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기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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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기도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9.1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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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진의 ‘길 위에서’ (3)

벌써 여러 해가 지난 일이다. 언젠가 그저 문득 ‘기도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이 많게도 내게는 두루두루 이런 저런 선지식들이 많이 계시니 한번 물어보자는 생각에 마이크를 들이댔다.
  “당신에게 기도란 무엇인가?”
 24명의 대답은 모두 달랐다. 그 가운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몇 분의 답을 더듬어 본다.
  “기도란 지나온 시간의 반성이죠!” 
그렇게 대답한 그는 너무도 착한 사람이다. 내 보기엔 반성할 거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지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다정하고 따뜻하고 나는 그로 인해 여러 번 감동을 받았다. 지금도 잊을 만하면 깜짝 감동을 주는 분이다. 그가 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절, 친절에 머물 수 있는 건 기도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 점검을 하는 때문이 아닐까?
  “기도요? 그분과의 대화죠!” 
그녀는 타 종교인이다. 늘 침착하고 온유한 그녀는 대화와 소통이 잘 되는 타 종교인이다. 명령이나 겁박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신이라면 믿고 기도할 만한 것 같다.
  “기도, 아픈 이들을 향한 치유의 손길이지.” 
그는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을 어루만져주고 싶어 한다. 주로 밤에 일을 하니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사람도 있고, 종로에서 뺨을 맞고 그에게 화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두가 그에게는 다만 어루만져 주어야할 아픈 이일뿐이다. 
 “기도란 행주고 걸레죠. 끊임없이 나를 닦아내는…”
스스로 그리 말을 해서인지 그는 이런 저런 일로 몸과 마음을 청소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하고있고 지금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그가 기도라는 행주와 걸레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기도는 소원을 이루는 힘이지!” 
 나이 차이를 넘어서서 나의 오랜 벗이기도 한 그 분은 팔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을 기도를 통해서 성취하신 분이다. 자기 자신의 이기적 욕심만을 채웠다면 내가 어찌 그를 벗으로 여겼을까. 그분은 자기문제든 다른 이의 문제든 인연 있는 모든 이의 근심과 아픔을 제 것으로 받아들여 기꺼이 기도를 해주었고, 역시 그 기도는 성취가 잘 되었다. 물론 그분은 스님도 아니고 도사도 아니다. 평범한 엄마, 할머니 마음으로 기도를 하시니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을까? 
 그 분은 평소 소원대로 80을 너무 많이 넘기지 않고 가셨다. 너무 오래 살아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하지 않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셨고, 크게 아프지 않고 3일 앓다가 가시기를 발원하셨는데 역시 그대로 그렇게 하셨다. 그러니 기도는 소원성취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평소에 어른이라고 대접 받는 일이 없어 늘 핑계거리만 생기면 어린 우리들에게 공양을 올리던 그 분이 새삼 그립다.
 “자네들은 젊으니 앞으로 복 지을 날이 많잖아. 나는 이제 얼마나 더 복을 지을 수 있을지… 나한테 양보 좀 해줘.” 
떼를 쓰다시피하며 꼭 당신이 계산을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나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딸로 태어날 거야.”
  “다시 태어나면 멋진 남자랑 연애도 한번 해 보고 싶어.”
  “다시 태어나면 그림 그리는 화가가 될 거야.”
 그 모든 소원 가운데 두 가지는 되었지 싶다. 살아생전에 그리하셨으니까.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씀을 끝으로 이제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기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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