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부주(南贍浮洲) - 재가불자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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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부주(南贍浮洲) - 재가불자의 침묵
  • 보문 이도현 객원기자
  • 승인 2018.08.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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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저 멀리에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사이로 비치는 파아란 하늘의 아름다움은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시절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의 기운을 받으며 들판의 곡식들과 과일들은 풍성함을 향해 가며 세상에 풍요로움을 주고자 하건만 우리 불교계의 형편은 反面石佛 (반면석불)의 상황이 아닌가.
출가는 세속의 욕망을 멈추는 일이다. 번뇌와 탐욕으로부터 벗어나 참된 행복과 자유, 평화를  열어가기 위한 첫 관문이다. 세속을 떠남으로서 속세의 모습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고, 채움이 아닌 비움으로 넉넉함을 구하고자 하는 일생일대의 고귀한 결단이다. 그 출가인들의 화합하는 모임을 바로 청정승가라 한다. 그러나 돈과 권력에 대한 소름끼치는 진지함을 갖는 본데 없는 출가인들은 그저 단순한 가출자에 불과할 뿐이다. 
화합승가로서의 청정한 모습과 수행자 역할을 포기하여 사회를 걱정하며 세상을 밝고 향기롭게 하는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재가불자들이 그 존재감을 상실케 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해야 할 말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사람들이 입을 닫으면 부패가 꿈틀거리며 말하기 시작하고 무능이 감추었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재가의 일부에서는 왜 불자들이 스님들의 일에 간섭하고 떠들며 난리치느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재가불자들의 그 비겁한 어리석음이 불교를 망치는 밑바탕이 되고 있음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근거가 없는 지적도 아니고 일반시민들의 상식수준으로 보더라도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재가불자들의 비판은 정당하다. 비판은 부패를 치료하는 유일한 처방이기 때문이다.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불교적 가치관을 가진 유사승가, 비법승가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바로 불교의 타락과 부패를 방지하는 올바른 방편이며, 부처님 법에 어긋나는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침묵이 뭔지 알 수는 없으나 확실한 것은 해야 할 말 못하는 침묵은 아무 것도 아니고, 해야 할 말은 하는 것은 금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불교 현실에 대한 재가불자들의 침묵은 적폐세력에 대한 부역이고 부패의 공범이며 불교를 망치는 방관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잘못된 일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해종세력이라고 공격하며 몰아부치는 권승집단의 모습은 자비심을 포기하고 보리심을 등진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 “눈 감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라” 라고 하며 가공적(架空的) 언어의 남용으로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고 오염을 청정으로 위장하고 있다.
“당신의 말법시대를 기다렸다가 나의 제자와 나의 자손들에게 가사를 입히고 도량에 주지하며  삿된 말로 불법을 파괴할 것이다.” 법멸진경에서 파순마왕이  부처님께 한 말이다. 그러나 사불범정(邪不犯正)이다. 빛은 어둠속에서 빛나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지금은 잠시 어둠에 가려진 빛의 세상. 권력에 굴하지 않고 부처님 정법에 대한 확신의 열정을 갖는 올곧은 수행자들이 오늘의 빛이 되어  한국불교의 내일을 비출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스님들께 귀의하고 또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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