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항쟁기 제주불교의 사회참여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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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항쟁기 제주불교의 사회참여 활동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3.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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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금순 문학박사의 제주4.3항쟁과 제주불교의 수난<2>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미군정.정부수립기 불교의 사회참여 활동과 수난’이란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한금순 문학박사는‘제주4.3항쟁과 제주불교의 수난’이란 주제로 강연했는데 이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주>

 

 

주제발표를 하는 한금순 박사.

1. 해방기 제주불교의 사회참여 활동

해방 이후 제주사회도 해방 정국 한국사회 흐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제주 불교계 또한 이러한 사회적 흐름과 보조를 같이한다.
해방으로 불교계는 일제하 불교에서 벗어나 한국불교 본연의 모습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1945년 8월 20일 경 조선불교혁신회가 구성되고, 1945년 9월 22일과 23일 양일간 전국 승려대회가 개최되었다. 일제의 사찰령에 의한 식민지 불교를 극복하고 새로운 교단을 만들고 친일불교를 혁파하고 수행승이 위주가 되는 민족 전통의 불교를 정립하기 위한 의안을 결정하였다.
전국 승려대회의 결정은 전국 불교에 영향을 끼쳤으며 제주불교도 그 실천의 일환으로 조선불교혁신 제주도승려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제주도승려대회 준비위원장이었던 이일선의 활동을 통해 제주4.3항쟁기의 제주불교의 제주사회 참여활동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조선불교혁신 제주도 승려대회의 활동 모습부터 살펴보겠다. 제주불교 자체적으로도 새로운 국가 건설과 함께 불교도 개혁의 시점이라고 인식하여 ‘조선불교혁신 제주도승려대회’를 개최함을 선언하였다. 
이번에 자유 해방의 발걸음을 맞춰 기 체제를 개혁하려 신앙 자유와 이 땅에서 자치운행의 큰 걸음 내디디게 된 이 기회로 종래의 교단 기구에 일대 변혁을 행함과 동시에 건국 정신과 발걸음을 맞추어 전국적으로 각파의 불교단체를 통합하여 신조선의 불교를 재건하려는 역사적 대이상의 실현을 보게 되었다.

 낙성동 4.3 성터 (출처: 제주4.3아카이브)


해방에 발맞춰 기존 체제를 개혁하기 위해 교단도 일대 변혁을 행하고, 건국 정신과 발맞춰 전국적으로 신조선의 불교를 재건하려 한다고 승려대회의 목적을 밝혔다. 제주불교는 새로운 시대가 일제의 규제로 인한 구속에서 벗어나 자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임으로 불교 교단의 통합을 통해 불교를 재건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 승려대회는 당시 제주도의 82개 사찰 중 80개의 사찰이 참여한 제주불교 전체의 움직임이었다. 승려대회의 준비위원장은 승려 이일선이었고, 회의진행으로 관음사의 오이화가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승려대회는 이틀에 걸쳐 진행하였는데 13개 의안을 논의하였다.
-. 의안상정 
가. 건국정신 진작의 건
원문상씨로부터 동서로 순회포교사를 2명을 정하여 포교하자는 제의에 이일선씨 특의로 강연대를 파견하여 포교하자는 의견에 대중일동은 만장일치로 무위가결다.
승려대회는 교무원을 운영할 것, 강원을 설치하여 인재를 양성할 것, 대중불교를 실현할 것, 사찰을 정화할 것 등의 13개의 의안 중 하나로 건국정신 진작에 관한 건을 논의하였다. 해방으로 제주불교는 우리나라 전체 사회분위기에 맞춰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고자하는 건국정신을 진작시키자는 의안을 다루는 것이다. 
이러한 제주불교의 사회참여 인식은 더 나아가 제주사회의 현안에 깊숙이 참여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제주도승려대회 준비위원장이었던 이일선은 제주4.3항쟁 발발 원인이 되는 ‘3.1기념행사 제주도위원회’의 선전동원부에 소속되어 활동에 참여했다. ‘3.1기념행사 제주도위원회’는 1947년 3.1절 기념행사를 전도민의 행사로 치르기 위해 구성한 제주도의 관공서와 사회단체, 교육계 등이 망라된 조직이었다. 3.1절 기념행사는 제주도 민주주의 민족전선이 행사 준비를 주도하였다. 제주도 민전은 1947년 2월 23일 결성되었고 제주불교의 승려 이일선은 민전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준비 중이었던 제주도 민주주의민족전선 결성대회는 지난 23일 상오 11시부터 도내 읍면 대의원, 각 사회단체 대표 등 315명, 방청객 200여명의 참석으로 초만원인 가운데 이일선씨 사회로 개막되어 …생략… 
의장단 안세훈씨 이일선씨 현경호씨
부의장단 김택수씨 김상훈씨 김용해씨 오창흔씨
집행위원 김정노씨 외 33명 
이일선은 제주도 민주주의 민족전선 결성대회의 사회를 맡았으며, 안세훈 현경호와 함께 의장단에 선출되었다.
제주 민전의 활동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친일파 민족반역자 규정에 대하여 조몽구씨로부터 본 도민에 있어는 일제시대의 주구들이 어느 정도 자백하고 있으나 신판 반역자가 출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생략…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반동하여 오던 자에게 대해서는 엄격한 자기비판 아래 반성하는 자는 민전으로써 포옹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는 등

