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부주(南贍浮洲) - 불자의 외호(外護)
상태바
남섬부주(南贍浮洲) - 불자의 외호(外護)
  • 보문 이도현 객원기자
  • 승인 2018.08.01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문 이도현 <본지 객원기자>

부처님 문중에서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수지한 재가불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중의 하나가 바로 ‘출가수행자에 대한 외호’라 하겠다.
선지식의 지도가 있는 도량에서 함께하는 수행자들의 음식과 의복과 거처를 보살펴주고 외부 사람들이 와서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지켜주는 일을 외호라 한다. 즉, 재가자들이 출가수행자들의 수행정진하고 공부하고 전도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드리고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이나 침범 등을 막아주는 역할이다.  또한 재가와 출가 수행자의 가장 큰 공통의 덕목이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한 수행임을 볼 때 재가자의 외호는 중요하긴 하나 부차적인 역할이다. 반면에 내호(內護)는 출가자들에 의해 행해지는 일로서 수행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규찰하는 일에만 전담하여 수행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여건과 상황을 묵묵히 살피며 소용되는 것을 도와주고, 혼침하는 수행자가 있으면 가볍게 건드려 깨어나게 해주는 것 등을 말한다. 
출가와 재가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사부대중을 구성하는 수행공동체의 일원이며 이를 통틀어 불자(佛子), 부처님의 자식이라 한다. 
그러나 교단내의 모든 결정권은 출가승의 무리인 승가만이 가지고 있고, 승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승가는 위에 있고 재가는 아랫것들이라는 상하의 위계관계라는 질서를 암묵적으로 강요받는 것이 현실이며, 불교계 언론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언론매체에서 보도되는 불교계의 적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 국민들 사이에 퍼져있는 상황에서 재가의 출가외호는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지금 대부분의 재가자들이 겪는 곤혹스러운 일이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게 불교냐?” 라는 조롱과 비아냥을 듣는 일이다. 이처럼 딱한 처지에 놓여있는 재가자들의 불편한 입장은 관심조차 없고 오로지 종단권력을 독점하고 지키고자 하는 적폐권승들의 모습에 할 말이  없을 뿐이다.
“내가 당신의 의복을 입고 당신의 밥을 먹으며 당신의 경전을 강의한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면서 무슨 방법으로 나의 불법을 파괴할 것이냐는 물음에 파순마왕이 대답한 말이다. 모든 불교시민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교단의 적폐청산은 한국불교계가 처한 가장 시급하고 엄중한 일이다. 
부패 종권에 대한 비판과 승풍실추를 지적하는 행위를 승가모독이라며 피해가고, 적폐청산의 목소리와 잘못을 고치려는 노력을 해종세력이라 치부하는 상황에서 재가의 개입은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여진다. 
假作眞時 眞亦假也(가작진시 진역가야),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면 진짜도 가짜로 보인다는 말이다. 어지러운 불교계의 현실 속에서도 이 상황을 부끄러워하고 걱정하면서 정법의 길을 걸어가는 많은 참스님들까지 매도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나간 허물에 대한 자정능력이 없는 조직은 내부에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여 그 역할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하는 일이 바로 재가자들의 참된 외호라고 생각한다. 
연꽃처럼 늘 맑고 향기롭게 주변을 비추고 세상을 이끄는 승가의 위상이 회복되길 두 손 모아 부처님께 발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