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부주(南贍浮洲) - 기독교와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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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부주(南贍浮洲) - 기독교와 불교
  • 보문 이도현
  • 승인 2019.04.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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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 이도현 <본지 객원기자>

종교(宗敎)라는 말은 으뜸가는 가르침, 즉 궁극의 목표를 성취시키는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영어 religion을 “종교”로 번역한 말이다. 이는 religare (재결합) 이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말로써 신앙의 끈으로 하나님과 재결합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절대적인 유일신을 신봉하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등을 religion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나 불교나 힌두교 등에서는 절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라고 번역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하겠다.
한 종교를 받아들이는 것이 타종교를 배척하거나 자신이 속한 사회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의미화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자신이 선택한 종교를 최고의 가르침, 유일한 진리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는 신앙신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결론은 인간의 행복이며 생명, 평화, 정의, 사랑은 모든 종교의 시작이자 끝인 덕목이다. 따라서 종교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진리를 향한 동반자적 관계로서 타종교를 통해서 자신이 선택한 종교의 부족함을 채우는 동반자적 관계가 되어야 하고, 자신의 종교가 보는 관점과 언어로서 이웃종교를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의 종교만을 아는 사람은 아직 종교를 모르는 사람이다” 종교학자 막스 뮐러의 말이다. 이 말은 다른 종교를 알지 못하면 자신의 종교를 모르는 사람이며 남의 종교를 알게 되면 자신의 종교가 더 잘 보인다는 뜻이다. 
한국의 양대 종교인 기독교와 불교의 관계를 불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교경전으로 성서를 이해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예수를 만나야 한다는 말과 같다. 목사나 신부의 입과 교회나 성당의 모습으로 예수를 본다면 예수의 참모습을 볼 수 없다는 말이며 그리스도교인들의 입장에서 부처님을 보는 것도 이와 같다. 불자가 기독교를 이해하려면 그 차이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 불교가 숲에서 출발한 종교라면 기독교는 사막(황야)에서 시작된 종교이다. 숲의 종교는 자연관의 일체감, 동질감에 바탕을 둔다. 반면에 사막은 생존의 위함과 삶의 시련이 상존하는 곳이며, 이곳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엄격한 위계질서, 계율, 복종, 가부장적인 구조가 필수적이다. 사막의 삶은 모든 영욕과 집념으로부터 격리된 고독의 공간이며 절대자에 의한 보호를 본능적으로 갈구한다. 모래와 바람, 뜨거움이 작열하는 광활한 사막에서는 돈도 명예도 권력도 그 의미를 상실하며 순수한 영혼만이 남아서 절대자를 찾게 된다. 이처럼 끊임없는 종교적 영감의 원천인 사막에서 탄생한 것이 기독교이다. 
따라서 불교가 현실에서 펼쳐지는 삶을 긍정적으로 조명하는데 반하여 기독교는 현실의 삶과 세계를 넘어서는 절대세계를 지향하게 되며, 인간을 구원의 대상으로 삼고 오직 신만이 인간을 심판하고 구원할 수 있다는 교리를 갖게 된다. 불교에서 모든 인간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반해 기독교에선 인간은 절대로 신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신은 완전, 전지전능, 순수, 행복, 고귀한 권력의 가치를 상징하는 반면에 인간은 불완전, 무능무지, 죄악, 타락, 불행, 저열함, 복종의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불교가 보는 이 세상은 고통 그자체이다. 불교의 중심문제는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난 것이며 이 괴로움은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교의 긍극적  목표가 된다. 기독교가 보는 이 세상은 죄악으로 가득 찬 곳이다. 신의 명령을 거역한 원죄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으나 인간을 사랑한 신이 자신의 아들인 예수를 보내어 그 죄를 대신 속죄하게 하게 한다는 복음의 전파가 곧 기독교인 것이다. 
이와 같이 불교철학의 기본방향이 무명과 고통을 부정하여 열반과 정토를 구하는 것이라면 기독교는 하느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통치는 정의, 자유, 평화, 사랑이 지배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또한 인도지역에 국한되었던 불교가 전 세계로 전파되는 데는 상업의 발달과 문화교류와 병행하여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반면에 예루살렘 지역중심의 기독교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전파됨으로서 폭력적 수단으로 이루어진 점도 큰 차이가 있다. 이처럼 믿음의 종교인 기독교는 신중심, 절대적 의지, 무조건적 이라는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반면에 앎의 종교인 불교는 개인중심, 주관적 의지, 자발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하겠다. 
“기독교인이 성경의 근본 뜻을 알고 믿으면 부처님도 예수님처럼 믿을 것이요, 불교인이 부처님 말씀의 근본 뜻을 알고 있다면 예수님을 부처처럼 믿을 수 있다”라는 혜암 선사의 말씀과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보는 석가세존은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한 선구자이며, 불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예수는 여래의 진정한 후계자이다”라고 한 한 신학자의 말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좋은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불교를 배우고 좋은 불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기독교를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자신의 가르침이 유일한 최고의 진리라고 말씀하신 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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