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일기-초기불전공부 발제를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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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일기-초기불전공부 발제를 맡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7.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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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의(초기불전공부모임 총무)

2018년 2월25일은 내가 초기불전 공부모임에 첫발을 디딘 역사적인 날이다. 각묵 스님의 열강과 공부모임 회원들의 진지한 표정은 초기불교 공부에 대해 문외한인 내게 사그라들던 신심과 열의를 일으켜 세우며 초기불전 공부를 시작하게 했다. 
강의를 3~4회쯤 들었을 때, 모르면 대담해진다는 말처럼 아무 생각 없이 발제를 권유받아 부처님의 정법을 공부하게 됐다는 행복감에 기쁜 마음으로 선뜻 승낙을 하게 됐다. 한달 여 시간으로는 거뜬하게 발제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는 어리석은 자만심을 내면서 말이다.  
그런데 느긋하게 이리저리 책을 뒤적거리며 쉽게 독파될 거라 생각했던 자만심은 잦아들고 공부는 갈수록 태산인 문제덩어리가 되어 내 마음을 짓누르며 압박했다. 내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너무 쉽게 봤던 것이다. 
공부의 무게에 한 동안 맨붕상태가 되어 공부를 소홀히 하고 공부하는 것을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다가오는 발제날을 묶어 놓을 수는 없었다. 
외면하자니 괴롭고 파고들자니 머리가 멍하고 아는 것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고민 끝에 마음은 무거웠지만 발제의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 교재로 돌아와 1장부터 천천히 한 장 한 장 공부를 시작했다. 마음을 다잡고 적극적으로 공부에 임하자 공부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게 되었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부처님 말씀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보일 듯 말 듯 한 공부 내용이 자리를 못 잡고 이리저리 헤맬 때 용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잘 정리된 용어정의는 공부에 가속을 내게 했고 책장 넘기는 시간이 빨라졌다. 
이전에 선배법우들이 초불카페에 올려놓았던 발제문의 내용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러한 발제문의 카피본으로 제 발제문에 인용도 가능할 정도로 부처님말씀이 다가왔다. 또한 발제 일을 맞추기 위해 조급한 마음으로 허겁지겁 건성건성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불전 공부는 오랜 시간 서서히 가랑비에 옷 젖듯이 유장한 마음으로 깊게 공부해야 한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발제문을 작성하기까지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시간이었다. 이처럼 풋내기 발제자는 어렵고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며 한 걸음 한 걸음 부처님의 정법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불전공부를 한다는 것은 기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느낄수록 그 경이로움과 감탄과 희열은 눈물이 되어 마음의 감로수가 되었고 부처님께서 위없는 자애의 마음으로 우리들의 무명을 없애주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는지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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