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세이 -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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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세이 -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10.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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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지난 8월 하순 원로 가수 최희준이 별세했다는 뉴스를 듣자마자 ‘하숙생’이라는 노래가 순간적으로 생각났다. “인생은 나그네 길 /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가” 
  100년의 삶이란 잠시 들렀다 가는 하숙집 정도로 생각하고 물욕이나 명예나 정情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평상심으로 살다 가자는 깊은 뜻이 담긴 말이다.
  1965년 고등학교 2학년 다닐 때 이 노래가 발표되고 라디오 드라마까지 나오자 방과 후에 라디오를 틀고 뭔가 홀린 듯 귀 기울였던 나인데, 구름이 흘러가듯 어느덧 고희古稀가 되었다.
  나이 듦 탓인지 매일 아침에 늙음과 죽음에 대한 명상을 반복하면서 경전에 새겨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반조해 본다. 
  부처님께서 ‘알라위’에 오셔서 어떤 직조공의 딸에게 먼저 네 가지 질문을 하셨다.
  “소녀여, 너는 어디서 왔느냐?”  “모릅니다, 부처님이시여.” 
  “너는 어디로 갈 것이냐?” “모릅니다, 부처님이시여.” 
  “모른단 말이냐?” “압니다, 부처님이시여.” 
  “진실로 아느냐?”  “모릅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회중을 조용하게 하시고 계속 그녀에게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질문을 하셨다.  
  “소녀여, 내가 너에게 ‘어디서 왔느냐?’ 라고 물었을 때 왜 너는 ‘모른다.’고 했느냐?”  
  “부처님이시여, 당신께서 제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셨을 때 저는 그 말씀이 ‘과거의 어떤 존재로부터 지금의 제가 오게 되었는가?’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모른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소녀여, 내가 너에게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물었을 때, 너는 왜 모른다고 답하였느냐?”  
  “부처님이시여, 당신께서 제게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물으셨을 때 저는 그 말씀이 ‘어디에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냐?’ 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현생에서 죽어 다음 생에 어디에 다시 태어나게 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른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소녀여, 내가 너에게 ‘모르느냐?’고 물었을 때 왜 ‘안다’고 했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제가 언젠가는 죽게 될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안다’고 말씀드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너에게 “진실로 아느냐?” 고 물었을 때 왜 “모른다”고 했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제가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라는 것만을 분명히 알 뿐입니다. 언제 죽게 될지, 밤일지 낮일지 이른 아침일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모른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소녀에게 “잘 말하였다, 잘 말하였다, 소녀여, 너는 내가 물은 네 가지 질문에 바로 대답하였다.”라고 칭찬하시고 나서 회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들 모두 이 소녀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기분이 상했다. 혜안慧眼을 지니지 못한 이들은 장님이나 마찬가지이니라.”  
  이러한 부처님의 말씀을 다 듣고 나자 소녀는 첫 번째 도와 과의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3년 전 부처님의 가르침sāsana을 들은 후, 오로지 죽음에 관해 명상을 해왔기 때문에 수다원이 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 주인공이 있는가, 없다면 그 무엇이 오고감인가?
이제야 이 화두가 좀 열리는 것 같다. 이 몸뚱이는 내 자신이 만든 것도 아니요, 조물주나 천신이나 부모가 만든 것도 아니로다. 원인을 조건으로 생겨났으며 원인이 부서지면 소멸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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