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신행수기 공모 가작 "불자의 길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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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신행수기 공모 가작 "불자의 길목에서 "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7.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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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일 불자

제 4회 신행수기 공모에서 가작으로 뽑힌 김수일 씨의 ‘불자의 길목’에서를 실었다. 수인의 몸이 되기까지 다소 독백적인 이야기와 함께 다시 어두운 터널을 뚫고 한줄기 희망의 빛을 만나듯 불교를 만나면서 삶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감동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김 씨가 보내온 두 통의 감사의 편지 역시 정성스런 마음이 담겨져 있어서 함께 실었다.<편집자주>

 

 

부처님에 대한 믿음은 나의 삶에 새로운 활력과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갖게 해준 종교적 믿음이었다. 
사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부끄럽게도 소중히 기억되거나 자연스레 이어져 오는 믿음이라곤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는 것 같다. 대부분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받아온 배신이란 굴레 때문에 믿음이란 존재로부터 거리가 멀어지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어쩌면 그런 일들이 나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믿음이 부족하여 단계적으로 일어난 일들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몇 해 전, 세간의 관심 속에 벼랑으로 치닫던 나의 종착역 같은 삶을 교화로 이끌며 새로운 방향으로 삶을 인도해준 나의 종교적 믿음은 또 다른 희망적인 삶의 목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해 암울했던 여름날이 생각난다. 연일 34도를 웃도는 열대야 날씨 속에 초췌한 얼굴로 경찰서 유치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나의 몰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빛바랜 종잇장처럼 부스스한 얼굴. 일락의 삶에 빠져 김장처럼 절여진 육신. 그런 초췌한 모습을 반기기라도 하듯 유치장 안을 맴도는 쾌쾌한 냄새가 색바랜 시멘트 벽을 휘돌며 이따금씩 호흡을 거칠게 만들었다. 협소한 천정 한쪽면에선 자그마한 창문 틈새로 가느다란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자유의 하늘은 그게 마지막이었고 그게 전부였다. 그 빛은 분명 아름다운 세상과 단절을 암시하는 처절한 몸부림의 시작이었고 절망의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처한 현실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있는 현실은 못되었다. 그것은 암울함의 시작이었고 조금전에 보았던 찬란한 빛과는 대조적으로 어느 벼랑끝으로 막연히 이어진 암흑의 터널만 같아 보였다 
그 뒤로 몇 날 며칠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어둠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나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서서히 밀어내고 있었다. 진정 나에게 믿음을 바랬던 많은 사람들. 그 중에 나 하나만을 바라보며 철썩같이 믿고 의지하던 가족들 잠시나마 일락의 삶으로 걸어가던 발길을 멈추었더라면 이제와 소중한 믿음 하나쯤은 결코 잃지 않았을 텐데. 결국 가족들에게 내걸었던 믿음의 틀마저 나의 그릇된 삶으로 인해 모두 깨뜨려져 버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추운 겨울이 지나고 벚꽃잎 화사하게 피어나던 무렵, 재판부로부터 1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듯 가슴이 털썩 내려앉았던 그때 그 순간을 지금도 또렷이 잊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것이 내 운명이자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순리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뒤로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 자꾸만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고 밤마다 악몽이 엄습해 나를 고통의 울타리로 가두어 나아갔다. 식사를 거르는 날이 많아지면서 체중도 나날이 빠지기 시작했다. 무엇하나 만지는 것, 느끼는 것, 바라보는 것들도 나에겐 모두 다 부질없는 존재들로만 여겨졌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에 사로잡혀 살아가던 어느 날, 굳게 닫혀있던 마음에 문을 열게 해준 계기가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종교에 대한 신앙이었다. 신앙이란 말 그대로 믿을 신(信)에 우러를 앙(仰)자를 쓰듯이 요약하면 곧 믿음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종교를 믿음으로써 기도와 실천을 통해 나를 깨우치고 나를 변화시켜 나아가는 일, 그것이라면 나의 허황했던 믿음들을 모두 정화시켜 새로운 믿음으로 탈바꿈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불교 입문서에 관한 공부였다. 물론 이곳에 온 후 불교에 가입하는 서너 해가 되었지만 좀처럼 흐트러진 삶을 정리하지 못한 채 의미없는 삶을 보내느라 불교 법회에도 자주 참석하질 못했었다. 그날 이후 삭발을 감행한 나는 꼬박꼬박 법회에 참석을 하며 법사님들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전해 들으며 나를 깨우쳐 나갔다. 
그런 와중에 불교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내가 여태껏 모르던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먼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석가모니는 부처님의 존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래 석가모니의 ‘석가’는 종족을 의미하는 말이며 ‘모니’의 본래 뜻은 침묵을 의미하는 ‘마우니’에서 유래된 것으로 말 많은 성자가 아니라 침묵을 잘 할 줄 아는 석가족의 성자라고 하여 석가모니라 한다. 사실 법회에 다니는 동안에도 나는 내 의지에 준하지 못한 채 그저 남들이 찬불가를 부를 때나 봉독하는 소리에 맞춰 따라 부르려고만 했을 뿐 정작 찬불가에 담겨있는 노랫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반야심경의 뜻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하물며 보살은 반야바라밀 즉 지혜와 자비와 보시를 행하는 일이라 하였거늘 나 자신을 그동안 단 한 번이라도 내심으로 깨달음을 얻으려 하거나 지혜를 갖추려 한 적도 없었으며 그저 남아있는 형기가 괴롭고 힘든 나머지 하루하루 날짜를 대충 보내는데만 급급했다. 누군가 그랬다. 의미 없는 삶을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 보다 못하니 이왕 세상에 태어났으면 의미있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이 한 구절로 인해 나는 부끄러운 삶을 살아왔던 지난 과오를 속속들이 반성하게 하는 의미 있는 말로 가슴에 새겨지게 되었다. 
정말이지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모르는 체 법회에 참석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 좀더 많은 지식과 지혜를 갖추기 위해 재작년 9월 정기법회 때는 수계를 받아 불자로서의 마음을 굳혔으며 작년 가을부터는 법회 봉사원까지 자청해 행사에 관한 사소한 일들까지 도맡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불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덕에 지금은 여러 찬불가를 비롯해 반야심경까지 모두 숙지하고 나니 이젠 자심감도 생겨나고 자부심도 부쩍 늘었다. 게다가 누군가 나에게 불교 역사의 기본 요소들을 묻는다면 부처님의 출가일은 2월8일로 29세 때이며 깨달음을 얻은 날은 12월8일로 35세 때이고 열반에 드신 날은 2월15일로 80세이며 4대 성지로는 녹야원, 부다가야, 쿠시나가라, 룸비니라는 것쯤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요즘도 불교 역사 공부에 흠뻑 빠져 생활하고 있다. 재미도 있다. 사실 불교 역사는 그야말로 깊이를 파고들면 들수록 참으로 신비하고 방대해서 어렵기도 하지만 그런 면들이 타 종교와는 색다른 불교만의 또 다른 매력이라 생각하며 불교협회 교정교화팀에서 주관하는 교리 탐구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불교 역사의 뿌리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고자 열심히 노력 중이다. 
 

