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영령들이여! 슬픔은 놓으시고 극락왕생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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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영령들이여! 슬픔은 놓으시고 극락왕생 하소서!”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9.04.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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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4.3추모 위령재에 참석한 사부대중이 4.3영령들이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한글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제2회 4.3추모 위령재 봉행
지난 3월30일 관음사에서 

 

“법성원융무이상 제법부동본래적 무명무상절일체 중지소지비여경……”
도내외 대덕 스님들과 제주불자들, 4‧3유족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회 4‧3추모 위령재가 한라산 관음사에서 열리면서 제주4‧3에서 희생하신 영혼들의 극락왕생하길 발원했다. 
4‧3추모 위령재는 관음사 일주문에서 불보살님을 모시는 시련의식을 시작으로 명종, 삼귀의례, 한글반야심경봉독, 헌화 추모사 추모시 낭독으로 이어졌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덕조 스님이 대신 읽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추도사에서는 “역사적 진실은 감추거나 속일 수 없으며 진실을 드러낼 때 계속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 조속히 특별법이 마련돼 제주도민이 겪었던 큰 희생을 평화 인권 상생의 역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구체화 되고 4․3에 희생되신 분들의 혼백이라도 위로받고 평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조실 만백 종호 스님은 “제주 4‧3의 희생자 승속 영령들이여! 만리나 되는 푸른 하늘에 구름이 흘러 비가 내리니, 인적 없는 텅빈 산골위에 피는 흐르고 꽃이 피는구나. 미워하고 좋아하는 숙업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 이미 없어져서 찾아도 자취마저 없으니 일천강에 달그림자 금빛물결이루고……중생의 뜻 지극 정성 사무쳐 간절하면 언제나 어디서나 감응해 오시는 부처님 세존이시여! 이곳의 사부대중은 두손 모아 4월 하늘을 바라보며 추모재를 봉행하니 영령들이여! 마음을 안심하시고 저 서방정토에 극락세계에 안주하시길 바란다”고 법어로써 4‧3 영령들의 마음을 부처님의 마음으로 이끌었다. 


제3교구본사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도 “온 제주가 벚꽃으로 환한 미소로 피어나고 있으나 우리는 지금 웃음이 아닌 눈물로 제주의 산과 들을 바라보고 있다”며 “제주는 아픔과 고통의 역사가 공존하는 땅임을 아셔야 한다”고 추모사를 열었다.
스님은 “아름다운 이곳 관음사는 비극적인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으로 71년 전에는 제주 4‧3의 격렬했던 전투현장이었으며 1949년 2월12일 대낮에 대웅전을 비롯한 모든 전각을 불살라졌고, 제주 4‧3으로 16분 스님들이 수장되거나 죽창에 찔러 죽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고 당시 비극적인 상황들을 이야기했다.
스님은 이어 “관음사에는 지금도 4‧3유적들이 생생하게 잘 보전되어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제도적 보전정비를 통해 역사적 교훈처로 삼고 평화정착 사업을 통해 미래 인류의 평화상생의 장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훨훨훨 서천꽃밭으로 꽃배타고 가소서”

스님들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4.3영령들이 천도될 수 있도록 기도를 드리고 있다.

4.3의 총소리에 초토화된 마을마다
목숨하나 숨길 곳 찾지 못한 주민들
한라산 너른 푸른 속이 야속하기도 했으리 
사상의 광풍 속에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아버지 삼촌 형님들 죄인 아닌 죄인되어
날마다 총 맞아 죽고 죽창에 찔려 죽은 
원혼들 삭히고 삭힌 71년 세월품고 
연두빛 봄밭에 슬픈 향기 날리며 
들꽃들 진혼가를 부르며 부르르 떨고 있네
가신님 호명하듯 땡그렁 풍경소리에
아미산 동박새들 유적지로 날아와 
그 이름 동백꽃잎에 음각으로 새길 때 
천상의 문을 여는 관음사 범종소리 
꽃 진 자리마다 우담바라 꽃이 피고 
꽃배가 천천히 다가와 오색기로 흔드네 
그래도 남은 피멍 가피로 씻어내는 
발원의 염불소리 
훨훨훨 서천꽃밭으로 꽃배타고 가소서
훨훨훨 서천꽃밭으로 꽃배타고 가소서
 

오영호 시인의 추도시가 관음사 도량에 울려 퍼지며 4‧3추모 위령재에 참석한 사부대중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 


이어서 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장 보산 스님의 조사가 이어졌다. 보산 스님은 “4‧3평화공원에는 아직도 올바른 역사적 이름을 얻지 못한 채 누워있는 백비가 있다”며 “언젠가는 이 비에 제주 4‧3의 아픔을 바로 새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안동우 정무부지사가 대신 읽은 조사에서 원희룡 도지사도 “4‧3은 냉전과 분단, 정부수립과정에서 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아픈 역사”라며 “많은 분들이 용기와 헌신으로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해 나가고 있어 이제 4‧3은 온 국민이 공감하는 아픈 역사가 되었다”고 4‧3이 가져다준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세계로 확산해 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도.내외 계신 많은 대덕 스님들이 4.3영령들을 위해 헌화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71년 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가해자의 용서를 구했을 스님들의 관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그러한 관용의 힘으로 70여년을 버텨왔고 아직 명예회복의 과정이 남아있어 그 관용의 의미가 더욱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도 “ 71년 전 봄도 지금처럼 따스하고 아름다운 봄이었을 것”이라며 “그때 모두가 함께 꾸었던 꿈과 희망을 기억하며 진정한 시대의 봄을 함께 이뤄나가겠으니 4‧3영령들께서는 영면에 드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4.3추모 위령재에 참석한 4.3유족들과 불자들이 4.3영령들을 위해 헌화하고 있다.


김희현 제주도의회 길상회장도 “마음의 앙금없이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렇게 위령재를 통해서나마 명복을 빌어줌으로써 변화의 불씨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를 계기로 진정한 자유를 얻고 과거사와 화해하면서 함께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방규 관음사 신도회장도 조사를 통해 “4.3의 모든 희생 영가들은 모두 우리 어머니이며 우리 아버지이며 그 모두를 위해 기도하던 스님이시고 형제자매였다”며 “마음 깊은 곳에서 흐르는 슬픔인 동체대비 마음으로 서로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자타불이의 사상으로 제주를 위하여 상생하고자 다짐한다“며 거듭 4‧3영령들이 극락왕생하길 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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