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로 세배하고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덕담 나눈다
일주일 후면 무술년 설날이다. 이날은 멀리 떠나 살고 있는 가족들이 부모와 형제자매를 찾아 고향에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면서 서로를 위해 축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이와 같은 풍습은 멀리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다고 하니 가장 오래된 우리의 세시풍속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요즘은 설을 맞이해 가족 간 소통의 기회를 삼기보다는 그저 황금연휴로만 생각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간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세태 속에서 불자들만이라도 설날을 제대로 된 소통의 시간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설날 가정법회
제주시 노형에 사는 한 불자는 “설날은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아이들에게 평소 느껴왔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시간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불자의 집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법회를 마련한다. 차례 상은 간단하게 떡과 과일을 올리고 공양도 삼색 나물무침에 떡국 정도로 간단히 한 후 술 대신 차를 올려 삼귀의를 하고 가족들이 함께 만든 발원문을 읽고 반야심경을 독송한다. 이것으로 차례에 앞서 간단한 가정법회를 대신한다고 한다.
부부가 모두 불교대학을 졸업하면서 종단에서 나온 불교식 차례를 올리는 법에 따라 정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불자도 있다. 특히 육법공양을 올리고 난 후 다소 줄어든 경비를 모았다가 가까운 절에 가서 다시 한 번 회향한다. 가정 법회를 하면서 부처님의 소중한 가르침을 회향으로 마무리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한다.
#새해 덕담
한편 새해에 나누는 덕담 또한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을 담아 나눈다면 더욱 의미가 깊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듣는 새해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말이 있다. 최근에는 불자들이 복을 많이 받으려면 먼저 복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라고 덕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스님들도 새해를 맞아 세배하러 오는 불자들에게 덕담 한마디 건네면서 더욱 행복한 불자가 되길 축원하다. 주로 하시는 덕담이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이 한 마디의 축원으로도 넉넉한 마음을 전해 받을 수 있다. 진심이 담겨진 한 마디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힘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불교연합회장 관효 스님에게 설날의 의미를 여쭈었다. 스님은 먼저 “설날을 맞이해 불자들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동안의 일들을 참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묵은해의 업을 소멸한다는 의미에서도 참회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설날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므로 다정하고 자애로운 마음이 담긴 덕담을 건네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자식들은 부모님에게 ‘존경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부모는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라고 다정하게 덕담을 건넨다면 가족 간의 무슨 다툼이 생길 것인가를 이야기 하신다.
스님은 또 “설날은 어느 때보다도 불자들이 지혜가 반짝이고 자비심을 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며 “어른들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누구에게든 따스한 마음을 전하면서 불자 스스로는 더욱 성숙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무엇보다 인정이 넘치는 따뜻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