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론- ‘빽’없는 사람은 道 산하 공공기관에 취업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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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빽’없는 사람은 道 산하 공공기관에 취업 안되나?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7.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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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준(논설위원.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빽 없는 사람은 아예 제주도 산하 공공기관에 취업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죠.”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얼마 전 제주도청 소속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조사한 결과가 밝혀지면서 나온 일반적인 도민 반응이다. 최근 세 번째로 공공기관에 취업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이모(28세)는 앞으로 제주도에서 실시되는 채용시험의 꿈을 아예 접었다. 합격한 사람은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도 갖지 않거나 등급이 자신보다 크게 떨어진 사람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합격자의 부친은 제주도청 간부를 지내고 퇴직한 후엔 도지사 선거 캠프를 자주 드나들던 사람이었다. 이 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선 도내 공공기관 취업을 포기하고 서울에 올라가 서울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섰다. 제주도가 싫다는 게다. 
 서울 노량진 고시촌의 월 50만원의 쪽방, 5~6평의 방은 너무나 좁아 다리를 뻗으면 벽에 접할 정도로 비좁다. 음식점을 하는 그의 아버지는 제주도청 주변이나 센 기관에 아는 사람이 없다. 박 씨는 아버지가 왜? 도청 주변 유력인사 하나 연줄을 만들지 않았냐고 원망한다. 공정한 취업경쟁이 없는 고향 제주에 넌더리났다.    
 제주도 산하 공기업들의 채용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격기준이 미달하거나 경력이 부적합한 응시자를 합격자로 뽑는 등 입맛대로 채용했다. 공기업들은 밖으론 거창하게 공개경쟁 채용을 내세웠으나 안에선 불공정과 비리를 조장했다.
 지난해 10월말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토록 특별지시 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말까지 도내 17개 공공기관 가운데 채용실적이 없는 2곳을 제외한 1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들 공공기관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인사·채용 업무 전반을 들여다보는 ‘지방 공공기관 채용 비리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내용을 보면 가관이다. 조사한 15개 공공기관 모두가 예외 없이 채용비리로 얼룩졌다.
 감사결과 감사위는 징계 2건, 주의 30건, 권고 1건, 통보 9건 등 총 42건의 처분을 내렸다. 제주개발공사, 제주관광공사, 제주에너지공사, 제주경제통상진흥원 등 직원을 뽑았던 공기업은 죄다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제주테크노파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자격기준이나 경력기준이 안되는데도 면접을 거쳐 합격시켰다. 제주개발공사는 외국어 능통자를 5급 직원으로 뽑을 때 외국어 능력평가에서 ‘하’ 등급을 받은 지원자를 채용했다. 제주관광공사는 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직무분야에서 탈락한 3명에게 지원서류를 내도록 해 이들을 합격시켰다. 제주에너지공사는 고교 졸업생을 청년인턴으로 모집하면서 대학교 4학년 재학생을 선발, 청년인턴사원으로 뽑았다.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은 5급 경력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제주도청 중소기업 업무 관련 3년 이상 재직자’로 한정해 도청에 근무했던 단독 응시자를 합격시켰다. 뻔히 눈에 보이는 ‘기획채용’을 위해 형식적인 절차만 밟은 것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2016년 일반직 8급 직원을 채용하면서 91점을 받은 2등을 떨어뜨리고 8등(86점)한 응시자를 서류전형 합격자로 찍었다.
 도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들이 장난친 거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공기업들에 부정. 도덕적 해이가 넘실거린다.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배경없는 젊은이들은 얼마나 좌절했을까. 
 여기에다 감사위가 이런 채용비리 사실을 공개한 시기를 두고도 말이 많다. 6․13 지방선거가 끝난 이틀 후에야 공개함으로서 도지사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발표를 선거 후로 늦춘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요즘 대한민국 청춘남녀들에겐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이른바 ‘4포 시대’ 세대란 말까지 등장했다. 듣기가 너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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