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다 저거다 분별을 그치면 지도가 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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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다 저거다 분별을 그치면 지도가 무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11.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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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주불교대학 (학장 성원 스님)이 지난 11월 3일 성철스님께서 신심명 하나면 불교의 근본을 알 수 있다고 칭찬한 책“신심명”을 혜국 스님을 통해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법당에서 마련한 특강에서 혜국 스님은“단 한 차례의 강의로는 그 내용을 전달하기 어려운데 오늘 이렇게 강의에 나서게 되었다”며 지도무란하면 통연명백하리란 첫 구절의 의미에 중점을 두고 불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스님은“분별하는 그 마음만 내려놓으면 지극한 도는 이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좋고 나쁨을 간택하면서 번뇌가 일어난다”며“지도란 공성이고 공성은 곧 우리 마음의 불성”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특강을 마련한 학장 성원 스님은“오늘 큰 스님을 모시고 이런 특강을 열게 되어 참으로 기쁜 일”이라며“오늘 감로법문을 통해 불자들의 발심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길 바란다”고 했다. <편집자주>

 

 

성철 스님께서 이 신심명 정도는 그냥 외워 버리라고 할 정도로 가장 읽어야 할 책으로 꼽을 만한 소중한 책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지구상에 와서 가섭 스님과 아난 스님을 거쳐서 28대 달마대사를 거쳐 혜가 스님과 승찬 스님 시대에 와서, 승찬 스님은 문둥병에 걸려 거의 극한의 고통을 받았던 것 같아요. 이 세상을 살면서 아픈 만큼 마음이 영글어지고 마음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승찬 스님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차서 죽으려고 했다가 스승 혜가 스님을 찾아가 “꼭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병의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다시 말해 도를 물으면서 도를 깨닫게 됩니다. 
승찬 스님께서 내가 누구인가를 깨닫고 보니까 저절로 이러한 신심명이 나왔다고 합니다. 눈이 먼 장님이 눈을 뜨니까 온 세상이 아주 환희심이 나거든요. 
처음이 “지도는 무란이요 유혐간택하면 단막증애하고 통연명백하리라”
성철 스님은 신심명 처음 네 구절만 다 안다면 신심명만 알게 되는 게 아니고 우주 대자연의 지혜가, 내 안에 있는 진리를 알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도에 이른다고 하는 말은 만일 도가 멀리 있어, 가서 도착하는 거라면 지도가 아닙니다. 
흙탕물에도 달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있습니다.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천강유수 천강월이라. 달이 보이려면 물이 맑아지고 나면 없던 달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본래 있었던 달이 보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내 영혼 네 영혼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물이 열 개면 달이 열 개이고 물이 천 개면 달이 천 개라. 영혼은 우주 생명이지 내 영혼 네 영혼 따로 없다고 했습니다. 
물에 있는 달은 하늘에 있는 달이 비친 그림자라는 것입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우리를 뭐라고 했습니까. 죄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일체유정무정이 개유불성이라, 부처 아닌 존재가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부처다. 이것 하나를 가지고 앞으로 21세기 현재 과학이 한 수준만 더 올라가서 보면 과연 생명을 죄인으로 볼 거냐 부처로 볼 거냐. 부처로 볼 때는 희망이 있지만 죄인으로 볼 때는 희망이 없다. 바로 그쪽을 가고 있거든요. 
