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마음 영등할망 여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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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마음 영등할망 여신이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3.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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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대기자가‘새로 쓰는 불교통신’〈12〉

바람과 바다의 여신은 어디로 들어오는 걸까?
바람코지(바람받이)로 들어온다.
바람이 일지 않는 날이라도 바람이 없는 것 같지만, 바람코지에 서면 언제나 바람은 불어온다.
사계절 가운데 태풍을 제외하고는 음력 2월 영등 달에 불어오는 바람이 가장 거세다. 바람코지에 서면 아무리 힘센 장수도 벼랑 끝에 선 몸이 되고 만다. 그래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마다 섬을 찾아오는 여신이 바로 영등할망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그러하듯 우리의 토속 신도 변덕을 부린다. 섬사람들이 치성을 잘 드리면, 복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재앙을 불러온다. 그래서일까. 정성껏 모시고 제를 지낸다.
섬사람들은 그러한 신들과 함께 삶을 영위해 왔다. 수많은 신들 가운데, 변덕이 심하고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신이 있다. 그게 영등할망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풍신으로 강한 개념을 갖고 있지만, 제주섬에서는 해산물이나 농작물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풍농신으로 더 잘 알려진 신이다. 
구전에 의하면, 2월 초하루 날 한림읍 귀덕리에 있는 ‘복덕개’라는 포구로 들어온 다음에 한라산에 올라가 오백장군에게 문안을 드리고 나서 어승생 단골머리부터 시작하여, 제주 곳곳을 돌며 구경을 한단다.
그리고는 너른 땅에 씨를 뿌려주고, 갯가에는 우뭇가사리, 전각, 소라, 전복, 미역 등을 많이 자라게 씨를 뿌리고는 보름날 쯤 우도를 거쳐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간다고 전하고 있다.
음력 2월은 꽃샘추위와 꽃샘바람이 맹위를 떨치곤 한다. 영등이 내려 올 때 바람이 불면 딸을, 비가 내리면 며느리를 데리고 오는 것으로 여겼다. 딸과 함께 올 때는 바람이 치마를 찰랑거리게 해서 예쁘게 하고, 며느리와 함께 올 때는 치마가 비에 젖어서 누추하게 보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심술궂은 꽃샘바람의 속성을 빗댄 것일까. 
제주속담에 ‘영등할망이 청치마 입고 오면 날이 좋고, 우장을 쓰고 오면 비가 내리고, 누비옷을 입고 오면 춥고, 사나우면 바람이 분다’는 속신이 전한다.
마을 단위로 영등굿을 하며 영등할망은 위했던 것은 날씨가 일 년 내내 농사와 어업활동에 지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한 분 한 분 저 세상으로 떠나시는 가운데, 오랜 세월 기세가 등등하던 영등할망도 힘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바람의 신을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영등굿’은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제주시 사라봉 칠머리당에서 송별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부디 섬에 들어오신 영등할망이시여! 좋은 씨앗 잘 뿌려주시고 훌륭한 열매를 맺고, 청정 제주바당에서 풍부한 수산물을 어획하고 채취할 수 있도록 기쁨을 주고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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