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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과 명상으로 수행하는 도량, 고관사제주불교신문 30주년 특별기획“제주 절오백” ③ 조천 고관사
고관사 마당에 세워진 3층석탑과 1975년도에 지어진 지장전이 보인다.

 

사람은 길을 걸어간다. 한 사람이 걸어간 흔적은 조그만 오솔길이 되고, 그 흔적은 또 다른 사람의 발길을 인도해서 마침내 큰 길이 되기도 한다.
미밋(만세) 동산에 올랐다.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12킬로미터쯤에 위치하고 있는 일주도로 해안가 마을이 바로 조천이다. 1919년 3월21일 독립횃불을 밝히며 독립만세를 불렀던 만세동산이기도 하다.
하늘이 처음 열린다는 뜻을 품고 있는 이곳 조천은 천혜의 포구를 갖추고 조선 후기부터 화북포구와 함께 제주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어둠이 몰려오는 조천 마을길 길목으로 일주문을 향해 잰 걸음으로 들어서고 있는 보살들이다. 고즈넉한 도량 앞마당에 들어서니 융단 같은 잔디밭이 넓게 펼쳐지면서 불족상(佛足像)이 하얀 대리석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모습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그 옛날의 해안가에 있었던 한라산 고관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고, 이곳 현 위치에 과거의 아픔을 해원하고 부처님의 자비가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발원하는 불자가 있었다. 1927년 고계부, 강정완 두 보살에 의해 한라산 고관사가 창건되었다고 한다. 
동쪽을 향하고 있는 대웅전에 북쪽을 향한 지장전에 서쪽을 바라보는 요사채가 도량의 배치구조를 이루고 있는 고관사다. 

삼존불이 모셔져 있는 고관사 대웅전의 모습


고려시대 때 창건했다는 고관사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오다가 단절되었지만, 대웅전은 과거와 현재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여여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법당 안에는 삼존불을 모셨다. 본존인 석가여래상부처님은 편안한 상으로 눈을 차분하게 뜨고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좌우로 아미타불과 약사불이 봉안되어 있다.
지장전은 고관사의 옛 대웅전 건물이란다. 석조 건물로 1975년 지어진 근대의 제주 건축양식과 접목되어 화려하지는 않지만 품위가 넘쳐나는 듯하다. 
고관사 주지 관우 스님의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꺼내는 얘기다. “고관사는 사경과 명상으로 수행하는 도량이면서 걷기 명상과 좌선명상을 함께 하는 도량”이라고 낮은 자세로 불심을 증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찰의 이모저모
고관사를 탐방한 이날 저녁은 재가불자들이 긴긴 방학을 마치고, 봄과 함께 개강한 첫날 사경시간이었다. 
사경상과 좌복을 놓고 책상 위에 사경할 관세음보살 42수주 예경집과 도구 일체를 가지런히 준비해 놓고 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정좌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부처님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이 하나가 되면, 지혜의 빛이 불심 속 깊이 스며든다. 사경의식은 삼귀의와 발원, 참회와 회향 순으로 진행되었다. 2년째에 들어서고 있는 재가불자 보살의 얼굴빛이 진지하고 엄숙하다. 붓과 먹이 한 마음이 되어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이 관세음보살 42수주 예경집을 사경하고 있는 것이다. 도량의 고즈넉하고 적막함을 느끼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관세음보살 41수 감로수 진언 ‘옴 소로소로 바라소로 바라소로 소로소로야 사바하’ 만약에 목마르고 배고픈 모든 중생의 고통을 없애고자 원한다면 그대여, 바로 이 감로수 진언을 염송하라. 부처님의 마음을 온전히 받는 길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몰입으로 부처님의 길을 사경하고 있는 보살님


고관사의 재가불자들의 불심은 어떤 활동을 펴고 있는지도 여쭤보지 않을 수 없었다. 
100여명의 신도들은 화합이 잘 된다고 한다. (고관사 신도회장 김정희) 그래서일까. 젊은 세대들은 노보살님을 모시고 도량으로 함께 오시며, 서로 서로가 위하는 마음이 돈독하다고 한다. 달마회(처사들로 구성된 모임)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준비로 등을 만들고 다는 것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한다. 지장회, 관음회, 화음회가 돌아가면서 역할을 나뉘어 분담해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이웃에 있는 텃밭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자급자족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불심이 깊은 보살님들은 하안거와 동안거가 때가 되면 많은 신도들이 함께 기도에 동참해 집중수행을 통해서 마음이 당당해지고,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연도 지난해부터 마련해오고 있다고 하는 주지 관우 스님의 얘기다.
오는 5월 11일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을 기념하는 제 2회 작은 음악회가 고관사 앞마당에서 마련한다고 한다. 제주지역에서 활동하는 퓨전국악밴드의 무대공연은 국악 한마당을 이루며 흥겨운 무대가 펼쳐질 것이라며, 아낌없는 소개를 하고 있다.
또한 부처님 오신 날 기념으로 오는 21일 오전 9시 도민과 함께 걷는 숨길 명상을 준비해놓고 있는데, 수원 스님의 호흡명상 강연과 명사가수 윤 세계님의 공연이 고성 극락사에서 마련된다고 한다. 

사경수행에 들기 전에 주지 관우 스님의 지도를 경청하고 있는 보살님들의 모습.


매일 걷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일, 걷는 길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바른 몸 바른 앎의 수행의 길, 나를 만나고 알아차림의 길은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고관사 법당문을 나설 때는 가로등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절이면 절, 도량이면 도량마다 저마다의 고유한 색깔을 띄고 있다. 좌선, 걷기, 호흡, 사경 명상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마음 수련을 통해서 순수한 영혼을 바라보고, 내면의 깊은 곳을 걸어들어 가는 불심의 길에 광명의 빛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태평양 전쟁,  4‧3사건과 6‧25을 겪으며 법당마저 강제 매각을 당하는 수모를 겪은 고관사의 역사를 마음에 담고 일주문을 나섰다.

김익수 대기자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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