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 제작 강습회를 통해 재가불자들 자발적 참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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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 제작 강습회를 통해 재가불자들 자발적 참여 필요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6.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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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등회의 역사와 나아갈 방향(4)

제주불교연합회(회장 관효 스님)가 주최하고 사)탐라성보문화원(원장 오홍식)이 주관한 전통문화 연등회(연등축제) 보존방안 세미나가 지난 5월 26일 적십자 제주도지회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발제를 맡은 고상현 박사의 발표내용을 요약정리해서 싣는다.  <편집자주>


 

 

사진 1 ) 1935년 불탑사 초파일 기념사진

 1935년 5월 16일 <매일신보>의 “제주 浴佛式 성황” 기사에 “제주도 불교협회를 중심으로 하야 本月 10일(陰4월 8일)에 회원의 誠意로 욕불식을 성대히 거행하야 일반에 종교사상을 喚起하얏고 도내 각 단체에서는 局部的으로는 況裡에 설교 강연회를 개최하얏다는데 장소와 주관자는 氏名은 다음과 같다.

-. 관음사 봉려관 주관
-. 원당사 하시율 주관
-. 만□사 송재술 주관
-. 동명포교소 임계련 주관
-. 제석사 홍천인 주관
-. 조천사 고자선 주관”

협회 차원만이 아니라 개별 사찰의 초파일 연등회 모습도 엿볼 수 있다. 1935년 불탑사에서 찍은 사진(사진 1)을 보면 대웅전으로 보이는 초가지붕 앞에는 긴 장대를 세우고 번과 사방 줄을 드리워 팔모등 같은 등을 듬성듬성 달려 있고, 만국기 같은 작은 깃발도 달려 있다. 손에는 일본식 접이등을 들고 있으며, 중앙에는 지화로 보이는 꽃이 놓여 있다. 이미 등에서도 일제의 영향을 느낄 수가 있다. 
장대를 높이 세우고 연등을 늘어뜨리고 기를 단 모습은 앞서 살펴본 조선시대 이증의 ‘남사일록’이나 김윤식의 ‘속음청사’에서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이상에서 근대기의 초파일 풍경을 묘사한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1924년 11월 17일 이회명을 중심으로 한 제주불교협회가 창립식을 한 이후의 초파일 기사들이 주류를 이룬다. 제주불교협회는 항일기 제주 불교의 중흥을 위해 설립되었듯이, 불교계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쳐 창립된 지 4~5개월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회원이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협회 산하에 포교당을 건설하거나 제주불교부인회, 제주불교소녀단 등을 조직 운영하였다. 
초파일 행사도 오늘날처럼 제주불교협회 차원의 연합 행사와 개별 사찰에서 행사가 병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연등회에서 행해진 각종 법회와 등 제작, 관등놀이 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점은 지금이라도 이 시대를 살았던 고령 불자들의 구술 등을 통해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5) 현대(1945~  )의 연등회
현대 제주불교사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으로 인한 4.3사건과 한국전쟁, 그리고 비구-대처 갈등 등을 거치면서 내륙보다도 더 참혹한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 까닭으로 현대 초기의 자료들이 잘 드러나지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초파일 연등회의 연등 달기와 연등행렬, 초파일 봉축행사 등은 이어졌다.
4월 초파일의 민속으로는 연등 달기를 꼽을 수 있다. 제주시 노형동 광평마을 “주로 불교 신자들이 절에 가서 연등을 다는데,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절에 가서 촛불을 켠다.”라고 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시 이호동, 남제주군 성산읍 온평리에서는 음력 2월 13일에서 14일까지 영등제를 지낸다. 4월 초파일에는 “촛불 켜기”를 한다. “불교 신자가 아닌 경우도 촛불을 켠다. 어린 아이가 자주 아프면 초파일에 무당(정운이)이 심지를 만들어서 “이 아이는 정운이 아들이여” 하면서 촛불을 켠다. 무당의 자식이라고 하면 잡귀들이 불리간다고 믿는다. 참기름 불꽃이 좋으면 운이 좋다고 믿는다.”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채록한 ‘2017년도 제주어구술자료집 9 - 한경면 고산리’편을 보면, 초파일에 등을 다는 제주인의 기본적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 그럼 사월 초파일 잇잖아예(그럼 사월 초파일 있잖아요)
#1 월 초파일 석가모니 탄생 날이고.(사월 초파일 석가모니 탄생 날이고.)
@ 예. 그 때는 보통 뭐 헨마씨? 월 초파일에는.(예. 그 때는 보통 뭐 했어요? 사월 초파일에는.)
#1 월 초파일에는 엿날 말도 잇어. 임을 봐야 별을 따지. 그 말이.
   (사월 초파일에는 옛날 말도 있어. 임을 봐야 별을 따지. 그 말이.)
@ 아.(아.)
#1 월이라 초파일에는 영등 저 불 다는 날이고.(사월이라 초파일에는 영등 저 불 다는 날이고.)

