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띠 뿌자 arti pu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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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띠 뿌자 arti puja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10.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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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불교성지순례길을 떠난 오영호 시인과 일행은 갠지스강에서 올리는 힌두교도들의 제의식인 아르띠 뿌자를 보게 된다. 시인은 아르띠 뿌자에 2~3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리그베다를 읽으면서 큰소리로 신들을 찬양하고, 향을 사르고 뿌자들이 불을 돌리는 모습은 마치 큰 굿판을 보는 듯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힌두교도들이 날마다 갠지스 강가에서 치르고 있는 아르띠 뿌자 의식을 지켜보고 있다.

모래언덕을 내려와 다시 배를 탔다. 배는 서서히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가트 앞 강가 가까이 다가갔다. 날마다 해질녘이 되면 다사스와메트에서 강가 여신에게 올리는 아르띠 뿌자 제의식을 하는 데 그걸 보기 위해서다. 아르띠 뿌자란 직역하면 ‘불을 돌리며 하는 기도’ 라고 한다. 이미 강가엔 크고 작은 많은 배들이 몸을 맞대고 있다. 우리가 탄 배도 배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멈췄다. 강물이 흐르는지 멈춰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강물은 조용히 흐르고 있다. 배는 흔들림이 거의 없다. 
 법정 스님도 ‘갠지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 채 무심히 흐른다. 흐르고 있지만 전혀 흐름이 드러나지 않는다. 인도의 무한한 잠재력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안으로 침잠한 채 흐르는 것 같다.’고 쓰지 않았던가. 무한한 잠재력, 다시 한 번 그 이유를 곱씹어 본다. 
 바로 옆 배에 탄 이국인들이 우리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우리들도 미소로 답한다. 미소는 만국 공통 언어 같다. 이미 준비하고 온 디아(꽃불: 나무이파리로 만든 조그만 꽃 접시에 가운데는 초가 있음)를 한 사람씩 나눠준다. 초에 불을 붙이고 소원을 담아 강에 띄운다. 멀리멀리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강에 손을 넣었다. 미지근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트에 모인 사람은 점점 많아졌다. 어림잡아 2천 명은 훨씬 넘을 것 같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제 의식은 진행되고 있다. 가등의 불빛이 현란하다. 힌두교 경을 읽는 것인지 아니면 갠지스 강 여신에게 드리는 염원을 담은 기도문인지 모르겠지만 확성기를 통해 사방팔방으로 소리가 날아가고 있다. 나중에 힌두교의 찬송인 리그베다인 것을 알았다. 베다란 성스러운 찬가 또는 시를 말한다. 그 찬가들은 신을 찬양하는 데 그 신들은 불(아그니), 태양(수리아와 사바트리), 창조(인드라), 자비(미트라), 여명(우샤스) 등 자연과 우주의 현상이 인격화한 존재로 대부분 제의 때 불려진다. 가장 오래된 찬가 본집(本集)이 리그베다다. 힌두교의 많은 신중에 가장 높은 신은 시바신과 비슈느신이다. 불교의 다라니나 진언은 대부분 힌두교의 리그베다에 들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만(卍)자 표시를 한 힌두교인들의 집들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힌두교와 불교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탄 일행들이 아르띠 뿌자를 보기위해 가트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찬송하는 시간은 지루할 정도로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메인 스튜디오엔 뿌자리(제의식을 맡은 남자) 5명이 황금색 옷을 입고 서서히 제전 앞에서 뭔가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향을 사르는지 연기도 피어오른다. 우리는 강가 배위에 앉아 보기 때문에 멀어서 확연하게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었다. 배에 타 있는 수많은 인도인들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조용하다. 어쩌면 큰 굿판을 보는 것 같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화려한 의상의 사제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가등의 불빛 아래 종소리와 장구소리, 연기 피우는 향불 등 점점 몽환적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사제들의 동작은 그냥 서서 팔로 들어 올린 향이나 향단지 그리고 촛불 뭉치나 깃털 등을 돌리거나 밀어 올려 하늘을 향하는 동작이 전부다. 그러나 힌두 제례음악과 가트 주위에 앉은 주민들의 기도소리와 연출된 어스름의 빛들이 어울려 말 그대로 꿈속을 헤매는 분위기다. 드디어 뿌자들이 불이 피어오르는 등을 빙빙 돌리기 시작한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이제 모든 의식이 끝나기 바로 전이라 한다. 여기에 온 지 한 시간은 훨씬 지난 것 같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먼저 우리가 탄 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에서 내린 곳 계단 위에도 모인 사람은 많지 않지만. 또 하나 아르띠 뿌자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들고 돌리는 불등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힌두교들은 아르띠 뿌자 기도의식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라고 한다. 날마다 같은 의식에 모든 일을 그만두고 달려 나오니 인간에게 신앙이란 어떤 일보다 소중한가 보다. 아르띠 뿌자 참관으로 힌두교인들을 이해하는데 좀 더 가까이 간 것 같다. 인도 갠지스 강에 와서 생각지도 못한 아르띠 뿌자를 본 것은 또 하나의 큰 행운이었다. 그래서 한 편의 시를 얻었다.

 

       아르띠 뿌자*

오영호 시인

가등의 불빛들이 어둠을 베어내는

어슴푸레한 갠지스 강가 가트에 둘러앉은  

수많은 힌두교인들의 리그베다** 찬송 소리 

오로지 강의 신께 삶과 죽음을 넘어                

윤회의 끈을 풀고 피안의 길로 가고픈 

기도는 천상을 돌아 갠지스로 흐르고 

불등을 손에 든 다섯 뿌자***들이 

무당이 춤을 추듯 주문을 외며 돌리는 

휘황한 몽환의 불빛 내가 나를 찾는다  


* 불을 돌리며 하는 기도. 갠지스 강 가트에선 아침저녁으로 늘 이 제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 고대 인도의 브라만교의 근본 성전
*** 제 의식을 맡은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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