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일기> 탐심
상태바
<신행일기> 탐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3.06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심각<포교사>

얼마 전 소속단체 일원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제주지역 전통 결혼식장이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답례품을 받는데, 함께 간 분이 내 몫을 받아놓은 것을 나는 또 받아가지고 나오게 되었다. 현장이 북적거리기도 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냥 가자!’고 하니 곁에 있는 보살이 화를 버럭 냈다. 이미 식장을 빠져 나온 터라 그냥 오게 되었는데,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탐심(貪心)이라고 하면, ‘주지않는 것, 내 것이 아닌 것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답례품 하나 정도는 다른 사람을 갖다줘도 되고,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니 결국 그것 역시 ‘내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항상 ‘주관적 사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남의 행동이나 태도를 볼 때는 객관적 입장에서 객관적 사고의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지만, 내 자신을 바라볼 때나 나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주관적 사고가 작용한다. 옛말에도 ‘남의 눈에 티만 보지 말고, 자기 눈에 대들보를 보라’는 속담이 있다.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다. 
법구경에 보면 들판을 지나가다 낱알 한 줌 훑어 먹은 죄로 다음 생에 소가 되어 3년간 그 집 논을 갈아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야 하는 지를 생각했다. 그저 습관대로 살 것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정도(正道)를 지키고, 정념(正念)으로 살아가야 할 일이다. 
이제까지 업력(業力)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원력(原力)으로 살아갈 일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두고, 작은 생명 하나하나를 살아있는 것으로 인식하며, 작은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쓰며 살아야 할 일이다. 이제껏 습관처럼 살아온 것이 이러한 노력을 거치면 또 하나의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배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조절하기는 힘들지만 연습하면 조절하게 되고, 우리가 ‘마음의 주인’이 되어 나중에는 노력하지 않아도 스스로 되어질 것이다. 
탐심이란 커다란 욕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겨자씨만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크고 작고를 떠나서 기본적인 우리의 마음가짐, 즉 ‘근본 마음자세’를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