다음은 연등행렬이다. 일반적으로 오늘날 연등회의 하이라이트를 연등행렬로 꼽고 있다. 불교문화 관광콘텐츠로서는 손색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연등회의 경우, 현대의 연등행렬은 1955년에 시작되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현, 연등회보존위원회)에서는 연등회를 제등행렬 이전(1946~1954), 제등행렬의 시작(1955~1974), 제등행렬의 발전(1975~1995), 연등축제의 시작(1996~2007)으로 나누고 있을 정도이다.

제주의 연등행렬은 근대기의 자료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1950년대부터 규모의 대소를 떠나 줄곧 치러왔다고 하나, 언제 어떤 형태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료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불교룸비니가 1959년에 창립하였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제주지부가 1963년에 창립하였다. 이들 출신이 중심이 되어 1976년 제주불교법우회가 구성되었으며, 부처님오신날 제등행렬을 주관하기도 하였다. 비구-대처 갈등으로 종단별로 따로 설행되기도 하고 함께 설행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1981년 법요식과 제등행렬은 북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제등행렬에는 각 신행단체에서 각자 준비한 여러 모습으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유기로 분장하기도 하고 사진2)처럼 단체 깃발을 앞세우고 각자 팔모등을 들고 가기도 하였다. 
연합봉축법요식과 제등행렬은 북초등학교와 광양초등학교, 제주종합경기장으로 변화되어 왔다. 북초등학교에서 법요식을 열 때는 북초등학교 → 북신로 → 동문로 → 중앙로로 이어져 증앙로 포교당에서 회향을 했다. 2000년대 이후 종합경기장에서 시작되었다. 현재는 제주불교연합회가 주최하고 제주불교연합연등축제위원회가 주관하여 제주종합경기장 → 한국병원 → 서사라사거리 → 광양로터리 → 남문로터리 → 중앙로터리를 거쳐 탑동광장까지 4㎞ 구간의 행렬을 회향하고 있다. 한편 서귀포시 연등행렬은 서귀중앙초등학교 → 1호 광장 → 초원사가로 → 동문로터리 → 중앙초등학교로 이어진다. 2017년에는 ‘서귀포시연합 봉축법요식 및 제등행렬’은 제주불교산악회(회장 이종철) 주관으로 4월 29일 오후6시 서귀포고 운동장에서 봉행하고 제등행렬은 1호 광장 → 동문로터리 → (구)초원다방 → 1호 광장 → 서귀포고 운동장에서 회향했다.
개략적으로 연등행렬에 대해 살펴보았으나, 이에 대한 구술이나 자료수집 등을 통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등 제작과 관련해서는 절에 다는 등이나 행렬시의 작은 등은 각 사찰에서 꽃일을 통해 만들어졌다. 행렬시 사용하는 대형등도 제작 기술이 전수되

사진 2 ) 1981년 룸비니 제등행렬

었다가보다는 각 단체나 사찰에서 손재주가 좋은 이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 최근 들어 제주불교연합회를 비롯하여 사찰 단위에서 연등회보존위원회의 지원 등으로 등 제작 강습회를 통해 재가불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기술적인 면의 향상을 꾀하고 있는 점은 향후 문화재 지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므로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이 유등의 전통이다. 유등이 전통적으로 제주에서 행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대에 들어서는 여러 곳에서 유등이 간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태고종 제주교구에서는 1991년 5월 9일 성산초등학교에서 봉축법회를 봉행하고 시가지 행진에 이어 통밭 해안에서 등불을 띄우는 유등의식을 거행했다.
2010년에 서귀포불교문화원(당시 이사장 태고종 수열 스님)에서 9월에 개최한 ‘제1회 도민의 화합과 시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천지연유등문화축제’를 계기로 하여 점차 등축전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2016년에는 월대천 유등축제가 펼쳐졌다.
춘연등 추팔관의 고려시대 전통처럼 제주에서 춘연등 추유등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현대의 야간 문화관광을 위한 불교문화콘텐츠로서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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