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무에서 열매를 맺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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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무에서 열매를 맺어야 한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3.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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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덕스님의 마음법문

추운 한파를 이겨낸 꽃과 나무들은 따뜻한 봄소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서서히 힘을 내며 조금씩 새싹들이 올라오더니 꽃망울을 맺는다. 
추운 겨울을 강건히 버텨내며 꿋꿋이 참아낸 장한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의 강인함을 엿보게 된다. 만약 나무와 꽃들이 약해서 눈바람 속에서 강추위를 이겨내지 못했다면 이른 봄에 다시 꽃봉오리도 피우지도 못 한 채 얼어 죽었을 것이다. 
자연의 이치와 사람 사는 평범한 일상생활도 이와 마찬가지다. 한 평생을 살아가며 사바세계의 일상생활도 만만치 않다. 우리 주변엔 항상 위험과 고비가 도사리고 있다. 또 어느 때든 힘든 고통과 시련이 폭풍처럼 몰려오면 우리는 크게 좌절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세상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어느새 힘을 낸다. 못난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희망을 꿈꾼다. 
수행도 이와 같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한 납자들도 수십 년을 산사와 자연에서 공(空)한 도리를 일깨운다. 그리하여 매일 정진하고 공부를 지어간다. 문득 어느 날에는 마음속에 일어나는 수많은 번뇌 망상과 알음알이 속에서 내면과의 갈등을 일으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다시 머리를 비운다. 또 다시 화두와 참선 속 선정에 들어간다. 그렇게 긴 세월을 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초지일관의 정신과 물러서지 않는 불퇴전으로 더욱 정진한다. 인욕심으로 한 단계 두 단계, 넘고 넘어 강한 수행력으로 무장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속가든, 출세간이든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만약 생각한 모든 일들이 쉽게 된다면 우리의 마음에는 교만함이 생긴다. 겸손과 하심하는 마음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수행하는 자라면 마음 안에서 구하고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 만약 깨달음을 마음 밖에서 구하려 한다면 알 수도 얻을 수도 없다. 
깨달음은 오로지 내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 내 나무에서 새싹이 나고 꽃봉오리가 하나 둘 피어날 때 나무에 열매가 열려, 모두에게 나누고 베푸는 자비심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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