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듯이 화두를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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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듯이 화두를 드십시오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04.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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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명 스님 (문경 봉암사 수좌) - <3>

제주불교신문은 지난 7~8일 꽃샘 추위에도 문경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을 친견하는 순례 프로그램인 ‘적명 스님 친견하러 가게마씀’을 진행했다. 지난 7일 봉암사 주지실에서 적명 스님은 제주불자들에게 감로의 법을 전했는데 이날 주요 법문 내용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참선의 기본자세는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아랫배 단전은 내밀고 궁둥이는 쑥 빠진 S자형
 

문경 봉암사는 구참(久參)들도 많지만 조계종의 참선도량을 상징하는 종립선원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초심자) 수좌들이 많아요. 몇 년 전부터는 방부들이는 수좌들이 화두가 무엇인지, 화두를 들지 않는 수좌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매달 한차례 초심자를 위한 법회를 갖는데 여러분들을 초심자들이라 생각하고 기본적인 자세부터 말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앉아 있는 자세를 보니 반가부좌로, 책상다리로 앉으신 분들도 계신데요. 가부좌가 익숙한 분들은 가부좌로 앉으시면 됩니다.
가부좌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부처님처럼 두 다리를 꼬아 앉는 결가부좌가 있구요. 이는 양쪽 발바닥이 전부 위를 향하는 자세입니다. 반가부좌라고 하는 것은 한 다리를 다른 한 다리에 얹혀놓는 것입니다. 양쪽 발바닥이 위로 향하는 게 아닌 한 쪽 발만 위로 향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부좌가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자세입니다. 우리도 처음에는 다리를 꼬아 앉는 가부좌가 많이 힘이 들었어요. 
좌선의 기본자세는 오른쪽 다리 위에 왼쪽 다리를 얹어 놓으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자세가 안정되면 다리 안쪽을 끌어당기십시오. 그러면 발이 아랫배에 닿을 수 있습니다. 그 자세에서 허리를 펼 때에는 두상을 목 위에 얹으세요. 일단, 허리는 앞으로 굽혀보세요. 굽힌 자세에서 허리는 고정시키고 허리 위만 펴는 겁니다. 그렇게 쑥 펴면 아랫배를 쑥 내미는 기분이 들 겁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어깨를 활짝 펴고,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바로 부처님의 자세입니다.  
이게 S자이자, 가장 편한 자세입니다. 머리는 앞으로 숙여있죠. 어깨는 뒤로 제쳐있습니다.  아랫배의 단전은 내밀고, 궁둥이는 쑥 빠져있습니다. 그러니까 S형의 자세가 되는 겁니다.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장 바른 자세입니다. 
참선의 기본적인 자세가 알려져 있지만 그것에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간화선의 지침서인 몽산법어에도 보면 좌선의 자세를 말하고 있는데 “그 자세에 집착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앉거나 서거나 가고 오면서 모든 우리가 행동하는 자세가 바로 참선이기 때문에 기본자세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호흡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 참선을 할 때 호흡은 단전에다가 의식(화두)을 두고 참구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화두를 들기 시작하면 화두에 집중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다 잊어버리는 것이 화두 삼매에 빠지는 겁니다. 몸을 잊었는데 어떻게 단전을 찾겠는가. 화두에 집중하게 되면 몸도, 단전도 다 잊어버리게 때문에 기본적인 것은 화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좋습니다.
참선의 기본 호흡은 숨을 들이쉬거나 내 쉴 때 깊고 천천히 해 주십시오.  
화두 공부를 하다 보면 화두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허리를 펴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펴지고 숨을 깊게 쉬려 하지 않아도 고요한 숨을 쉬게 됩니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자세를 알고 화두를 들면 화두에만 마음을 쓰십시오. 화두가 제대로 집중이 됐다하면 모든 것이 저절로 됩니다.
화두를 든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앉는 자세가 다르고 눈빛이 다릅니다. 여러분들도 알겠지만 관심을 갖고 집중을 한다면 자세와 그 눈빛부터가 달라집니다. 
그럼, 화두란 무엇인가.
화두는 조사 스님들의 문구로 깨달은 사람이 경계에서 표현하는 문구입니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해요. 이를 안다면 깨달은 부처입니다.