많은 선인들이 왔지만 너희들이 부처다 바로 네가 부처다 해준 분은 부처님 한 분밖에는 없습니다. 다만 흙탕물이서 그 달을 못 보지 비친 달인 걸 깨달으면, 온 생명이 하나라는 걸 알면 누구에겐가 전하고 싶고, 부처님이 안 오셨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 지상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70억 명이 좀 더 됩니다. 돌아가신 분은 몇 분이나 돼요? 천억하고 60몇 억이 된다고 합니다. 그중 성인들 빼고 누가 가장 천재였느냐 하면 누가 일등인 것 같아요? 아인슈타인 박사가 2등이고 괴테가 1등을 했다고 해요. 
괴테가 ‘지도는 무란이니 유혐간택이다’ 오늘 우리가 배우는 내용을 들었을 때,
도에 이른다는 것은 그래서 도에 이르는 것을 알았다면 
내가 여기서 제주도 허공을 여기 병에 담아서 육지에 갖다 놓으면 제주도 허공이 적어져요? 안 적어져요? 안 적어집니다. 본래 한 허공이듯이 너 것이다 내 것이다 할 것이 없어요. 한 허공, 공성을 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도속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습니다. 오직 걱정되는 것은 이거냐 저거냐 따지기 때문입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 중에서 누가 가장 큰 모자를 씁니까? 머리가 큰 사람이 큰 모자를 씁니다. 판사도 아니고 검사도 아닌데 우리는 이건가 저건가 차별에 익었습니다. 
내 오른쪽 손이 움직이는 기운이나 내 왼쪽 손이 움직이는 에너지는 같은 에너지입니다. 그 기운은 같은 에너지에서 나온 겁니다. 그 기운을 생명이라 합니다. 여러분은 생명을 만들어 본 일이 있습니까? 나는 만들어 본 일이 없습니다. 여기서 제법무아가 그냥 맞아 떨어져 버립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만들어 내는 공기를 빌려온 에너지. 물에서 에너지를 빌려다 쓰고 태양에서 따뜻한 체온을 만들고 대지에서 나오는 음식과 과일을 만들면 그 에너지를 우리가 빌려옵니다. 여러분들도 거기서 빌려오고 있고 나도 거기서 빌려오고 있고. 생명에서 볼 때는 나와 여러분들이 한 몸이요 아니요? 그게 바로 도라. 이건가 저건가 간택하는 마음 때문에 차별이 생겨납니다. 
우리 공성은 백지입니다. 도에 가는 것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이걸 조주 스님께 물었어요. 
한국 땅에 화두 참선법이 있기 때문에, 화두 참선법은 몇 근이냐 한 손바닥 나는 소리가 어떤 소리냐, 물으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지도는 무란이라. 모든 멍청한 사람이나 잘났다는 사람이나 앞서가는 사람이나 뒤에 선 사람이나 본성은 우주 에너지 그것이 움직이고 있지, 내 안에 영혼이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꽃 한 송이를 딱 들어 보이시고 가섭스님이 이어받아 그 마음의 등불이 꺼지지 않아 이어오고 있습니다. 
조주 스님에게 알아듣게 설명해 주십시오 하니까. 조주 스님께서는 현관을 딱 보여줬다고 해요. 우리는 아파트 들어가는 문을 현관이라고 하는데 선방에서는 마음의 문, 모양 없는 문을 현관이라고 해요. 그래서 현관은 선방에서 나온 말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감정의 ‘나’가 아니라, 감정이 일어나기 전 생명의 본질을 깨닫는 것, 현관을 보여준 스승이 끊어지지 않고 내려왔습니다. 성철 큰스님, 서홍 큰스님 향곡 큰스님 구산 큰스님.
조주 스님은 그래서 틈이 있으면 간택이요, 간절한 마음이 지극하면 무란이다.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이걸 위산 스님에게 물으니 ‘내 입은 그런 말을 해주기 위해 있는 게 아니야’라고 했답니다만 그보다 더 자세한 대답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같으면 다 도망가요. 옛날 제자들은 스승이 저런 대답을 할 때 뭔가 뜻이 있다, 내가 못 알아듣는 거다 이렇게 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강의할 때 가봤는데 거의 못 알아듣겠어요. 그럼 못 알아듣는다고 아무것도 안한다면 과학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를 발견해놓고 정신문명이 과학보다 조금 앞서가면 인류가 희망이 있지만 과학만 발전하면 인류가 전멸한다고 했어요.
우리는 어때요? 과학 문명만 앞서가고 있는 건 아닌지요. 
유혐간택하면 지도무란이라 단막증애하면 통연명백하리라. 
이 네 구절만 안다면 성철 스님은 다 안다고 그랬어요.
괴테가, 제일 천재라고 하는 괴테가 그랬죠. 지도는 무난이요. 괴테가 그걸 딱 보는 순간 괴테가 몇 십 년 전만 내가 이걸 알아도, 모든 생명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수행자로 갔을 텐데…….
그리고 “하나”라는 시를 썼습니다. 
 
 모든 것이 제멋대로 구르는 듯해도 
 사실은 하나로 얽혀있다네 
 우주의 힘이 황금 종을 만들어 이들을 떠안고 있다네

하늘 향기는 은은히 퍼져
모든 것이 향기를 좇아 시간과 공간을 채우누나
휘몰아치는 생명의 회오리 속에서  
나도 파도도 다함께 춤추고 
삶과 죽음이 있지만 영원의 바다는 쉼없이 출렁이고 있다. 
변화하고 진동하는 저 힘이 내 생명의 원천 
나는 오늘도 먼동이 트는 아침에 
거룩한 생명의 옷을 짜누나

그것이 지도(至道)는 무란(無難)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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