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에서 참선하다
상태바
영축산에서 참선하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10.24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한 고행 - 인도 불교 성지를 중심으로 ⑦ /오영호 시인

봉우리가 독수리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그리드라쿠타라고도 부르는 영축산은 최근 일본인들이 만든 케이블카로 어수선하지만 오영호 시인 일행은 걸어서 산을 오르면서 아난존자의 수행동굴과 사리불 존자의 수행동굴을 만나게 된다. 꼭대기에는 사람들이 쌓은 작은 탑들과 나무에는 오색 깃발이 달려있는데 거기서 몇 계단을 오르면 여래향실이다. 이곳이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법화경을 설하시고 염화미소를 보이신 바로 그곳이다. <편집자주>

 

영축산을 오르면 만나게 되는 곳 여래향실, 이곳에서 부처님은 제자 1250인에게 법화경을 설했다고 한다.

 

산 입구에서 보니 크지 않은 산이다. 어쩌면 제주도 높은 오름 하나같다. 산 중턱에 다다르자 시야가 확 트인다. 북인도 지역은 대부분 광활한 평야다. 천혜의 산맥을 꼽으라면 영취산 지역이다. 영취산은 라지기르 동쪽 찻타 언덕 남단에 있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봉우리가 독수리 모양 같아 인도에서는 그리드라쿠타라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자 인산인해다. 한 마디로 북새통이다. 왜일까. 가만히 보니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일본인들이 이곳 산꼭대기에 사찰과 평화탑을 세우고 관광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난생 처음 케이블카를 타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오래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고, 돈도 아낄 겸 걸어 올라가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때문에 영축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은 매우 혼잡하다. 또한 길가엔 각종 잡화상과 구걸하는 사람들이 한 몫을 더 하고 있다. 심지어 ‘석가모니’ 라고 외치며 염주를 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눈길 안주려고 먼 곳을 보며 가고 있는 나 자신이 왠지 측은한 느낌마저 든다. 

영축산 봉우리가 독수리 모양 같다고 한다.

산 중턱에 다다르자 갈림길이다. 오른 쪽은 부처님이 설법을 한 영축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케이블카가 설치된 좀 더 높고 큰 산으로 가는 길이다. 영축산으로 가는 사람은 우리뿐이다. 갑자기 한가한 길을 걷는다. 10여 분 걸어가니 아난존자 수행동굴이 나온다. 10여 명은 족히 앉아 기도할 수 있는 넓이다. 다시 조금 오르면 사리불 존자의 수행동굴도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오르면 조그만 한 평지가 나온다. 여기엔 오가는 사람들이 작은 돌로 쌓은 탑들을 볼 수 있다. 작은 돌 하나를 주워 탑 위에 올려놓았다. 오른 쪽에는 높지 않은 계단이 있다. 그 옆에는 오색 깃발이 나무에 달려 있다. 티베트에서 오색 깃발은 불교를 상징한다. 징번(經幡)이라고 한다. 황색은 토지, 흰색은 하천(물), 홍색은 불, 청색은 하늘, 녹색은 초원을 상징한다. 오색 깃발에 불경을 적어 집과 거리 곳곳에 달아 인간의 소망을 바람에 실어 신에게 전해진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징번은 크게 룽다와 타르초로 구분된다. 타르초는 긴 줄에 정사각형의 깃 폭을 이어단 것으로 만국기 형태다. 타르초는 불, 우주, 땅, 공기, 물을 의미하는 오색 깃발로 불경을 적어 집과 거리 곳곳에 매단다. 룽다는 긴 장대에 매단 한 폭의 긴 깃발로 바람이란 뜻의 ‘룽’과 말이란 뜻의 ‘다’가 합쳐진 말이다. 그러나 여기 깃발에는 경은 적혀 있지 않다. 그렇지만 영(靈)적 감흥을 일으키게 한다. 작은 언덕 같은 곳 몇 계단을 오르면 바로 정상이고 여래향실이다. 여기엔 부처님이 모셔 있다. 순례자들은 더운 날씨 때문에 법회는 생략했다. 삼배 후 잠깐 동안 참선을 했다. 자리에 앉아 나를 점검한다. 이곳이 어디인가. 상념의 나래가 저절로 펴진다. 

영축산 여래향실에 올린 불전들의 모양이 다채롭다


이곳은 성도 후 부처님께서 이 산에 머무시면서 법화경, 보적경 등 대승경전을 설하셨다. 경전 첫머리에 나오는 ‘한 때 부처님께서 기사굴 산중에 계실 때 비구 1250인과 함께 하셨는데’ 하는 기사굴산이 바로 이 곳이며 염화미소를 보이신 곳이 아닌가.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깨달으신 바를 가섭존자에게 전하실 때다. 이 때 부처님은 정공양을 펴신다. 정공양은 정법을 바로 전하고 바로 듣고 행하는 것이야말로 여래의 공양이라는 뜻이다. 부처님은 일반 공양은 스님들에 의해서 바쳐진 공양이지 그것을 여래의 공양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시면서 영축산에서 꽃을 한 송이 들고 청중에게 들어 보이시며 “내가 너희들에게 최고의 상근기 법문을 하겠노라(영축염화시상기靈竺拈花示上機) ”고 말씀하시고, 다음 같이 설했다. 

긍동부목접맹구(肯同浮木接盲龜) 
음광불시미미소(飮光不是微微笑) 
무한청풍부여수(無限淸風付與誰) 


 
풀이하면 큰 바다 한 가운데에 사는 눈 먼 거북이는 천 년에 한 번씩 물 위에 올라와서 숨을 쉬어야 하는데 이 거북이가 물위로 올라왔을 때 물 위에 떠다니는 나무토막을 만나야만 그것을 의지해서 숨을 충분하게 쉴 수가 있다. 거북이가 이렇게 하려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는가. 부처님께서 꽃을 들자 가섭 존자가 웃은 것은 눈 먼 거북이가 나무토막을 만난 것처럼 아주 귀중하게 드문 일이라는 뜻이다. 깊은 바다에서 겨우 나온 거북이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기분이 좋아 그윽한 미소를 짓는다. 는 내용이다.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법을 설하고 꽃을 들어 보일 때 가섭이 미소를 짓지 않았더라면 누구에게 불교를 전하였겠는가. 불법 만나기가 이와 같다 하겠다.  

영축산을 오르는 순례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표현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를 그려본다. 법화(法華)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경지를 말한다. 즉 진흙탕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결코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난 연꽃을 비유한 말이 아닌가.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넓은 평야는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종일 버스에 앉아 시골길만 보며 달리다가 산에 오르니 마음이 확 트이고 시원함이 절로 일었다. 그래서인지 여유가 생기고 내려오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