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세이 - 물 없는 목욕으로 마음의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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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세이 - 물 없는 목욕으로 마음의 때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1.0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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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현대를 명상의 시대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명상에 관심이 있고 다양한 종류의 명상들이 포털 사이트에서 소개되고 있다. 서양의 뇌 과학자들이 1960년대부터 불교명상을 심리치료에 응용하면서 과학적으로 그 효능이 입증되자 최근에는 Google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 해외 대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피로감 해소를 위해 ‘알아차림’ 명상을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심취해서 오랫동안 실천했던 것으로 유명한 ‘마인드풀니스(mindfullness)’라는 호흡법은 팔정도의 일곱 번째인 정념(正念, sati)에서 나온 것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정리가 안 되며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아질 때 머릿속을 비우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명상으로 각인되고 있다.  
마음이 어떤 하나의 대상, 예컨대 호흡에 지속적으로 머물러서 집중하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고요해지면서 커다란 평화와 행복감을 느낀다. 여기에는 ‘알아차림(sati, 念)’이라는 아름다운 마음씨와 호흡에 대한 ‘머물기(samatha, 止)’가 함께 현존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선(禪, jhāna)이라는 용어는 불교의 본 삼매를 뜻하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대상을 명상, 정려靜慮한다는 넓은 의미에서 쓰여 지고 있다. 
불교 명상은 크게 사마타[止]와 위빳사나[觀] 두 가지이지만 그 처음과 끝은 우리말로 ‘마음챙김’ 또는 ‘알아차림’으로 번역된 고대 인도의 빠알리 어語 사띠(sati)이다. 부처님께서 그 명상주제로 몸·느낌·마음·법(dhamma)의 네 가지를 가르쳤는데, 지난 12년 간 익힌 호흡[몸] 명상 덕에 내 자신의 고통을 인지하고 수용해 스스로에게 사랑을 베풀고 살고 있다.
서양의 이원론적인 세계관은 자아를 실현하고 삶의 현장에서 승리자가 되라고 주문한다. 뭔가를 갈망하고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생각을 굴리면 그림자가 몸을 따르듯 정신적 고통이 함께 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근심과 걱정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고, 심지어 분노조절장애나 공황장애로 돌변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사회는 적폐청산積弊淸算이라는 화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기업의 갑질 문화 적폐, 한국의 페미니즘 적폐, 사법 적폐 등등. 오랫동안 쌓인 부조리와 비리, 악습들을 제거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중생들의 공업共業이 원인의 조건이 되어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면 그 조건 짓는 해로운 환경과 불합리한 제도를 혁파해야 하는데, 적폐청산이란 미명아래 개개인의 허물을 들추고 단죄하는 하책을 쓰고 있어서 문제이다. 
고대 인도의 바라문들은 팍구나(phaggu) 달(음력 2∼3월)의 보름날에 강물에 목욕을 하면 한 해 동안 지은 죄업이 모두 씻겨 진다는 잘못된 견해를 갖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마음의 때라고 말씀하시면서 게송으로 순다리까 바라드와자 바라문을 훈계하셨다. 
“어리석은 자는 항상 강물에 뛰어들지만 검은 업을 맑히지 못한다네. 바라문이여, 그대는 바로 여기서 목욕을 하라. 모든 존재들에게 자애로움을 베풀라. 만일 그대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생명을 해치지 않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지 않고 믿음 있고, 인색하지 않으면 가야 강에 갈 필요가 뭐 있겠는가? 우물도 그대에게 가야 강이 되리.”
비유 설법의 대가이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물 없는 목욕이라 함은 성스러운 네 번째 진리인 팔정도를 닦아서 마음과 말과 행동의 세 가지 업을 청정하게 하라는 것이다.  
자애로움은 마음의 문門의 청정함이요,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은 말의 문의 청정함이요,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과 주지 않은 것을 가지지 않는 것은 몸의 문의 청정함이다. 
우리사회는 분노와 거짓말로 불타고 있다. 분노는 성냄에 그 뿌리를, 거짓말은 탐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 유형은 절도다. 우리나라는 수년째 사기 범죄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다. 우리 사회의 첨탑에 있는 지도자들이 어리석은 탓에 그 뿌리를 제거할 상책을 내놓지 못하고 상처투성이 껍데기만 벗겨내고 있으니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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