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약초꾼 이야기 - 누가 평화로움을 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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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약초꾼 이야기 - 누가 평화로움을 누릴 것인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2.2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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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청미래

십여 년 전 혼자 사는 오두막집에 음악하시는 분이 찾아와 머물게 되었다. 사회에 있을 때 삶 자체가 너무 괴로워 어디 산속의 절이나 토굴에 들어가고 싶어 했는데 인연이 되어 내가 있던 오두막집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 처음 3개월 정도는 외부와 전화도 끊고 외출도 안 하고 같이 약초하러 다니면서 평화로운 생활을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게 내가 꿈꾸던 삶이야. 늙어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고 싶어. 밖에 살면서 정말 징글징글하게 살았어. 지금 이렇게 속 썩일 일 없어 그냥 일만 하고 땀 흘리며 사는 게 최고지. 나는 이제 정말 행복해.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어. 너무 좋아.”
그런데 5개월 정도 지나자 “우리 차 좀 바꾸면 안 될까?” 라고 하더니, 조금 지나니 “시내로 이사 갈까?”하면서 요구사항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외출이 잦아지면서 입에서 답답하다는 소리가 나오더니 7개월 정도가 되니 “나 여기 있으면 죽을 것 같아. 미치겠어.”라고 하였다. 온갖 회유와 협박 조건을 걸어도 거절하자 결국 혼자 나가 버렸다. 
사람의 몸의 구성요소가 ‘먹고 숨 쉬고 싸고’라는 기본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끊임없이 무엇을 해야만 자기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며 대상을 통해서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자기존재감과 살아 있음을 느끼며 또한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 몸과 의식에 익어지면서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통 없는 평화로운 삶을 바라지만 정작 그것이 자기에게 부여되면 못견뎌 한다. 
진정한 자기 존재감은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로움 속에서 드러나며 의도를 멈추면 나타나고 의도 속에 빠져 움직이면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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