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법문 - 적명 스님(문경 봉암사 수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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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법문 - 적명 스님(문경 봉암사 수좌)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04.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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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신문은 지난 7~8일 꽃샘 추위에도 문경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을 친견하는 순례 프로그램인 ‘적명 스님 친견하러 가게마씀’을 진행했다. 지난 7일 봉암사 주지실에서 적명 스님은 제주불자들에게 감로의 법을 전했는데 이날 주요 법문 내용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참 나’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멸제(滅諦)의 뜻

 

출가 후 25살에 제주 월정사서 ‘포교와 수행’ 다짐

신도들은 신통력 가진 스님을 원했고 그 길로 떠나

 

부처님이 말한 사성제의 멸과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진여의 뜻은 선불교에서 ‘참 나’를 주관화해서 표현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절에 와서 산지가 벌써 60년 세월이 흘렀네요. 제가 이제 80이니 말입니다. 60년 동안 승려 생활을 하면서 제주에서 생활한 것은 3~4년 된 것 같아요. 제가 스물다섯 살 즈음 지리산에 살다가 한라산에서 용맹정진을 하고 싶어서 고향인 제주도에 갔어요. 겨울 한철을 살 생각에 걸망을 메고 제주에서 탁발을 했어요. 그리고 아는 지인에게 빈 집이 없는지 물었지요.

한 지인이 “제주시 정실에 빈 절이 있다”고 해서 가 봤더니 ‘월정사’라는 절이 있었어요. 그 안에 1948년 4‧3으로 집들이 불타버려서 주민들을 위해 재건한 ‘난민구호주택’이라고 50동이 있었습니다. 그 도량 안에 월정사라는 초가 법당 있었어요. 도량에는 풀들이 가득하고 법당에는 먼지가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풀 뽑고, 먼지 닦다보니 한 보살님이 절에 올라오셨어요. 그러다 오라리 신도들이 100여 명 씩 늘고 그랬어요. 제가 월정사에서 한 2년을 산 것 같아요.

저는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살자고 마음먹었어요. ‘포교하고 수행하며 살자’고 말입니다.

그래서 신도들에게 “초하루와 보름에는 한 번씩은 불공도 하고 법문도 듣자”고 제안하니 신도들도 “예수 믿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도 가는데 보름에 한번은 못 가겠어요”라며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낮에는 바쁘니까 저녁 먹고 부처님에게 마지를 올리고 법회를 했어요. 신도들은 저녁 먹고 오라리에서 걸어오셨으니, 법회가 끝나 돌아가면 새벽 1~2시 되고 그래요. 나중에 들으니까 한 보살이 너무 힘이 들었나 봐요. 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담에 기대어 잠들어 버렸대요(웃음). 그런걸 보면 신도들이 참으로 열심히 다녔어요.

그런데 1년 지났을 무렵, 저하고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뭣이, 안 맞나’하면 제가 해주려고 하는 것과 신도들이 원하는 게 방향이 달랐어요.

신도들은 제 법문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신도들이 원하는 것은 일상생활에 도움 되는 것을 원해요. 아이가 아팠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우리 신랑이 무슨 일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 등의 그런 질문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가만히 보니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닌 겁니다. 중생을 제도한다는 것은 큰스님처럼 신통력을 통해 아픈 것도 낫게 만들어야 중생을 제도하지 신통도 없는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2년 동안 정이 붙었는지 제가 간다고 말하니 보살님들이 울고 난리가 났어요. 가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신통력을 발휘할 때 오겠다고 말하고는 걸망을 메고 떠나게 됐지요.

어째든 제주 불자님들이 오셔서 제주도에서 생활했던 추억을 말씀 드렸고요. 고향에서 오신 분들이니 신행생활하면서 궁금했던 점,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무아’인데 어떻게 ‘참 나’가 있을 수 있냐고 합니다. 무엇이 바른 것인지요?

 

요즘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기본이 ‘무아(無我)’라고 되어 있습니다. 선불교에서는 이를 ‘참 나’ ‘불성’ ‘영원불멸’이라고 합니다. 불교사를 배운 이들은 의심을 하게 되고 비방하게 됩니다. 부처님은 ‘무아’라고 했는데 ‘참 나’가 있을 수 있느냐라고 말입니다.

선불교의 ‘참 나’는 멸제(滅諦)입니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고집멸도(苦集滅道)입니다. 그런데 가장 핵심은 멸제입니다. 고는 우리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고, 고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부터 파악할 때 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의 욕구를 멸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고에서 멸에 이르는 방법은 팔정도입니다. 사성제는 초기법문에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대승경전 화엄경에도 나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모든 고의 문제를, 원인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소멸함으로써 고에서 벗어난다고 말합니다. 대승과 소승, 불교에서 기본입니다.

