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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9.0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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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행 - 인도 불교 성지를 중심으로 ① /오영호 시인

다섯 번째 표제작‘등신들, 까불지 마라’로 
갠지스강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 똬리 틀어

 

 사)봉려관선양회 상임이사이며 혜향편집장인 오영호 시인은 인도를 어떻게 봤을까 궁금해진다. 시인은 류시화 시인의 인도여행기로 인도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면 시인의 쓴 ‘등신들, 까불지 마라’는 갠지스강을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편집자주>

 

한국을 떠나 8시간 반 만에 도착한 델리 국제공항의 모습.

오래 전부터 인도 여행을 꿈꿔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류시화의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었다. 
 이 책은 인도를 여행하면서 일어난 일화들을 담고 있다. 읽다보면 상상할 수 없는 실제 일들을 만날 수 있다. 천장에 구멍 뚫린 호텔방, 한밤 작은 마을의 운동장에서 12시간에 걸쳐 펼쳐졌던 인도 최고음악가 라비 샹카의 시타르연주회, 버스에서 어느 허풍쟁이 노인과의 만남, 황량한 들판에 볼품없는 작은 나무하나 의지하고 그 뒤에서 급한 일을 봤었던 사연… 인도의 타는 듯한 더위, 마실 것 조차 재대로 없고 손으로 먹는 식사 등 열악한 환경. 만원 된 버스를 타고 라니켓이란 곳을 향해 가는 데 갑자기 버스가 멈췄다. 멈춘 시간이 1시간이 지나도 버스에 탄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큰 소리로 ‘왜 버스가 안 떠나요?’ 라고 외쳤는데 알고 보니 버스기사가 중간에 친구를 만나서 찻집으로 갔다는 다른 승객의 말을 듣는다. 화가 너무나 많이 났지만 한 승객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떠나지 않는 버스를 향해 화를 내던지,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 해도 마음을 평화롭게 갖든지’라고... 등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인도 여행을 접었었다. 그러나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 ‘크게 포기하면 크게 얻는다.’ 는 등 가슴에 남는 말들도 많이 들어 있었다. 
 
   갠지스는 인도의 마음
   바라나시 돌계단 밑

얼마나 흘렀을까 어둠에 묻혀있는 수면을 밝히며 피어
오르는 화장하는 불빛 아래 똥오줌이 섞이고 시신을 태운
재가 꽃잎과 함께 떠내려가는 강물에 목욕하고 먹는 순례
자에게 ‘그렇게 더러운 물을 어떻게 마실 수가 있느냐’고,
코리언이 묻자, 강물로 머리를 적시던 중년의 코 큰 남자
가 빤히 쳐다보면서 하는 말 ‘당신의 몸은 똥오줌으로 가
득 차 있으면서 깨끗한 척......’ ‘쯧쯧’ 혀를 차며 하는 소리

‘등신아, 까불지 마라’
확 타오르는
나의 얼굴
                   - 등신아, 까불지 마라 (전문) 
 
 위 작품은 나의 다섯 번째 시집 표제작이다. 비평가의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지만 갠지스 강을 직접 가보지 않고 썼기 때문에 늘 마음이 걸렸다. 그래서 갠지스 강에 가보고 싶은 마음은 늘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렇지만 긴 비행시간 등 이 핑계 저 핑계로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혜전 스님의 안내로 도남 보덕사 신도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언젠가 인연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부처님의 가피라고 믿고 싶다.   

 비행기 좌석에 앉자 인도를 그려본다. 
 세계 4대 문명의 한 곳인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 많은 인구.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땅. 힌두교, 카스트, 소, 요가, 카레 등이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나라보다 2년 늦게 1947년 독립을 한 나라.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에서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이라는 민족주의 운동이 인도를 하나로 묶어 마침내 독립을 한 나라. 더불어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우리나라를 제재로 쓴 ‘동방의 등불’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 민족 문화의 우수성과 강인하고도 유연한 민족성을 노래한 ‘동방의 밝은 빛’은 우리 민족에게 격려와 위안을 준 시다. 즉 한국의 3·1 독립 운동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함을 보고 지은 이 시는 일제 강점기하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 보낸 격려의 송시(頌詩)인 것이다. 이 시 한 편이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독립의지를 고취시키는데 대단한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집을 나오면 고생인 것을 어찌 모르랴. 그런 것을 알면서도 왜 여행을 하는가? 그 답은 여행의 성격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특히 성지순례는 신앙고취의 성격이 강하다. 교주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하며 신심을 돈독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크다 하겠다. 또한 여행은 나와 다른 삶의 세계를 접함으로써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일 것이다. 즉 내가 세상에서 얼마나 미미한 존재임을 바로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깨어 있기 위함이요, 바른 삶을 위한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 견문이 넓어져서 좀 더 자기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기 때문인지 해마다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비행 8시간 반 만에 델리 국제공항에 안착했다. 하루 종일 자동차와 비행기만 탔으니 발이 무겁다. 우리나라와 시간차는 3시간 반이 늦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한증막이다. 인도인의 모습은 다양하다. 다문화 국가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래도 그들은 공통점이 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큰 눈, 오뚝한 코로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옷차림도 밝지 않다. 지인이 화려하게 옷을 입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에 맞추어야 편한 것이다. 도로 옆은 지저분하고, 정비가 덜된 곳이 많다. 버스에 오르자 현지 가이드가 우리말로 안내를 시작한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소통에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다음 날로 미루었다. 호텔은 괜찮았다. 독특한 음식향기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그런 걱정은 접었다. 시차 관계로 12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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