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뜨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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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뜨는 새해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1.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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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진의 ‘길 위에서’ (10)

중국 탕왕의 욕조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날마다 그대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하라.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영원히 새롭게 하라.)

새해가 왔다. 새롭게 왔다고 하기는 새해가 돌아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은…. 해마다, 계절마다, 달마다 준비하고 행해야하는 반복되는 일상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그나마 성장기에는 키가 자라고,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한 학년 올라가고 하는, 눈에 뜨이는 현상들이 있어 새로움 내지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고 나이를 먹는 것 또한 기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새해를 새롭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어른이 되어서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귀하게 보이는 나의 지인을 소개한다. 그는 웃음치료 강사이다. 어린이부터 노인,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그의 강연을 듣는 청중은 다양하다. 웃음치료 강사이지만 그는 눈물도 잘 빼준다. 특히 노인들에게 강연 보너스로 회심곡을 불러주면 울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고 들었다. 그 가운데는 종종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한 장, 오천 원짜리 한 장을 그의 손에 쥐어 주며 나붓나붓 합장을 하는 마음결 고운 삼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 그는 무한한 감동과 에너지를 돌려받곤 한다고. 그 에너지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밝아지고 맑아진다. 내심 부러울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 시각장애인 강연장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에 새로운 해를 띄웠다. 예의 그 가슴을 쥐어짜는 회심곡을 부르는데 한 삼촌이 주머니에서 오천 원짜리를 꺼내어 그의 손에 쥐어주었고, 연이어 너도나도 감동의 세러머니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그의 손에 쥐어준 것이다. 그렇게 모인 돈이 솔잖게 많았고, 그는 그 감동적인 돈의 액수만큼 자기 돈을 보태어 다시 보시를 했다고 한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늘 많은 강연과 절 봉사 활동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이지만 틈틈이 손뜨개질로 브로치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거저 나누어 주곤 했는데, 그날 시각장애인 강연장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른 이들도 베푸는 기쁨을 함께 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가 새로운 계획을 이야기 했을 때 나는 듣자마자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아낌없는 응원을 해 주었고,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 길로 그는 부지런히 브로치를 만들어 왔다. 그가 뜨개질한 수제 브로치는 오천 원에 팔아서 중증장애인 아동시설인 승가원에 보내질 예정이다.
 그는 올해도 여전히 강연을 다니고, 절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틈틈이 소품을 만들 테지만 이제껏 혼자만 은밀히 누리던 보시의 기쁨을 함께 누리려는 그의  마음에는 정말로 새해가 떴다.
 오늘 내가 활동하는 문학 카페 간판이 이런 글귀를 달았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면 사는 대로 생각할 것이다!”
 새해가 왔다. 마음이 새로워 졌는가? 그렇다면 새해는 왔다. 새해에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우리 모두 생각한 대로 새롭게 잘 살아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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