<함께 부쳐온 두 통의 편지>

신행수기 응모 담당자님
안녕하세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봅니다. 
먼저, 수인의 신분으로도 수기 응모가 가능한지 몰라 며칠 고민하다 용기 내어 제출해 보기로 했습니다. 
배움이 부족해 글을 자주 써 본 경험도 없을뿐더러 문장 실력도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주변에서 글을 자주 써봐야 는다고 해서 한 번 써 보았습니다. 
불자가 된 지 5년.
지금도 새내기 마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배우고 새기면서 지난 과오를 씻어내고 있는 저 자신의 경험담을 이번 기회를 통해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글을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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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때, 며칠 전 부족한 마음으로 귀사에 응모했던 신행수기가 뜻밖에 가작으로 뽑혀 얼마나 기쁘고 놀라웠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이렇게 기쁘고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는 감사의 편지 한 장 더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사실 특수한 이곳 환경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행복. 맛볼 수 있는 행복이 있다는 게 저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와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아 지금도 정말 행복합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의 가피라 여기며 앞으로도 부처님의 가르침들을 하나하나 새겨듣고 지혜와 자비와 보시를 행하는 참다운 불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아무쪼록 불교인들의 선도지인 귀사가 앞으로도 더욱 번창하여 온누리에 부처님의 손길이 모두 닿도록 선도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할 거라 봅니다. 끝으로 귀사와 (사)봉려관선양회, 그리고 혜향문학회 관계자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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