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론-계향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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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계향戒香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3.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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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김승석 (본지 편집인, 변호사)

우수를 앞두고 뜰 안의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피우고 있다. 지난겨울 폭설과 한파로 개화 시기가 한 달쯤 늦은 것 같다. 
20년 이상 된 백매는 새하얀 꽃을 활짝 피웠는데 그 곁에 있는 능수 매화는 아직 더디다. 매화나무의 일종인 능수 매는 능수버들처럼 가지가 늘어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로부터 땅을 향하여 조용히 꽃을 피운다 하여 겸손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옛 선비들은 이른 봄추위를 무릅쓰고 가장 먼저 피는 매화를 사랑했다. 매화의 향기나 매무새, 단아한 분위기까지 시인 묵객들의 총애를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매화를 좋아해서 집 주변에 매화나무를 많이 심었다. 5월말이 되면 푸른 매실을 수확한다고 일손이 바빠진다. 매화나무와 아기동백 그늘에 함께 자리한 수십 송이 수선화들이 뿜어내는 향기도 이른 봄 정취를 더해 준다.
매화는 사군자의 맨 처음으로서 일생을 춥게 지낼망정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해서 선비의 곧은 지조에 즐겨 비유된다. 매향을 닮고자 옛 선비들은 매화의 시를 읊고 그리기를 즐겼으며 뜰에는 매화를 심어 군자의 덕성을 배우고자 노력하며 자신과 동일시했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향내가 나지 않는다. 매향도, 난향도, 수선화 향도, 전단향도 마찬가지. 그러나 착한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서도 온 사방에 퍼진다. 이들 향기 중에서 계행의 향기가 최상이다.
말을 조심하고 마음을 잘 절제하고 몸으로 나쁜 짓을 행하지 않을 때 비로소 계로서 향기가 나는 것이지, 쇠에서 생겨난 녹이 그것에서 생겨 바로 그것을 먹는 것처럼 자신의 더러움과 허물은 향기는 고사하고 바로 여기, 이 세상에서 자신의 뿌리를 파낸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갖추더라도 교활한 도박꾼이 운이 나쁜 주사위를 감추듯이 감각적 욕망의 꽃을 따는 집착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낮은 자리에 있는 여성에게 성적 괴롭힘을 줌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높은 자리의 남성들이 덫에 걸린 토끼처럼 날뛰고 있다. 자신의 허물을 드러내 반성은커녕 구차스럽게 변명하는 모습이 낯 뜨겁다. 
문화·예술계에 만연했던 성폭력·성추행·성희롱 스캔들이 검찰, 교육계, 종교계, 정치권 등 도처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며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미투Me Too란 ‘나도 당했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며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이라는 공감의 울림이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권력형 성폭력 문화가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남성 우월주의를 해체하여 성적 자유와 평등의 인권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거룩한 의지가  담겨 있다. 
용기를 낸 피해 고백마저 일부 정치권에서는 ‘꽃뱀론’, ‘음모론’ 등으로 폄훼하거나 ‘펜스룰’ 을 내세워 여성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펜스룰’이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언급한 규칙으로 ‘아내 외의 여성과는 단 둘이서 식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의 행동이 선(善)하든 불선(不善)이든 이를 선도하는 것은 각자의 의지적 생각임을 깨달으신 부처님은 “인간이란 자기 자신이 지은 생각의 주물 공장에서 스스로 찍어낸 작품일 따름이다.”라고 말씀하시며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사람들의 윤리적 쇄신을 강조하셨다. 
향후 5년 내 우리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이 56%로 진입할 경우, 직장 내 페미니즘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벌이 꽃의 색깔이나 향기는 다치지 않고 꿀만 따가지고 날아가듯이 이제 남성들도 공존과 상생의 지혜를 계발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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