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꽃이 손끝에서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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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꽃이 손끝에서 피어나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8.04.18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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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전통지화전 4월말까지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열려

 흙과 햇볕과 바람과 비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듯이 한 송이 아름다운 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를 자르고 자른 종이에 꽃잎을 물들이고 주름을 잡고 한 잎 한 잎 겹치는 수고로움을 들여야 한다. 이렇게 한 송이 전통지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지화를 만드는 장인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기에 한 송이 꽃이 완성된 기쁨은 비할 바 없이 크다 할 것이다. 


제주전통지화가 한꺼번에 아름답게 꽃피운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거문오름 입구에 위치한 세계자연유산센터를 찾는 도민과 관광객들은 마치 꽃향기를 찾아 날아오는 벌과 나비처럼 전통지화에 눈길과 발길을 머물며 아름다운 종이꽃을 감상한다. 
지화 스님과 제주불교장엄연구회가 마련한 제주전통지화전이 오는 4월말까지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겨울을 이겨낸 매화꽃잎도 손끝으로 빚은 작은 꽃술과 꽃잎으로 정성스럽게 피어났다. 열다섯 장을 각기 다른 크기로 잘라서 한 잎 한 잎 겹쳐 만든 국화도 계절을 뛰어넘고 탐스러움을 드러냈다. 꽃술의 분가루가 흩날릴 듯 묻어나는 목련도 고귀한 자태를 보여준다. 둥근 연잎 위에 얼굴을 내민 친근한 연꽃도 싱그러운 연못을 옮겨놓은 듯 밝게 피어났다. 


손으로 만든 꽃과 화병이 조화로움을 이뤄내면서 그대로 멋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는 전통지화는 우리 옛 선인들의 지혜가 그대로 묻어있는 전통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삼국시대 부터 만들어졌다는 지화는 주로 사찰과 왕실의 장엄으로 써왔으며 민간에서는 집안의 큰 경조사에 쓰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전통문화유산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특히 불교에서는 꽃공양을 올리려는 신심이 그대로 전통지화공예의 정신으로 이어지면서 손끝의 정성스러움이 모든 꽃들을 피워내고 그 꽃들로 법회를 장엄해 부처님의 진리에 대한 찬탄과 예경을 드러냈다. 그렇게 올려진 꽃공양으로 사람들의 마음 또한 꽃처럼 고귀하고 향기롭기를 바랐다. 
이번 제주전통지화전시회는 제주에서 지화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지화 스님(흥룡사 주지)을 비롯해 제주불교장엄연구회 회원들이 손길이 함께 들어있다. 
제주불교장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지화 스님은 “제주전통지화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한 현실을 감안할 때 아직도 미흡한 전통문화에 대한 지원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을 잘 살려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서 행해지는 문화예술, 특히 전통문화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펼쳐질 때 전통문화예술에 집중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개인들의 노력으로 일궈내고 있는 제주전통지화에 대한 사랑이 꽃 피운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전통문화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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