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미풍양속도 지켜나갈 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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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미풍양속도 지켜나갈 때 아름답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8.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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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본지 객원기자, 시인)

해안동에는 정월과 칠월에 마을의 안녕을 위하는 마을제를 지내고 있다. 정월에는 당제 칠월에는 포제라고 명명한다. 마을의 당은 동당과 서당이 있다. 어제는 마침 포제를 지내는 날이라 참관하였다. 작년에는 전사관으로 제를 봉행했었는데 두 번 지내고나니 제관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게 되었다. 동당(神:대별왕, 소별왕)은 ‘하르방당‘, ’웃당‘이라고 하고 (음)7월 14일에 당제를 봉행하다 4․3으로 인한 소개령으로 마을주민들이 대거 이주하여 인구부족 등의 사유로 서당과 같은 날에 봉행하게 되었다. 
서당(神:양씨 할망’ 송씨애미)은 ‘할망당’, ‘알당’이라고 하며 매년 (음) 정월 초 7일에 엄숙하게 제를 봉행하고 있다.
마을의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당제는 옛날에는 당굿을 봉행하였으나 근래에는 제관을 선정하여 봉행하고 있다.
마을총회에서 덕망이 있는 분을 추천받아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상차지, 하차지 등 5명을 선정한다. 3일 전부터 제청에서 합숙을 하며 정성을 다하여 제물을 준비하여 제를 봉행하게 된다. 비용은 총회의 결정에 의하여 각 가구별로 모금을 받고 있으며 모든 가구가 모금에 참여한다. 포제는 입추 후 칠월 상정일에 제를 봉행한다. 
 제주에서는 마을별로 오곡풍성과 육추번성, 그리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제를 벌인다. 마을제는 남성들이 주관하는 유교식 제사형식의 ‘포제’와 여성들이 주관하는 무속 제의인 ‘당굿’이 병존하고 있다. 포제는 마을제, 동넷제, 거릿제, 치성제 등으로도 불린다.
당굿과 포제는 원래 하나였던 것이 조선시대 들어 유교식 제사의례가 도입되어 남성 주도의 포제로 분화, 독립되면서 나뉘게 된 것이다. 비록 포제가 유교적 의례에 따르고, 마을의 가치와 관련된 정치적 집회의 성격이 강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마을의 안녕과 농사의 풍등을 빌고 집안마다 무사하길 비는 축문으로 보아 역시 당신앙의 변형임을 알 수 있다. 포제를 봉행하는 장소를 포제단, 마을제단, 포젯동산이라고 부른다. 포단은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정하는데 흔히 동산(언덕)위에 있는 곳이 많아 포젯동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포제단은 장방형으로 돌담을 두르고 그 안에 현무암으로 된 장방형의 반석 제단(상석)을 설치해 놓은 것. 반월형병충 모양으로 돌담을 쌓고 그 가운데 제단을 설치해 놓은 것 혹은 두 가지 형이 복합된 것으로 울담을 사이로 설치하고, 제단 앞에 병풍 모양의 돌담을 쌓아놓은 형태가 있다.
 포제단에 제물을 진설하는 상석은 하나이거나 둘 이상이 되기도 하는데, 상성의 수는 제사에 모시는 신격의 수에 따른다. 둘 이상의 상성을 갖고 있는 포제단인 경우 상성들은 한 울타리 안에 나란히 설치해 놓기도 하고, 울타리 안팎으로 나눠 설치하기도 한다. 제단 울타리 안팎으로 나눠 설치한 까닭은 모시는 신격들의 위계 때문인데, 높은 신격은 울담 안 제단에 모시고 하위의 신격은 밖에서 의례하는 의도다.
 포제단도 당신을 모셔 굿을 행하는 당처럼 신성한 장소로 여겨 몸가짐을 정갈히 하고 불손한 행위를 삼간다. 그렇지만 당에서처럼 신의 상주처로 여겨, 그 안에서 허튼 소리를 하거나 불손한 행위를 하면 신이 노하여 질병을 준다는 믿음이나 다른 장소로 옮길 때 당내의 돌이라든지 헌납물의 일부를 옮겨가야 하는 ‘옮겨모심’ 등의 행위는 없다. 이것은 포제단이 신의 주처로서의 기능은 없고 단지 제장으로서의 기능만이 있는 신성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마을에 따라서는 포제단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제단이 없는 마을에서는 해마다 방위를 보아 ‘터진 방위’의 방을 골라 임시 제장으로 삼거나 마을회관을 제장으로 삼기도 한다.
최근 들어 마을제가 지역주민들의 향토애와 단합된 힘을 과시하는 전통문화유산의 하나로 자리매김 되면서 일제강점기시대와 새마을운동을 거치며 허물어졌던 포제단이 새롭게 정비되고, 포제를 봉행하는 마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름다운 미풍양속도 지켜나갈 때만이 영혼과 육체의 풍요로움의 미래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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