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 썸타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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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와 썸타는 청년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9.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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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진 에세이 ‘길 위에서’ (2)

절에 오래 다닌 보살님들이나 거사님들에게서 권태감을 엿볼 때가 있다. 마치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에게 찾아오는 권태기 같은…
 얼마 전 불교서점에서 이제 막 붓다와 썸을 타고 있는 두 청년을 만났다. 한 청년은 쑥스럽게 불교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던 기독교인 청년이었고, 또 한 청년은 아버님 사십구재를 계기로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청년이었다. 
 조금은 산만하게 두리번거리던 기독교인 청년이 멈춰선 곳은 바로 법륜스님의 책들이 꽂혀있는 자리였다. 마치 낯선 해외여행에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국말에 긴장을 풀고 환하게 반응하듯 청년은 긴장을 풀고 활짝 웃었다. ‘나도 이 스님 안다!’ 그런 표정으로. 그리고는 주인에게 조언을 구한다.
 “저는 기독교인인데요, 여자 친구가 불자라서요, 선물 사줄 거면 불교서적을 사달라고 하네요. 법륜스님 책 괜찮죠?”
 “아유, 그럼요. 근데 정말 멋진 남자 친구네요. 여자 친구한테 주기 전에 먼저 읽어보세요.”
서점 주인의 권유에도 그는 활짝 웃었다.
 “안 그래도 아마 여자 친구가 읽고 저한테 줄 거예요.”
 기독교인인 남자친구는 불자인 여자 친구를 위해서 법륜 스님의 책 몇 권을 샀다. 남자 친구를 붓다와 썸타게 하는 요망진 그녀는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또 다른 청년은 사경 책을 찾고 있었다. 
 “제가 아버지 사십구재 때 사경을 했는데, 참 좋았어요. 사십구재는 끝났지만 그냥 계속 사경을 해보려고요. 추천 좀 해 주세요.”
서점 주인이 반야심경을 추천해 주자 그는 묻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불교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그 설렘을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었나보다. 그 청년은 아버지 사십구재 전에는 불교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절이라는 곳은 엄마가 다니는 곳, 불교는 자기와 별 상관없는 종교, 부처님 또한 자신과는 다른 멀고 먼 존재.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점집과 더 가까운 종교로 여겼다고 한다.
 “스님께서 아버지 사십구재 기간 동안 저희 가족들에게 사경을 해 오라 하셨어요. 뭔지 모르지만 아버지에게 좋다니까 저도 그냥 썼어요. 그런데 점점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안정이 되는 거예요. 신기했어요.”
 간경이나 사경이나 염불이나 무엇을 하더라도 이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그것이 사경이었다. 그런데 그 청년이 ‘어! 불교, 이건 뭐지?’ 하는 사건이 사십구재 의식 마지막 순간에 일어났다. 
 “아, 글쎄 말이에요. 제가 49일 동안 정성을 다해서 쓴 금강경을 스님이 그만 불에다 확 집어던지는 거예요. 순간 당황했어요. 그만 호르르 타버리는데…”
 “아니, 그럼 그걸 어떻게 하는 줄 알았어요?”
서점 주인의 물음에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애쓰고 쓴 사경이 확 태워질 거라는 생각도 역시 안 해 봤다는 거였다. 나름 그것은 그에게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이건 뭐지? 그것이 그에게는 화두가 되었다가 마침 불교에 조예가 깊은 친구에게 그 일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야,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49일 동안 정성들여 쓴 금강경을 스님이 불에다가 확~”
청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친구가 한 마디를 쏘아 올렸다.
 “야, 인마! 그게 불교야!”
 청년은 어느새 친구가 쏘아올린 화두를 잡아타고 있었다.
  ‘그게 불교라고… 이건 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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