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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부주(南贍浮洲) - 오고생이

제주의 언어 중에서 곰씹어볼수록 그 의미가 풍부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말이 “오고생이”가 아닌가 싶다.
‘처음 있던 그대로 변질되지 않는 상태. 본래의 그것을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는 온전한 모습.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온전하게 고스란히 남아있는 ’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편견 등이 덧붙혀지거나 개입됨 없이 조작되지 않는 참모습의 상태이다.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여여(如如)함, 진여(眞如) 라고 하는 제법실상의 본래 모습을 제주어로 표현한 것이 “오고생이”라 할 수 있다.
여여(如如)함, 진여(眞如)라는 말은 일체의 삼라만상은 진리의 본래모습 그대로 다름없이 드러난 현상이라는 뜻이다. 불교에서 여(如)는 일체 모든 것의 본 바탕이 되며 현상 그대로의 모습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그 자체라는 뜻으로 쓰인다.
여여(如如)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 모든 현상은 현재 있는 그대로가 참모습이라는 말이다. 같은 의미로 쓰이는 진여(眞如)는 부처님의 지혜의 빛에 의해 비치는 세계의 총칭이며, 이러한 현실세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이다.
진여는 만물의 본체이며 무량한 공덕을 갖춘 법신 그 자체, 우리가 본래 갖추고 있는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을 가르킨다는 것이 곧 부처님의 말씀이다.
진여에는 불변(不變)과 수연(隨緣) 두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진여의 본체는 불변부동으로, 물이 바람에 의해 물결이 일어나듯이 외부의 조건에 응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어 드러낸다. 그러나 그 본래의 성품은 변하지 않고 생멸을 초월하여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여(如如)하게 보는 것을 여실지견(如實之見)이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어떠한 견해도 일으키지 않는 본래의 참 모습을 본다는 것이다. 곧 제법실상의 중도를 보는 것이며 이를 불지견(佛之見)이라 한다. 부처님의 지혜를 뜻하는 말이다.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하여 생긴다는 것을 알고 이러한 이치에 순응하여 살고자 하면서도 본래 품은 뜻은 버리지 않고 변함없이 간직하고자 했던 옛 제주어른른들의 마음을 표현한 말이 바로 “오고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견디며 참아내야 하고,  참아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울어봐도 소용없고 절망해도 소용없고 포기해도 소용없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견디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척박한 풍토와 해마다 찾아오는 자연재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속에서도 계속되는 중앙권력의 핍박과 폭정을 견디며 목숨을 이어가야 했던 옛 제주인들의 삶은 바로 사바세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처럼 비참하고 감당키 어려운 사바세계에서의 삶을 부처님의 위로와 가르침을 의지처로 삼아 억척스럽게 살아가고자 했던 우리 조상님들의 삶을 드러낸 말이 바로 “오고생이” 가 아닌가 싶다. 가장 불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제주어인 “오고생이”, 잊지 말고 지켜가야 할 말이며 일상 생활 속에서 그 의미를 되새기며 사용해야 할 말이다. 

보문 이도현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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