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 <혜향문학회 편집위원장>
일터를 그만 둘 때 섭섭한 마음보다
담담한 생각으로 왔던 길 돌아보니
얼룩진 세월 폭 만큼 비포장 도로였다
지위나 명예 따윈 문 걸어 잠가놓고
귤나무와 벗하거나 시를 쓰다가도
오름과 숲을 걸으며 들꽃들도 만난다
어쩌다 명상에 들면 나를 찾기는커녕
부끄러운 일들만 우르르 몰려 나와
남루한 영혼의 기둥을 흔들어댈 뿐이다
때때로 사라봉에 올라 오가는 배를 보면
좋았던 사람들이나 미웠던 사람들마저
모두가 그리워진다 철이 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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