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열린마당 오피니언
향기나는 에세이-후두둑 빗방울 소리 떨어지는 차실에서…
윤 선 희(자비명상가)

며칠 동안 청소하고 정리한 덕분에 창고 같은 분위기에서 제법 아늑해진 차실이다. 엄마는 원래 창고로 쓰던 공간을 유리 창문 달린 벽을 달아서 차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셨다. 오랫동안 차와 차도구를 좋아하시더니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즐기며 사신다. 나는 덩달아 홀짝 마셔보다가 이제는 진지하게 내 식으로 마시고 싶어졌다. 
유리창문과 지붕으로 들어오는 봄 햇빛이 따갑길래 대나무 발을 있는 대로 활용해서 가리개를 해보았다. 특히 잘 만들어진 발 하나를 오후 햇살이 오랫동안 비치는 큰 창문에 내렸다. 
마침 비가 오는 오늘은 눈앞에 걸려있는 발을 바라보다가 예전 수묵화에서 묘사된 싸립문과 초막과 시냇물과 바위가 맑게 번져있는 풍경을 떠올려본다. 여행에서 느꼈던 비오는 인도에서의 기억이 먼저 떠오르면 다시 수묵화를 떠올려본다. 그림에 묘사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생활에서 깊게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판단하면서 언제나 그런 노력을 스스로 해보는 편이다.
친환경 활동을 함께하는 선배님들이 방문해주시기로 하셨다. 나는 이른 아침에 들이닥치듯 오셔서 드시자고 청했다. 작은 앞마당에 심어놓은 수목들이 아침에 얼마나 싱그러운지, 마당의 낭만적이고도 경제적인 이 공간에서 죄의식 없이 즐길 수 있다고!
아무리 좋은 것도 혼자보다 알아주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즐거워진다. 이제 알고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선배분들과 데쳐서 푹 익힌 나물거리 무쳐먹듯이 그 자리서 이야기도 나누고 먹기도 한다. 사실 처음 만났어도 예전부터 아는 분들인 것 같다. 내 시간과 이곳의 시간이 다른 것 같은 거리감을 잘 조율해보려 노력했고, 연장자분들의 이해가 깊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언젠가 쌉사름하면서 시원하게 느껴지는 커피의 맛을 느끼고는 그 후로 잘 내린 커피 한잔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비가 내리면서 추운 오늘은 혼자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혼자인 순간을 살아가는 지금도 지붕에 빗방울 소리가 떨어지고 있다. 후두둑 빗방울이 듣는 소리를 이 차실에서 자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저작권자 © 제주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불교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