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콧물 흘려보니 비로소 편안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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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콧물 흘려보니 비로소 편안해져…”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8.06.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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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선원 시민선방 하안거 열기 뜨거워
남국선원 하안거 결제에 동참해 시민선방에서 정진하는 대중들의 모습.

 

하안거 결제가 한창이다. 한라산 남국선원(선원장 성묵 스님)에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여름 안거를 나면서 공부가 깊어지고 있다. 남국선원이 생겨난 이래 안거 때마다 스님들과 함께 정진하는 시민선방을 지난 17일 찾았다. 
새벽에 이어 아침에 있는 두 번째 정진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직은 아침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산들바람이 선원 안팎을 시원스레 맑혔다. 5분 전 9시 즈음 스님들과 불자들이 선방 안으로 들어섰다. 
함께 들어서니 좌복에는 정인성, 응공행, 윤채... 낯익은 이름도 있고, 처음 대하는 이름들도 있다. 정인성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좌복에 정말 오랜만에 앉았다. 늘 방부를 들이고서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니면 너무 멀다는 이유로 얼마나 오랫동안 오지 못했나. 그래도 늘 가지런히 놓여있는 좌복이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9시를 알리는 시계소리가 들리자, 가볍게 선방 주위를 포행하던 것을 멈추고 모두들 자기 좌복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 
선방과 멀어지면서 무딘 칼날처럼 화두도 무디어졌는지, 화두에 집중하기보다는 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소리가 더욱 사무쳤다. 그러면서도 정말 오랜만에 고향에 온 듯 마음은 차분하고 편안했다. 종각 주변으로 날아든 새 한 마리가 ‘어디 갔다 이제 왔나’라고 묻는 듯 잠시 앉았다 날아간다. 
다시 마음을 안으로 돌리고 “어째서 뜰 앞에 잣나무인가. 어째서 뜰 앞에 잣나무라 했을까. 어째서 조주 스님은 조사가 서쪽에서 온 까닭을 물었을 때 뜰 앞에 잣나무라 했을까.”를 묻는다. 
화두를 들면 일체의 다른 생각들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그래야지 무디었던 화두가 서서히 길들여지고 마음과 몸이 편안해질 수 있다. 계속해서 “어째서, 어째서”를 외치면서 화두를 든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은 번뇌고 망상임을 알아차리면서 다시 “어째서” 어째서를 묻고 또 묻는다. 어째서 부처님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아는데도 나는 여태 이렇게 화두를 모른단 말인가. 안타까운 마음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다시 “어째서”.
한 시간이 흘러도 스님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화두보다는 번뇌만 들끓듯 떠올라, 잠시 포행을 하면서도 “어째서” 를 더  몰아붙이듯 한다. 그리고 다시 좌복에 앉아서 한바탕 눈물 콧물 흘리고 나니 그렇게 편안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다시 새들 소리가 들려오고 바람이 오가듯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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