화두를 받을 때는 큰 스님을 찾아가서 받는 게 좋아요. 그 이유는 큰 스님이 어느 길을 가면 어떤 길이 있고, 그 길이 낭떠러지인지 그 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부를 하다가 막히는 데가 있거나 답답한 데가 있다면 검증을 받는 겁니다. 큰 스님이 공부하는 여정을 지도해 주겠다는 약속과 같아요.
화두는 진정한 의심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스님들이나 신도들도 다른 화두로 바꾸면 안될까요라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급적이면 안 바꾸면 좋습니다. 공부를 하다가 처음에는 될 것 같다가도 마음을 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서도 문제가 생기면 화두를 바꾸면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꿔도 비슷한 여정이 지속됩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해 보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화두를 참구하는 방법입니다. 화두를 들 때 처음에는 되는 것 같아요. 화두라는 게 알 수 없는 거잖아요. 누구나 의심하는 게 화두의 본질이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가고 ‘이게 어떤 것일까’하고 화두의 마음을 내 봅니다.
나중에는 화두를 들때 의심이 잘 안 일어나요. 열심히 하려고 하면 오히려 지속이 되지 않아서 또 하고 또 하고 그럽니다. 지속이 안 되고 망상이 일어나게 되면 스스로 “망상에 집중하지 말고 화두에 집중해야 돼”라고 애를 씁니다. 애를 자주 쓰다보면 그게 망상이 됩니다. 그러면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심할 때는 머리를 바늘로 심하게 찌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공부를 못하는 겁니다.
옛날 어른 스님들이 우리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돌담 배부르면 못 쓴다’는 말은 ‘돌담 쌓은 게 배처럼 나오면 돌담이 곧 무너진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수좌가 상기병 나면 못쓴다’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상기병이란 말 그대로 우리 몸의 기(氣)가 머리로 올라와서 머물러 있는 병입니다. 참선을 잘못할 때 생기는 병으로, 선 수행자들이 한번쯤 겪는 선병(禪病)이라고도 합니다.
상기병이 심해지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공부를 멈추는 겁니다. 그럴 때는 화두를 놓아버리고 편하게 놀고, 주변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게 병을 고치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상기가 나지 않으려면 화두를 가볍게 들어야 합니다. 화두란 단어에 마음을 몰아붙이는 생각, 화두가 다른데 도망가지 않도록 내 마음에 딱 붙들어 매려는 생각, 의욕이나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냥 “왜? 없다했지!”라는 데서 딱 끊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왜? 없다했지”라는 것은 이미 화두에 간 것이니까요. 다른 망상을 쫓아다니는 마음을 지켜보십시오. 아, 이제 화두 들어야지, 일체중생이 불성이 있는데 조주 스님은 왜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했지. 그러고는 욕심내지 말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편안하게 지켜보세요. 그렇게 지켜보면 보여요. 망상이 생기면 그 때는 그냥 놔두십시오. 망상이 놔두면 더 심해져요. 끌려가 버리면 그 자체도 잊어 버려요. 정신을 차려보면 자기가 망상에 빠져있답니다. 
화두를 자두 들다보면 감이 생겨요. 망상이 심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아세요. 이게 망상인줄 알아요. 망상인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망상을 이어 나가게 되면 망상이 심해지게 되는 겁니다. 화두를 들다가 망상이 들어서면 놔두었다가 더 놔두었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화두로 돌이키는 겁니다. 
그러니까. 망상이 생겨서 크게 나아가지도 않았는데 너무 붙들어 매고 자기 마음을 애쓰면 반드시 상기가 생기는 겁니다. 열심히 할수록 상기가 생겨요. 관(觀)하듯이 편안하게 지켜보십시오. 관하면 상기가 안 생겨요.
화두도 똑 같습니다. 처음에는 안 들리다가 그게 한번 제대로 들기 시작하면 앞뒤가 뚝 끊어집니다. 화두도 습이 되는 순간 속에 있던 체증이 다 사라지고 깊은 환희심이 느껴집니다. 화두를 들거나 염불을 하거나 관을 하거나 삼매에 드는 희열감은 똑 같습니다. 그러니 화두를 들 때 관하는 기분으로 건너 편 불을 구경하는 듯 한 느낌으로, 저 언덕에 앉아서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듯이 편안하게 화두를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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