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부주(南贍浮洲) - 부처님전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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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부주(南贍浮洲) - 부처님전상서
  • 보문 이도현
  • 승인 2018.12.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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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 이도현 <본지 객원기자>

잘 계시는지요?
2018년 한 해의 끝자락에 들어서고 보니 온갖 소회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는 해 오는 해 따로 없고 오직 마음이 오고 갈 뿐이라고 하지만 아직 그 경계에 이르지 못한 저희들은 부질없는 아쉬움에 미처 손 놓지 못했던 후회의 마음만이 오고갑니다. 나이듦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래가사의 위로에도 시간은 내 편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사람 사는 일에 고통을 겪고 고통을 견디는 일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업임을 알고 있으나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한없는 탐욕 속에서 희생되어가는 현실은 분노와 함께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내일은 기약할 수 없어 가난의 냄새가 짙게 배인 힘겨운 삶은 일상이 되어버렸으며, 더 나은 세상을 살기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빠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예측불가능한 내일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절망의 늪에서 벗어날 용기를 심어주소서. 
부처님!  
당신의 제자들인 불법문중도 세속과 다를 바 없는 탐욕의 광풍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느 종교보다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불교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으로 변질되어 명분과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동료의식 패거리 문화가 공고히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僧重則法重 僧輕則法輕(승중즉법중 승경즉법경)의 교훈을 몸에 새기며 당신의 부촉을 받아 정법을 수호해야 할 승가는 수행의 길을 걷어차 버려 세간의 비난과 조롱과 받는 처지가 되었고, 무명의 어둠을 헤쳐 나가는 방편인 당신의 정법은 재물과 동등한 교환가치를 지닌 거래상품으로 전락되었으며, 이제는 어둠속을 걷는데 익숙한 나머지 불 켜는 법조차 잊어버린 有氣死人(유기사인)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하오나 이 세상에는 당신과 당신의 가르침만한 의지처가 없고 보배로운 것이 없음을 진실로 믿으며, 어둠의 세상 칠흑의 세상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연꽃을 피워 그 향기로 세상의 곳곳을 덮어 맑고 향기롭게 물들이는 숨은 수행자가 있음을 알기에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이제 2019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재물과 행운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입니다. 희망을 싣고 떠오르는 저 태양의 광명이 거친 세파를 해쳐 나갈 의지를 심어주고 갈 길을 비추어 어둠의 미로에 갇힌 이들에게 밝은 세상을 열어주소서. 또한 밖에서 황금을 찾는 자는 그 빛에 눈이 멀고, 안에서 황금을 보는 자는 그 빛에 눈을 뜬다는 말이 있듯이 당신과 당신의 가르침을 떠날 수 없는 인연을 가진 불자들은 승단이 안의 황금을 찾는 수행의 길을 걸으며 여법하게 화합하고 청정한 불법문중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지혜의 妙用이며 일출봉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광명의 本體임을 보게 되어 적멸의 도량에 머무는 그 날까지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바꾸지 않고, 처음 맺은 인연 또한 변치 않고 이어가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며 이만 줄이오니 부디 善自保重(선자보중)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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