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의 아침 - 아이들의 웃음
상태바
정토의 아침 - 아이들의 웃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3.21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익 수(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을 웃고 살까.
아이들은 하루에 400번을 웃는데, 어른들은 기껏해야 15번밖에 웃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웃음에 인색한 편이다.
얼마 전 어린이집을 졸업한 막내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기대와 설렘으로 가족들은 한편으론 두려워하지는 않을까, 겁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자기 몸 만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자마자 단단히 잡았던 할아버지 손을 뿌리치고는 고삐 놓인 망아지처럼 학교를 향해 모험을 떠난다. 
요즘 아이들의 책가방은 기능성이 많고 디자인이 세련돼있어서 보기만 해도 딱 멋지다. 책가방 뒤쪽에는 얼마 전에 끝난 평창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매달고 있었다. 십여 미터쯤 뛰다 뒤돌아보고, 또 십여 미터쯤 뛰다 뒤돌아보면서 할아버지와 사이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니다. 그럴 때마다 ‘달랑거리는 수호랑 인형’은 싱글벙글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손자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 차올랐다.   
웃음과 관련된 한자성어도 여러 가지가 있다. 방안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모두 흡족해 크게 웃는 ‘만당홍소滿堂哄笑’, 껄껄거리며 한바탕 크게 웃는 ‘가가대소 呵呵大笑’, 손뼉을 크게 치며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 즐거운 표정으로 빙그레 웃는 ‘파안대소 破顔大笑’ 등 웃음들 사이에도 격에 차이가 있다.
해맑고 앳된 얼굴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웃음을 만나보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로 발길을 돌려보라. 그곳에서 당신이 잃어버린 웃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노란 꽃 개나리가 작은 미소로 다가오고, 향기로운 매화 꽃 웃음도, 벌건 장미꽃의 함박웃음도 만날 수 있으며…. 계절에 관계없는 풋풋한 웃음소리를 접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우리 주변은 점점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성싶다. 소중한 웃음을 선물하는 아이들의 앳된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입학생이 없거나 학생 수가 줄어들어, 문을 닫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있고, 통합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아예 갓난 아이 울음소리가 끊어진 마을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작은 고난이 두려워서 부모 되기를 기피한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지 않을까.
어린이들의 티 없는 웃음소리는 신선한 생활의 활력소를 불어 넣는다. 밝고 맑은 웃음소리가 멀리 멀리 또한 넓게 넓게 퍼져나가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고 행복한 세상이 아닐까.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웃을 일이 없어도 억지로 웃는 일을 잊지 않고 웃는 데 애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