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원장, 취임하며 직원 자존감 회복 최우선
직원들 자존감은 어르신들 케어와 직결되기 때문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성산포 수산리 미타요양원(원장 김영국). 그때와는 사뭇 다른 더욱 활기찬 분위기로 다가왔다. 그 이전에는 직원들이 손님이 찾아와도 환하게 맞아주는 미소가 아니었다. 왠지 직원들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듯 보였다.
원장이 바뀐 탓일까. 아니면 직원들이 일부 바뀐 탓일까. 지난 12일 찾아간 미타요양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직원들의 얼굴엔 해맑게 방실방실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또한 어르신들 특유의 냄새가 그동안 요양원에 풍겼지만 무엇으로 잡아냈는지 상큼함이 코끝을 간질인다. 태고복지재단에서 기부받은 후원금을 공기청정기 5대를 구매, 경내 곳곳에 설치했던 것. 이 뿐만 아니라 시설 내 찢어진 벽지를 도배하고, 내부 페인트 도색, 낡은 안내 표지판은 보수하자 미타요양원도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노후된 어르신 휠체어 20개를 교체했고, 전 직원들의 명찰을 패용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이 같은 결단은 쉽지 많은 않았다. 쪼들린 요양원 살림에 공기청정기 등의 환경개선은 언강생심이었지만 김영국 태고복지재단 사무국장이 지난 3월 15일자로 원장에 취임하며 가장 큰 결단을 내린다. 원장과 직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어르신들의 케어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제가 부임했을 때는 직원 간의 내부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사실, 종무원에서 근무하다가 이 같은 갈등을 진화하기 위해 투입된 마무리 투수나 다름없었어요.(웃음) 가장 우선시 생각한 것은 저와 직원들 간 신뢰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낮은 자존감은 어르신들의 케어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여러분은 천사입니다. 믿고 따라와 주신다면 날개를 달아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김 원장도 잘 알고 있었다.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다.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고되더라도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김 원장은 직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솔선수범했다. 후원금을 받아오면 직원들 근무환경 개선에 첫 우선순위를 뒀다. 미타요양원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던 게 바로 노조 문제였다. 직원과 직원 간의 불신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르신을 위한 정서적 안정도 거리가 멀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 원장의 직원들을 향한 신뢰에 직원들도 보답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해체되고 이제는 화합의 길로 나아갈 일만 남은 셈이다.
복지시설 직원들도 알음알음 그 근본 바탕은 봉사에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직원에게 봉사만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요양원에서 가장 꽃은 요양보호사다. 어르신들을 어떻게 케어하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요양원의 위상이 드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양원 내 환경 개선과 더불어 직원들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미소였다. 환경이 열악하니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미소는커녕 웃을 일이 없던 것이다. 이 또한 원장이 먼저 어르신들에게 낮은 자세로 어르신들에게 방긋방긋 거렸다. 치매에 걸려도, 누워 지내는 어르신들은 다 알아차리셨다. 그 웃음바이러스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도 전염됐고, 시설 내에서도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12일 미타요양원 내 부처님을 봉안한 이유도 요양서비스 복지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부처님을 매일 만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요양보호사들은 물론 어르신들에게 부처님은 가장 든든한 빽(?)이기 때문이다.
“미타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진정으로 ‘반야용선’ 같은 존재죠. 어르신들을 고해를 건너 저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종교를 떠나서라도 부처님이 그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그 에너지의 기운이 미타요양원에 충만하리라 봅니다.”
최근에 직원들과 오름에 올라 직원들은 서로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협동심과 우애를 다졌다. 참 오랜만에 직원들과 속을 터놓고 이야기한 시간이었다. 직원들은 업무 이외의 개인사까지 털어놓으며 한 가족이라는 동질감을 인식하게 하고 그 속에서 공동체 의식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미타요양원의 입소 어르신은 정원인 73명에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인 미타요양원인 만큼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직원들의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내는 일은 금세 이뤄내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