4대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로 과거 화려한 번영을 누렸던 나라다. 현재 약 13억에 달하는 인구와 지역마다 다른 언어를 쓰고, 힌두교와 불교의 발상지이지만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그러한 부분들이 인도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 내재된 무한한 잠재적 희망도 보인다. 너무 빨리 변해 야기되는 문제가 더 심각한 것에 비하면 천천히 걸어가는 인도의 삶 방식이 그리 싫지 않았다.
석가모니부처님이 태어나고 출가해 깨달음을 얻어 가르침을 펼치고 열반에 드셨던 곳이지만 지금의 넓은 인도 땅에 아주 한정적인 장소였다. 현재 불교는 사적지만 인도에 남았을 뿐 과거 역사의 한 부분으로써 기억되고 있음에 슬펐다.
부처님 생애가 깃든 성지를 많은 순례자들이 발길을 거쳐 가는 것은 아쇼카대왕이 아니었으면 가능했을까. 바이샬리 대림정사 숲에서 아쇼카 대왕의 석주를 어루만지며 숱한 시간 땅 속에 묻혀 눈 밝은 이의 발길을 기다렸을 부처님의 흔적들.
아쇼카의 신심으로 지금 이 순간 부처님 성지에 내가 서 있고 내 눈으로 보고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벅찼다. 인도 성지순례 일정 중에 그 어떤 것보다도 이 생애 있어 어쩌면 다시는 없을 보드가야에서의 달라이라마와의 친견이 내 성지순례 기억에 오롯이 남았다.
부처님 성도지 부다가야 마하보리대탑 순례를 마치고 다음날 티베트사원에서 달라이라마법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 이상 최고의 선물이 없을 듯 했다. 잠을 설치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 순간을 기다렸다. 


수차례 생명의 위협을 무릎 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법회를 여는 달라이라마의 여여한 모습, 언론에 등장하던 모습과 또 다른 감동으로 전해졌다. 수많은 불자들이 ‘옴 마니 반메훔’을 염하며 일사분란하게 법회 시작을 두 손 모아 기다렸다. 
달라이라마 음성이 들리는 순간, 오로지 그 음성만을 들을 수 있었고, 일시에 모든 번뇌를 내려놓게 만들었다.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 불리는 ‘달라이라마!’
“관세음보살은 자애와 연민심을 지니었으며 그 자애와 연민은 모든 생명있는 중생들에게 베풀어야 하며 심지어 자신을 자애롭게 하는 그 어떤 것에도 가져야 하며, 올바른 삶의 길을 열어준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은 당연히 번뇌를 내려놓기 위함이다. 부처님께 올리는 최고의 공양은 보리심 곧 지혜로운 마음이다.”
“석가모니부처님 제자들인 여러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한 곳에 앉아서 경전을 음송하는 소중한 기회에 참여할 수 있던 것에 깊이 감동하고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사회체제들이 실패했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비롯한 세계적 종교들의 가치는 여전히 인류사회에 살아있고, 우리들의 삶과 마음에 또한 많은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종교가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들이 각 종교 수행자들의 마음속에서 자라나길 바라며 그러한 종교가 더 이상 갈등과 투쟁의 근거도 사용되지 않고 지구촌의 거주자들 사이에 협력과 폭넓은 상호 이해를 끌어내기를 바라며 개인들의 노력을 통해 오늘 중생들의 행복이 보장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관음의 화신 달라이라마와의 짧은 법회의 만남은 남은 시간의 긴 여운으로 또 다시 나를 세우는 기회가 되었다. 아쇼카 석주에 새겨진 “진실은 승리한다”라는 글귀가 앞으로 인도의 무한한 발전을 암시하는 듯 하다. 따라서 역사 속의 부처님이 아닌 살아있는 불교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했던 인도 기원정사에서 순례자들이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