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법문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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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법문 (44)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5.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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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근·오력과 간화선

『선가귀감』 등에서는 간화선 수행의 필수 요소로 대신근(大信根), 대분지(大憤志), 대의정(大疑情)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이것은 솥의 세 발과 같아서 이 셋이 튼튼하게 갖추어지지 않으면 결코 화두는 타파될 수 없고 견성(見性)이란 불가능하며 간화선은 의리선(義理禪)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첫째, 대신근은 화두 자체를 믿는 것과 함께 화두를 제시해 준 스승의 가르침을 믿는 것이다. 『육조단경』에서는 “능히 자성을 깨치지 못하면 모름지기 선지식의 지도를 받아서 자성을 보라”고 하고 있다.
대혜(大慧) 스님은 “이 마음이 있다면 부처가 되지 못할 자가 없습니다. 사대부가 도를 배우되 대다수 스스로가 걸림돌을 만드는 것은 굳센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대신근은 다섯 가지 기능[五根]의 첫 번째인 믿음[信根]과 대응된다.
둘째, 대분지는 화두참구를 줄기차게 진행시켜 나아가는 정진이다. 해태의 마음이나 그 외 불선(不善) 법들이 마음에 일어나더라도 그것에 지배당하지 않고 끊임없이 화두를 챙기는 노력이다. 이 번 생 한 번 태어나지 않은 셈 치고 화두를 들다가 죽을지언정 화두에서 물러나지 않으려는 간절한 노력이다. 
대분지는 다섯 가지 기능의 두 번째인 정진[精進根]에 해당한다.
셋째, 대의정은 화두에 강력한 의정을 일으켜서 나아가려야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서려야 물러설 수도 없는 의단독로(疑團獨露)를 말한다. 간화선의 주창자인 대혜 스님은 혼침(昏沈)과 들뜸 등 선병(禪病)을 극복하지 못하면 생사윤회의 미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혜 스님이 간화선을 주창하게 된 근본 이유 중의 하나가 화두를 참구하는 것은 혼침과 들뜸을 제거하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혼침은 거듭거듭 화두를 제기함으로써 극복되며 화두의 제기는 바로 다섯 가지 기능 중 지혜-통찰지의 기능[慧根]이다. 
들뜸은 적정처에서 면밀하게 화두를 듦으로써 극복되는데 이런 주도면밀함은 다름 아닌 다섯 가지 기능 중 삼매의 기능[定根]을 말한다. 
이렇게 화두를 면밀하게 제기하는 것을 우리를 ‘화두를 챙긴다.’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챙긴다는 것은 마음이 화두를 물샐틈없이 들고 있는 것을 말하며 이것은 다섯 가지 기능 중 마음챙김의 기능[念根]이다. 
이처럼 화두 공부의 필수 요소로 자성청정심과 선지식을 신뢰하는 믿음, 분발하는 정진, 화두를 챙기는 마음챙김, 고요함, 그리고 분별 경계를 뛰어넘는 통찰지라는 다섯 가지[信·精進·念·定·慧]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간화선의 대신근·대분지·대의정은 초기불교의 다섯 가지 기능, 혹은 다섯 가지 힘[五力]과 같은 내용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간화선의 의정은 초기불교와 상좌부 불교에서 강조하는 마음챙김·삼매·통찰지[念·定·慧]의 세 가지 심리현상이 극대화된 상태라 설명할 수 있다.
간화선도 불교 수행법이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이론적인 출처를 찾을 필요가 있다. 특히 간화선에서 제일 강조하는 의정을 일으킨다는 것을 불교 교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의정을 일으켜 초기불교의 수행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음챙김·삼매·통찰지[念·定·慧]의 셋이 조화롭게 계발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관점은 앞으로 분명히 평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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