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에세이 - 다문(多聞) 제일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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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에세이 - 다문(多聞) 제일 아난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2.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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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부처님께서 많이들은[多聞] 나의 제자들 가운데 아난다가 으뜸이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성도 후 21년째 되던 해부터 반열반하시기까지 대략 25년간  시자 소임을 맡은 인연 공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많이 듣고 외운 성자이다. 
부처님의 열반 후 경의 1차 결집에서 암송하는 역할을 맡아서 불법의 체계화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기에 대승불교에서도 아난다 존자를 다문 제일로 간주하여 10대 제자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문의 불교적 의미는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바르게 호지하고 배운 것을 잘 정리한다는 뜻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배움’의 대상은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이다. 사성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제별로 모은 『상윳따 니까야』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진리 상윳따」의 근본주제이다. 삼매를 닦는 이유는 사성제를 꿰뚫기 위해서이고, 출가자가 되는 이유도 사성제를 관통하기 위해서이며, 생각하고 말할 때도 항상 사성제를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고 초기 경의 여러 곳에서 강조하고 계신다. 
재가에 머물며 아난다를 닮겠다고 대한불교 조계종의 소의 경전인 「금강경」을 읽다가 상(相, samjňā, 산냐)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해 중도 포기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시절인연이 있어서 그런지 몇 해 전에 가장 오래된 초기 경전인 『숫따니빠따(stn 4:2)』를 읽고 상견相見 중생의 덫을 벗으라는 금강경의 심오한 가르침을 혜량하게 됐다. 
밧줄도 없이 사람을 스스로 묶는 것이 바로 상想과 견見임에도 너나 할 것 없이 범부 중생들은 ‘내 것’이라는 관념의 노예로 살고 있다. 금강경에서 ‘산냐’의 덫에 걸린 자는 구경의 해탈을 실현하지 못하고, 참으로 ‘산냐’를 극복한 수행자라야 할 일을 다 마친 출격대장부라고 거듭 강조한다. 
부처님의 반열반 후 중국불교에서 말법사상이 생겨났다. 하지만 나는 수긍하지 않는다. 비록 세상에 부처님이 계시지 않고, 부처님의 법문을 직접 듣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부처님의 정법이 오늘에도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긴 빠알리 어 경전이 스리랑카에 보전되어 있고, 우리말로 번역된 한글 경전이 있어서 누구든지 발원하면 초기 경전을 읽고 배움을 실천할 수 있어서이다.
인간으로 태어나기도 어렵지만 태어나더라도 정법 시대에 태어나기가 어렵고 또 정법이 살아있는 나라에 살기도 어렵고, 나아가 정법 수행을 하는 바른 스승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나는 정법 시대에 살고 있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대단히 소중한 것이며 아무나 만날 수 없는 희유하는 것으로 깊이 새겨야 하겠기에 지난 10여 년 동안 초기 경전 읽기에 몰입했다. 열반의 길은 원하는 자만이 가는 길이기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음이랴.  
경전 공부로 얻은 이득은 무엇이냐 반문해본다. ‘내가 있다’ 고 하는 유신견有身見의 의미를 터득하고, 또 이것으로 말미암아 끝없는 윤회의 괴로움이 일어남을 알게 됐다.  
경전 읽기는 명상 수행의 기초를 다지는 길이다. 자아란 매순간 일어나고 사라지는 오온五蘊들을 두고 ‘나’라거나 ‘내 것’이라고 취착한 것에 불과함을 아는 지혜도 다문을 통해서 일어난다. 이 몸뚱이는 오온들이 함께 찰나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면서 서로 부딪혀서 만들어내는 물안개와 물보라와 같은 개념적 존재일 뿐임을.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세속적 쾌락을 즐기고 세속적 생각에 빠지고 세속적 문제에 열중하며 세속적 목표로 가득한 자는 법(담마, dhamma)을 알고, 보고 얻고 실현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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