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결정적 한방
상태바
부처님의 결정적 한방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12.19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정진의 ‘길 위에서’ (9)

“자기도 불자지만 절에 다녀 봐도 뭐…….”
“스님들도 다 도둑들이지.”
“이런 거 붙이고 다니면 누가 뭐라 안 합니까?” 
어젯밤에 태운 한 승객이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불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난과 모욕적인 말들로 난도질을 하였다고 한다. 기사님은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혹여 큰 시비로 번질까봐 꾹꾹 눌러 참았다고 한다. 성질 같아서는 차를 확 세워서 내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저 속으로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며 무사히 손님을 내려주었단다. 하지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 못난 불자 승객을 살리는 한방을 치지 못한 게 못내 한(?)이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부처님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한 브라만이 찾아와 부처님을 모진 말로 비난하고, 모욕하고, 중상 모략하였다. 그는 자기 분이 풀릴 때까지 부처님에게 욕을 퍼붓고 화를 내었다. 물론 부처님은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실컷 욕을 퍼붓고 지쳐서 그만 멈추었을 때, 그때야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 집에 손님이 가끔 찾아오지요?”
 “물론이요.”
 “그 때 당신은 손님을 위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지요?”
 “매번 그러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렇지요.”
 “그런데 만약 손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음식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야, 나와 우리 식구가 먹지요.”
 “바로 그렇소. 지금 당신이 나에게 온갖 욕설과 비난, 저주, 중상모략으로 대접을 하였지만 나는 그것을 받지 않겠소, 그러니 그것은 당신과 당신 식구가 먹게 될 것이오.”
부처님은 자신을 비난하는 브라만에게 “나는 당신이 주는 것을 받지 않겠소! 그러니 그것은 당신 것이오.”라고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 것이다. 당시 인도에서는 성직자가 저주의 말을 하면 그대로 된다는 미신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성직자인 브라만에게 저주의 말을 들으면 불행해진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하니 부처님의 한방은 브라만에게 크나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만약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상대가 펄펄 뛰며 화를 낼 때 같이 화를 내면 어느새 화는 훨훨 타오른다. 연료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아무리 화내는 상대가 불을 붙이려 해도 내가 연료를 제공해 주지 않으면 불은 태울 재료가 없어 사그라질 것이다.
올 한 해도 다 가고 있다. 돌아보면 분하고 억울한 일도 많았으리라. ‘아, 그때 이 한 마디를 했더라면…….’ 하고 지금에야 반짝이는 한 마디가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처님처럼 바로 그 순간에 결정적 한방을 날리려면 엄청난 수행력이 필요할 것이다. 수행력이 조금도 없으면 불씨를 들고 있는 상대에게 그만 연료를 제공해 줄 것이고, 수행력이 조금 있으면 참는 것으로 큰 싸움을 면할 것이고, 수행력이 제대로 갖추어졌다면 상대를 죽여서 살려내는 결정적 한방을 날릴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처럼!
자, 그러면 지금부터 당신은 예의 그 택시 운전사다. 예의 그 못난 불자가 당신 택시에 탔다. 불교를 비방한다. 택시 내부를 불교 상징물로 장식한 당신마저 비웃고 모욕을 한다. 어떻게 결정적 한방을 날리겠는가? 모두들 부처님처럼 멋진 한방을 날려 보시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