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칼럼 - 공무원 천국
상태바
제주칼럼 - 공무원 천국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11.28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창준(제주불교신문 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온 나라가 저(低)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부청사가 몰려있는 세종시가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3년 연속 출산율(1.67명)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그럴만한 원인을 세종시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 보수. 잘 갖춰진 보육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예로 세종시에는 어린이집이 9개가 있는데 이곳에 다니려면 공무원 자녀라야 한다. 아침부터 밤늦도록 아이들을 돌봐준다. 가뜩이나 출산 절벽이 심각한데 공무원이라도 많이 낳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열악한 보육·고용 때문에 출산을 망설이는 일반인들로선 씁쓸하다. 육아휴직도 다른 민간직장에 비하면 천국에 가깝다. 공무원 된지 2년 만에 3년씩 2번 쉬고 6년 만에 복직한 두 아이 어머니의 경우가 이를 입증한다. 
 특히 퇴직 후 받는 연금은 안정된 노후를 보장한다. 공무원과 일반인과의 연금 격차가 너무 크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무원 연금을 받는 최고액은 월 720만원으로, 국민연금 수령 최고액(204만원)의 3.5배를 넘는다. 공무원 평균퇴직 연금(월 240만원)은 일반 민간인이 받는 국민연금(월 36만원)보다 6배나 높다. 
공무원이 민간인보다 우위에 있는 건 연금만이 아니다. ‘철 밥통’ 정년고용 보장, 더 이상 박봉이 아닌 높은 보수에다 너덜너덜한 근무 여건 등 갖가지 혜택을 누린다.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도 일부 중앙부처에서만 시행됨으로서 민간과의 형평성이 논란거리다. 이처럼 공무원과 민간의 격차가 커지니 ‘대한민국은 공무원을 위한, 공무원의 나라’라는 비아냥이 피부에 와 닿는 게다.
 너나없이 삶이 불안한 이 시대에 한국 공무원은 특권 계층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과히 ‘신(神)의 직장’이란 소리가 실감난다. 젊은 시절을 힘겹고 불안정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다 50대 초·중반이면 일터에서 밀려나 중년 이후를 살얼음판 걷듯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보내는 민간 직장인들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문제는 이런 공무원들이 향후 5년간 17만4천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제 1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들어 되레 고용참사가 벌어지는 건 아이러니하다. 지난 9월 일자리 창출은 단 5천여 명에 불과해 최악의 고용참사를 불러왔다. 최근 8년간 월 취업자 규모가 30여만 명에 이르렀던 것에 비하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은 선발인원이 늘어난 공무원 시험에 한결같이 매달리고 있다. 기업이나 기타 민간분야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야 시장경제가 작동해 경제가 발전하고 안정된 사회로 나가는 것이 정석이다. ‘공시족’(公試族.-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사람)이 무려 44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공무원 증원은 낭인(浪人)의 양산을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임기내 공무원 등 1만 명의 공공부문(도 산하 공공기관 포함)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도 논란거리다. 
  공무원들의 보수 감당에 국민들은 천문학적인 혈세를 내야한다. 공무원 증원이 바로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삶에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도타와질 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 대통령 선거공약대로 공무원 17만4천명을 다 뽑을 경우 2022년까지 327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이 퇴직 후 받아갈 연금이 92조원에 이른다. 최근 공무원 증원과 과다한 복지정책으로 경제가 파탄나 IMF(국제금융통화기구)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의 경우를 보라.
 일단 한번 뽑으면 큰 잘못이 없는 한 국민은 공무원의 생애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만들어낼 무수한 규제까지 감수해야 한다. 
 세금으로 월급 주는 일자리 정책은 더 이상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