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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칼럼-일본축구, 그리고 일본인
임창준(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지난 러시아 월드컵 때 8강 도전에 실패한 일본이 ‘깔끔한 퇴장’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아 화제가 됐다. 역전패 아픔이 가시기도 전, 일본 팬들이 경기장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을 TV 등으로 지켜본 세계인들이 감명을 받았다. 
일본은 지난 7월 3일 열린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2대3으로 패했다. 경기가 열렸던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 경기장, 심판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자 눈물범벅인 얼굴로 자국 대표팀의 탈락을 안타까워하던 일본인 관중들은 이내 미리 가져온 쓰레기 봉지를 들고 경기장 쓰레기를 치우느라 구석구석을 누볐다. 관중 4만5천여명이 경기장에 버리고 간 페트병, 캔, 비닐 등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심지어 일본 관중의 청소 매너는 상대국 팬들의 자연스러운 쓰레기 수거에 동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영국의 일간신문 ‘더선’은 “일본이 경기에선 패자였지만, 경기장에선 승자였다”며 “일본 축구 팬들은 세계 최고의 매너를 솔선수범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경기를 끝낸 일본 선수들까지 쓰레기 수거에 동참했다. 월드컵을 주최한 국제축구연맹(FIFA) 직원인 프리실라 젠슨은 경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 축구팀이 떠난 라커룸 사진을 올렸다. 바닥이 미끄러워 보일 정도로 완벽하게 뒷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그는 “일본 대표팀은 벤치는 물론 라커룸까지 깨끗하게 치웠고, 심지어 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메모까지 남기고 떠났다”라고 덧붙였다. FIFA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일본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고도 했다. 
이기든, 비기든, 지든 일본 팬들의 청소 매너는 변함이 없다. 일본은 첫 출전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머문 자리’를 깔끔하게 치우는 것으로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당시 일본은 조별리그 3전 전패로 탈락했는데도 일본 팬들은 묵묵히 경기장 쓰레기를 주워 프랑스의 르몽드 등 현지 유력 언론들로부터도 조명을 받았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베테랑 청소 실력’을 선보였다. 
일본 선수들은 경기를 끝내면서 라커룸뿐 아니라 경기장 벤치까지 말끔하게 치웠다. 일본인에게는 ‘청결’과 ‘친절’이 몸에 밴 국민적 DNA를 갖고 있는 것일까. 
 ‘남자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만나면 친절해진다’. 프랑스 한 심리학자의 연구 발표가 있다. 이를 좀 패러디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 ‘일본 사람들은 낯선 외국인을 보면 친절해진다. 선진국 시민의식이 돋보인다’고.
 회사 업무로 일본을 자주 방문하는 A씨(50. 제주시 연동)는 이렇게 말한다. 6년 전  일본을 처음 방문한 그는 자신의 숙소와 업무처를 찾아갈 때 철도 탑승구부터 골목길까지 온통 물음의 연속이었다. 숙소를 찾아가기 위해 지나가는 일본인에게 물으면 너무 친절하고 심지어 자기가 가는 길을 가다가 되돌아와 더 가까운 목적지 코스를 안내해줬다. A씨가 묻는 질문엔 “하이”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답하는 그들의 눈빛을 보면, 고마움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도움이 못돼 미안하다고, 두 손 모아 합장하는 겸손엔 도리어 민망스럽기도 했다. 이런 일본인의 친절과 공손함을 두고 겉과 속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일본인의 질서의식과 친절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몸에 배인 친절의식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활신조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은 일본인들의 친절과 질서의식에 강한 인상을 간직한 채 일본을 떠난다.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반일(反日)감정이 많은 우리국민도 이런 일본인의 청결과 친절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 국민 개개인은 이렇게 좋은 면이 많은데 비해 유독 국가는  시건방지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근세엔 한국을 침략했는지 모른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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