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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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걷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4.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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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대기자가‘새로 쓰는 불교통신’〈14〉

길은 걷게 돼있고, 사람이 걷고 또 걷고 그 길을 걸음으로서 흔적을 남긴다.
산, 들, 개울, 강, 바다를 연결하는 그런 길이 존재하면서 인간의 발자취는 위대한 길을 만들어 나갔다. 
고향의 냄새가 나는 길, 지름길, 등굽은 길, 에움길, 사잇길, 언덕길, 나뭇길, 고샅길…. 
실크로드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많다. 
걷기로 시작되는 길, 인간에게 걷는 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걷는 사람마다 그 의미는 각기 다를지도 모른다. 어쩌면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이전에 걸어간 이들의 사연과 만남이다. 한숨과 눈물, 피와 땀을 같이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들의 기쁨과 반가움을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 절하고 세 걸음 내딛으며 앞으로 나가는 삼보일배의 순례길은 단순한 걷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 길은 기도와 서원을 담고 있다.제주의 고사리 장마철에 호미처럼 굽은 모습으로 산마루와 가시덤불 속을 헤치며 고사리를 꺾는다. 가장 낮은 자세로 땅에 엎드려 절하고 일어서는 보살의 걸음도 있다.
삼보일배의 세 번의 걸음에는 우선은 자신을 깨우쳐 보는 것이고, 이어 천지를 보고, 마지막으로 중생을 보는 깨달음의 단계가 아닌가 싶다. 
내게 절로 가는 길은 어떤 의미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제주불교 역사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순례길 걷기에 나섰다. 몇 년 전일이다. 육바라밀에서 이름을 딴 보시의 길, 지계의 길, 인욕의 길, 정진의 길, 지혜의 길 등 6개의 코스를 일순했다. ‘전법의 신행 ’의 장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부처님 법을 세상에 전하는 길 바로 보시의 길을 만날 수 있었고, 선인들이 함께 걸었던 길 ‘구도의 신행’ 의 중심에 선 지계의 길, 이 길을 걷다보면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물굽이마다 아름다움 속에 세상사와 부처님을 만나기도 했다.
나한존자와 발타라존자를 친견하기 위한 길로 ‘존자의 신행’을 만나게 되는 인욕의 길,
참 나를 찾아 떠나는 길, ‘수행의 신행’과정의 정진의 길에서는 자연을 사랑하는 행복한 순례를 추구하며 영적인 체험의 의미를 더해 준다.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지혜의 길에서 ‘해탈의 신행’ 은 선정의 길로 제주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통해 순례객들은 마음의 평화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으리.
반야 지혜를 스스로 완성하는 길 ‘회향의 신행’에서는 지혜의 길로 자기가 쌓은 공덕을 모든 중생들에게 이익이 되게 하고 깨닫게 하는 것으로 회향하게 이르게 된다.
걷는다는 것은 길 위에 있다는 의미이며, 길은 생명의 몸부림이 지나간 흔적을 남긴다. 고통을 벗어나 고즈넉한 산사의 길에서 고요의 숨결을 느끼는 수행현장이기도 한 그 길, 지친 삶의 마음을 힐링하기 위한 그 길을 오늘도 봄바람, 꽃향기 그윽한 불심이 걸어가고 있다. 참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이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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