4.3성터(출처: 제주4.3아카이브)


민전은 친일 반민족행위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방선거에 대한 의견 표명, 3.1절 기념행사의 평화적 진행, 민생문제 해결책 제시 등을 논의하고 의견을 표명하였다.
지방선거 행동강령에 대하여 긴급동의로써 민전 11개조 요구조건을 관철하여 달라는 진정서를 하지 중장에게 보내기로 하고 만일 11개 요구조건을 불승인하면 지방선거에 참가하지 않을 것을 결의하여 태도를 분명히 한 다음, 3.1절 기념행사에 대하여 안세훈씨로부터 질서정연히 평화리에 행하여야 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긴급동의로써 도령(道令) 제5호를 철회하라는 항의문을 도 당국에 제출할 것을 가결한 다음 고창무씨로부터 민생문제에 대하여 의식주의 해결책을 역설, 일체의 배급기관을 인민의 손에 넘겨주는 것만이 양책(良策)이라는 점을 강조
미군정은 3.1절 행사 때 시위를 불허한다는 등으로 민전과 이견이 있었고 민전 의장단과 미군정 당국은 몇 차례 협의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3.1절 기념행사가 진행되었다. 제주북국민학교에 제주읍·애월면·조천면 주민 3만여 명이 모였다. 3.1절 기념행사가 끝나고 시위 도중 경찰이 6명을 총으로 사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3.1사건은 제주4.3항쟁의 도화선이 된다.
이 시기 이일선이 제주북국민학교에서 대중연설했던 것을 기억하는 증언자가 있다.
북국민학교에서 신탁통치 운동할 때, 겨울이었는데‘서쪽에 저 동백꽃을 보라’고 하면서 연설을 했는데 
이일선은 이렇게 대중연설로 제주도민을 만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제주불교 승려 이일선은 해방 이후 자주적인 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여 제주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승려 원문상은 2.7사건에 단독선거 반대에 참여 하였으며, 이세진은 4.3항쟁 발발 이후 입산하여 무장대 수뇌부 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의 사회참여 활동을 보인다. 
또한 제주도승려대회로 결성된 제주불교 교무원은 3․1사건으로 인한 희생자 유가족 조위금 모집에「제주신보」에 조위금을 기탁하는 것으로 참여한다. 
총액 26만 7,000원 도파 / 본사 기탁 조위금 마감
3.1사건에 의하여 희생된 10여명의 사상자 유가족에 대한 조위금 모집을 본사 사회부에서 착수하였음은 기히 도민 제현이 주지의 사실이거니와 그 후 예기(豫期) 이상의 다대한 성과를 거두어 3차에 긍(亘)한 마감 연기 끝에 본월 15일로써 드디어 마감하기로 된 바 본사 기탁분 총액이 16만 7,118원 15전에 달하였사온데 …생략… 오로지 도민 제현이 숭고한 동포애에서 우러난 열과 성으로써의 후원의 결과라고 깊이 느끼는 바이오며 …생략… 방명(芳名)과 금액을 게재하오니 …생략… 교무원 200원 …생략… 총계 26만 7,118원15전 야(也)
이와 같이 제주불교는 제주4.3항쟁기 제주사회의 현안에 적극 참여하여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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