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폭염을 반조하며 -유현 김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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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폭염을 반조하며 -유현 김승석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8.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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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세이 ‘지금여기’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추가 지났다. 하지만 연일 숨 막히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뭇 생명의 숨결은 거칠고 헉헉거린다. 
폭염으로 힘든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가축이 폐사하고 양식장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담수호의 철새까지 세균감염으로 생명을 잃는 등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 가뭄으로 채소류가 말라죽고, 월동채소의 파종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처서를 앞두고 해발 200미터에 위치한 농원에는 바람결이 달라졌다. 모든 것에는 그 때가 있는 법이다. 쉬이 끝날 것 같지 않던 지긋지긋한 8월의 폭염과 열대야가 이제는 슬슬 자리를 뜨려고 한다. 감나무 그늘 아래 수줍은 듯 노란 상사화가 피어나면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리라.
여름이 더운 것은 계절의 순환 법칙이다. 팔월의 하늘 아래 해바라기가 환하게 웃고 무화과가 땡볕에 탐스레 익음이 다 시절인연이 있어서이다. 동박새와 직박구리는 먹잇감이 풍부해 어깻바람이 났다. 
15년째 전원생활을 하다 보니 기상이변에 민감할 수밖에. 폭우가 쏟아지거나 태풍이 불거나 가뭄이 들 때는 긴장하게 되고 덩달아 일손이 바빠진다. 
2008년 한반도에 폭염특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올여름처럼 제주에서 가장 오랫동안 폭염특보가 지속돼 근심·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말 농부 소임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사 모두가 예측가능하면 얼마나 속이 편할까.  
문득 올 여름 폭염에는 ‘트렌드’가 없고, ‘패턴’도 없다는 어느 기상전문가의 말이 생각난다. 현재의 지구과학 수준으로 예측 어려운 기상이변이 더 잦아진다면 농축수산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업을 포기할는지 모른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심화 되면서 폭염뿐만 아니라 겨울 혹한 가능성도 더 높다고 말한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기상이변 속에 살아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나라에서 연중 강우량이 가장 많은 제주임에도 8월 중 두세 차례 소나기 말고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지수화풍의 사대四大가 조화롭지가 않다는 조짐이다. 예전에는 제주의 자연은 견고성地, 유동성水, 열성火, 운동성風의 적절한 조화로 삶의 최적 조건을 제공해 왔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일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다. 전 지구적인 이런 현상은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의 무절제한 사용이 그 직접 원인이라는 게 기상과학자의 통설이다. 올 8월의 폭염 원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협약을 체결하고 풍력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방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류가 지구환경을 자신에게 유익하게 바꾸기 위해 이성과 지성, 창조력 같은 인간 고유의 내공을 개발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상이변은 생물계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생물계는 심리에 변화를 가져오며 심리는 도덕적 힘을 결정한다. 불교에서는 세계와 인류로 하여금 존속케 하는 것은 바로 도덕적 힘이라 한다. 이 힘은 조물주나 절대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인간 자신에 의해 생성된다고 말한다. 반면에 도덕이 타락하면 자연의 변화과정을 가속화시키고, 또한 인간의 복지와 행복에 역행한다고 경고한다.   
부처님께서는 「전륜성왕 사자후 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탐욕 때문에 타락할 경우 기근을 겪게 되고, 무지 때문에 도덕적으로 타락하면 전염병을 피할 수 없으며, 증오심이 불타오르면 폭력이 사방을 뒤덮게 된다.”라고.
이 법문이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지 반조해 본다. 자연환경은 그 환경을 구성하는 생태계의 성장 또는 퇴화에 영향을 끼치고 이 생태계는 다시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들의 사고 양식과 도덕적 기준에 영향을 끼치며, 또 도덕성에 기초한 사람들의 심리현상이 그 지역의 생태계에 역逆작용함으로써 어느 한쪽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다른 한쪽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을.
  폭염을 겪고 나서야 사대의 조화와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흔한 에어컨 켜지 않고 선풍기에 의지하여 여름을 지냈다. 기상이변의 위험 속에서 우리불자가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일은 이렇듯 조그만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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