멸은 소멸이라는 것으로 완전히 없애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틀린 것은 아닌데 오해를 해요. ‘아무것도 없는 것이구나’라고 말입니다.

초기경전을 공부하는 이들이 빨리어 장경과 또 하나는 아함경을 근본으로 삼습니다. 아함경에 보면 해탈경에 이런 게 있어요. ‘해탈이 변지해탈’. 해탈은 멸의 상태에 이르렀을 때 분명히 스스로 자각한다는 뜻입니다.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해탈했을 때 해탈했다는 자각이 분명히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이것이 대승불교의 ‘진여’의 뜻과 같습니다.

아라한이 되면 사자후를 한다고 합니다. 첫째는 나의 생이 다했도다. 둘째, 내가 판단하고 알아야 될 것을 다 알았다. 셋째 부처님이 행해야 할 행을 완성했다. 넷째, 윤회는 끝났으니 다음 생은 없다.

이 뜻이 무엇이냐 하면 아라한이 되면 이 같은 네 가지의 뜻을 완전히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자각이 있기 때문에 ‘나는 다 완성됐다’고 외치는 겁니다. 자기 깨달음 상태를 충분히 인지한 것입니다. 이 자리를 대승불교에서 ‘불성’, ‘진여’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승불교에서 ‘참 나’는 근본(根本)마음이라고 해요. 마음에는 근본마음과 지말(枝末)마음이 있어요. 지말마음이 다 떨어져나간 자리는 근본마음만 남아요. 지말마음란 무엇인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움직이는 마음, 즉 욕심내고, 성내고, 화내는 것을 말합니다. 근본마음이 이런 모든 분별이 다 떨어져 나간 자리입니다. 그 마음자리가 떠나버린 자리가 마음이 없어진 거잖아요. 이를 무심(無心), 무념(無念)이라 부릅니다. 육조 스님도 ≪단경(壇經)≫에서 무념이라고 말했어요. 무념이나 무심을 수행의 근본으로 삼아요. 이것을 근본마음이라 합니다. 모든 마음이 떨어져 나간 상태를 말합니다.

그럼 멸제라는 것은 무엇이냐. 멸제를 설명할 때 ‘갈애욕구의 멸’이라고 합니다. ‘갈애’라는 것은 어떤 것에 집착하는 것을 말해요. ‘욕구’는 어떤 것이 있으면 갖고 싶어져요. 그래서 갈애욕구가 다하면 고(苦)가 멸한다고 했거든요. 갈애욕구는 우리의 마음을 말해요. 갈애욕구가 있으면 오만 마음이 일어나는 거예요. 갈애와 욕구가 사라져버리면 생각이 다 끊어져 버리는 겁니다. 갈애욕구가 멸했다는 것은 일어날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무념, 무상자리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부처님의 말한 사성제에서 멸의 의미는 지말마음이 다 사라져 어떤 분별도, 어떤 욕망도 다 사라져버린 곳입니다.

부처님이 말하는 사성제의 멸과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진여의 뜻은 선불교에서 ‘참 나’라는 것으로 주관화해서 표현하는 거예요.

선불교에서는 부처도 부정해 버려요. 선불교 말고는 부처를 죽이겠다고 하는 곳이 없어요.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말 들어 보셨죠. 부처도 때려죽이고, 조사도 때려죽이겠다는 말입니다. 부처도 부정하고, 조사도 부정하는 이런 곳에 ‘참 나’ 따위를 어떻게 두겠어요. 선불교처럼 일체 깨달음도 부정하는 이곳에 나 따위가 붙을 곳이 없어요.

‘참 나’는 ‘진여’를 주관화해서 표현했어요. 이는 말의 유희에 지나지 않아요. 선불교에서 말하는 ‘참 나’라는 것은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불성’, ‘진여’의 뜻이고, 근본불교에서 말하는 멸의 뜻과 똑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 나’의 뜻을 오해해서 브라만 계통에서 ‘진아’ 즉, 모든 존재하는 것은 ‘참 나’가 있다고 말하는 개념하고는 말만 비슷하지 전혀 다른 것을 아셔야 합니다. 참 나의 뜻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멸제의 뜻입니다.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호에는 불자들의 육식에 대한 법문 내용을 정리합니다.>

/정리=문경 봉암사서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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