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이 불거진다. 잊지 못할 추억이 감정을 통해 밀어내는 순간 주르륵 주르륵 이마로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리는 눈물은 새로운 시작의 신호다. 입학 없이 졸업이 없고, 졸업 없이 입학은 없다. 그래서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도심 속의 한 초등학교의 졸업식 광경이다. 교문 앞에서 등교시간이면 교통정리를 하고 계시는 교장선생님이 ‘사랑 합니다’하고 아이들과 서로 주고받는 인사다. 둥근 해와 달, 해바라기를 닮은 아이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진다. 교실에 들어서면 기다리고 있는 담임선생님과 ‘사랑 합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나서 수업이 시작된다. ‘사랑 합니다’로 시작되는 하루의 일과다.
열 달 만에 내 뱃속에서 나오던 날, 사랑한다고 하셨던 그 불심의 엄마가 올해 사십대 중반을 바라보는 길목에 섰다.
사랑으로 시작된 교실과 운동장에서 6년 동안 꿈을 키우고 ,배우고 익히기를 따라 했다. 몸과 마음이 더 커지고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고 더 높아진 큰 딸이 파란 하늘에 나래를 펴고 있다.
졸업생들의 장래 희망은 색깔들이 다양하다. 게다가 후배들에게 부탁하는 말을 담은 소중한 답사가 스크린을 통해 보이면서 한 아이 한 아이 차례로 단상에 오르며,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고 내려온다. 형형색색의 꽃다발과 오색풍선, 색다른 졸업은 해맑은 아이들의 미래를 축하하며 박수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딸 졸업축제의 광경을 함께 지켜보고 있던 보살 엄마도, 올해 불교대학 1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했다. 되돌아보면 입학한 것이 엇그제 같은데, 눈 깜박할 사이 1년이란 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렸다. 입문으로 시작한 불법과의 만남, 믿으며, 배우며, 나누며, 연비의식을 치르고 수계를 받고 열심히 불법공부를 했다고 상까지 받기고 했다.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지식이 넘쳐남에도 지혜는 부족하고, 편리함은 넘쳐나도 평안함이 없고, 쾌락이 넘쳐나는 사회인데도 행복하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졸업장을 들고 현관문을 열어 들어선다. 또 다른 새로운 다짐이다. 배우고 익힌 것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일, 생활불교다.
깨달음의 불교에서 찾은 인성교육, 보시와 지계, 인욕, 정진과 선정, 그리고 지혜의 육바라밀. 머리로 믿으려 하면 계산이 되고, 추측과 의심하게 되며, 따지게 되는 것처럼, 부처님의 진리에 대한 믿음은 열린 가슴으로 믿을 때 온전하게 믿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졸업은 또 다른 시작, 내 가족과 함께 수행덕목의 길을 만보로 걸어 나가겠다고.
김익수 대기자가‘새로 쓰는 불교통신’〈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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